알바뛰는 사장님 - 2
루네트

Lv.1 루네트 (175.♡.133.110)

2024년 9월 22일 PM 07:21 · 수정됨(09. 28. 23:17)

조회 4,737 공감 0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명절이 지나 두 번째 출근하는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고작 이틀째 이자만 경험 많은 사회인이니 익숙하게 게이트를 지나 사무실로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5년간 신어 온 등산화의 밑창이 떨어져 물이 다 들어옵니다.

집에 가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찝찝했지만 어른이니까 그냥 참았습니다.

걸을 때마다 신발에서 물이 나옵니다. 아쿠아슈즈인가?


명절 동안 물건이 많이 팔렸는지 오늘은 물량이 더 많았습니다.

2시간 꼬박 쉴 틈 없이 일해서 겨우 끝이 납니다.

이런 카트가 12개 정도 됩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또 출근하겠노라 약속하며 퇴근합니다.

퇴근 후에는 수영장으로 갑니다.


사람이 일하는 게 어떻게 행복하냐고 하지만.

일하는 시간이 짧으면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2시간의 물류 일은 운동 삼아 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이 됩니다.

보수는 넉넉하지 않아서 정말 작은 행복입니다.


제 본업은 예약이 안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습니다.

가격을 조금 내려야 하나? 아니면 내버려두고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게 맞나?

추석 연휴 내내 잠들기 전까지 뜬눈으로 고민하며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새로고침 하는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이소 물류 아르바이트와 날이 겹치지 않는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 카페 베이커리 파트 주말 근무 구함, 초보자 가능 -


어릴 적부터 카페 일을 하고 싶었고, 베이커리 일도 하고 싶었는데 마침 딱 저를 위한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신청하기까지는 하루 정도 걸렸습니다.

관련 경험이 없어서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적지 않은 나이에 계속 머뭇거리면 잡으라고 있는 기회도 놓치겠다 싶어서 신청했고 바로 다음날 면접을 보기로 했습니다.


카페 일은 처음이라 긴장하며 면접을 봤지만 대화는 편안했습니다.

사장님의 질문은 전혀 압박감이 없었고 왠지 모를 배려심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 속에 면접은 끝이 났고.

또 바로 다음날 테스트 근무를 하기로 합니다.

출근룩입니다


직장인은 8년 만이라 출근길이 낯섭니다.

얼마나 낯설었냐면, 커피를 내려둔 텀블러를 놔두고 출근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카페 오픈 시간에 맞춰서 일이 시작됩니다.

그래도 10분 정도는 일찍 도착한 덕에 바닥 청소하고, 테이블을 닦고, 추가로 창틀도 닦았습니다.

창틀은 닦는 사람이 없나 봅니다. 먼지가 꽤 쌓여 있었어요.

이런 것도 신경 쓰는 사람이다 이거야


저는 음료 담당은 아니어서 음료 주문만 이어지는 때엔 딱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눈치껏 물어보고 조금씩 도와드렸습니다.

머신 바스켓 세척해둬도 될까요? 네

이 컵들은 세척해두면 될까요? 네


빵 주문이 들어왔을 땐 직접 과정을 보여주며 알려주셨고.

최대한 집중하여 두뇌 풀가동으로 습득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느낌이 다릅니다.

숙련자와의 차이가 큽니다.


처음 몇 개는 몹시 어설픈 결과물이었지만.

10개, 20개씩 만들다 보니 점점 손에 익어갑니다.

이 정도면 할만한 것 같습니다.


"커피 드시면서 하실래요?"


설명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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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집중해서 배우던 중에 쉬어가는 분위기 속에 커피를 권해주셨습니다.

오랜만에 머신을 이용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봅니다.

커피 바리스타 1급 자격증 취득 이후로 3년 만에 만져보는 머신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오늘의 근무가 끝나갈 무렵에.

어제 면접을 봐주신 사장님이 오셨습니다.

같이 일하던 분께 오늘의 저에 대해 말씀을 들으셨는지 계약서를 쓰자고 하십니다.

보통 베이커리로 일하러 오면 1개월에서 3개월 까지는 수습 기간이 적용되는데, 제가 하는 걸 보니 1주일이면 끝내도 될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몹시 놀랐고 기뻤습니다.

역시 나야.


이렇게 해서 아르바이트는 두 개가 되었습니다.

주중의 월 수 금 오전 2시간 다이소 물류 입고 도우미 아르바이트.

주말과 공휴일(예정)의 카페 베이커리 아르바이트.

두 곳 모두 일이 즐겁고 사람이 좋아서 몹시 행복합니다.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제 본업은 운이 없지만, 다른 곳에서 잘 풀리려는 듯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중간에 끊고 싶었지만, 오늘까지의 성과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길게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도중에 생략된 에피소드도 있기는 한데 카페 이전에 이곳저곳 지원해 보고 면접 본 곳이 있었습니다.

카페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지금은 빵이 한 종류이지만 차차 추가할 예정이고 같이 레시피 개발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당분간 몇 년간은 충성 맹세를 해야 할 듯합니다.

베이커리 일을 시작으로 요식업으로 뛰어들 수도 있고요.

요리도 좋아하는 편이라 식당에서 조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막연히 있었는데.

흑백요리사라는 방송을 보고 그 열망이 더 활활 타올랐습니다.

댓글 (52)

  • jameslee

    jameslee Lv.1

    24.09.22 · 119.♡.8.170

    응원합니다!
  • 루네트

    루네트 Lv.1 → jameslee 작성자

    24.09.22 · 175.♡.133.110

    응원 고맙습니다. 🙇‍♂️
  • 단아

    단아 Lv.1

    24.09.22 · 49.♡.59.243

    응원합니다! 인생은 늘 한치앞도 알수 없는것 같아요.
  • 루네트

    루네트 Lv.1 → 단아 작성자

    24.09.22 · 175.♡.133.110

    단아님 고맙습니다. 😊
  • 다이아mond

    다이아mond Lv.1

    24.09.22 · 210.♡.240.213

    화이팅입니다!!

    인생은 어디서 풀릴지 모르더라구요...

    물론 어디서 꼬일지도 모른다는게 ㅠㅠ
  • 루네트

    루네트 Lv.1 → 다이아mond 작성자

    24.09.22 · 175.♡.133.110

    그러게 말입니다요. 😿
  • 몽몽이

    몽몽이 Lv.1

    24.09.22 · 219.♡.77.248

    얼마전 원서 쓰는 고3 학부모들이 그러더라구요. 어느 구름에 비 든지 모른다고마전 원서 쓰는 고3 학부모들이 그러더라구요.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고.. 수시 6장 최선을 다해 고민하며 골라본다구요.
    인생도 그런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좋은 비가 내리길 빕니다.
  • 루네트

    루네트 Lv.1 → 몽몽이 작성자

    24.09.22 · 175.♡.133.110

    모든것이 선택의 연속이고 최선이었길 바랄 뿐이죠, 고맙습니다!
  • 푸른미르 Lv.1

    24.09.22 · 14.♡.186.98

    이것 저것 척척 잘 하시는게 멋지네요
  • 루네트

    루네트 Lv.1 → 푸른미르 작성자

    24.09.22 · 175.♡.133.110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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