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조커: 폴리 아 되, 망가뜨려야 하는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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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피닉스가 보여주는 '조커'는
그 동안 봤었던 영화들의 그 '조커'가 아니었습니다.
'명석하고 파괴적인 미친 넘',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정의로움의 정점에 배트맨이 있다면,
정반대의 정점에 조커가 있었죠.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영리하지도 않고, 주도적이지도 않고, 상대을 압도할 만큼 힘이 쎄지도 않습니다.
사회적 약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는 결핍의 덩어리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는 영화나 소설, 드라마의 어떤 캐릭터를 볼 때, 그 안에서 '우리'를 발견하곤 합니다.
흥미롭게 들여다보기도 하고, 도리질을 치며 싫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불가한, 표현할 수 없는, 분출할 수 없는 '욕망'을 대신하는 걸 경험하기도 하죠.
이런 점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했던 '조커'는 위험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잘 만들었고, 훌륭한 연기였고, 그 분위기가 설득력도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위험한 영화였다고 봅니다.
... 영화 '조커'가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 경찰은 비상 경계령을 선포하고,
극장가에 순찰과 검문검색을 강화했습니다. ...
'조커'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은 이전에 있었던 사건도 있고 해서,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특히 더 경계했을 것입니다.
그 덕분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뮤지컬로 속편을 만들겠다'라는 소식을 접하며 조금 의아했습니다.
'조커'가 뮤지컬 영화와 어울릴까? 레이디 가가와 호아킨 피닉스라.
'조커'의 감독의 신작 '조커: 폴리 아 되'가 개봉해서, 어제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음향이 좋은 극장'에서 봤으면 좋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묵직하게 들려주는 몇 몇 장면에서 참 아쉽더군요. 그 깊이감을 들어보고 싶은데.
'조커: 폴리 아 되'의 초중반 까지는 상당히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사회 생활, 타인과의 대화를 잘 하지 못하는 '조커'라는 캐릭터의 내면을
저렇게 멋지게 잘 보여줄 수도 있구나, 다재다능한 배우를 제대로 잘 연출했구나.
하지만, 계속되는 노래에는 저 역시도 지치게 되더군요.
충분히 많이 봤고, 이제는 굳이 더 그렇게 표현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데,
계속 그의 머릿 속으로 들어가서 '이제는 그만'을 외치고 싶은 노래들을 들어야 했습니다.
과했어요. 노래 분량의 2/3 정도를 덜어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조커: 폴리 아 되'의 '조커'는 철저하게 전편 '조커'의 그 '조커'를 망가뜨립니다.
전편의 멋짐을 모두 망가뜨립니다. 이 부분,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의도였다고 봅니다.
굳이 이렇게 까지 망가뜨려야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전히 망가뜨리거든요.
어느 정도 망가지게 되다가 각성하고
'그래, 내가 이래서 완전 미친 조커가 된거야' 라고 할 것 같은 일말의 기대도 주지 않습니다.
그냥 힘없고, 초라하고, 어쩌다 살인을 했는데 의도치 않게 나쁜 넘들에게 추앙받게 되어버린,
자신을 바라봐주는 한 여자만을 사랑했던 찌질한, 강자인냥 대들었다가 칼 맞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런 인물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감독은 자신의 만들어댄 '조커'를 자신의 손으로 죽입니다.
그래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스스로 죽여야 하는 그런 '조커'이지 않았을까.
뮤지컬, 과한 노래였다라는 걸 뒤로 하더라도,
이 영화 '조커:폴리 아 되'에서 우리가 원하는 그런 장면은 없습니다.
각성하고, 명석하고, 충분히 보는 관객을 불타오르게 하는 그런
'나쁘지만 나쁘다고 느껴지지 않는 정말 나쁜 넘인 조커.'
'미워할 수 없는 악인 조커.'
이런 건 없습니다.
감독이 그런 '조커'를 죽여버렸습니다.
혹시 그렇게 성장할까 두려워서 칼로 여러 번 찌르며 죽여 버렸습니다.
저의 별점은 별 '다섯' 만점에 별 '세 개 반'입니다.
끝.
민고님의 댓글
Typhoon7님의 댓글
원작에서 조커는 혼파망의 화신답게 시작도 불분명한 존재라고 하니까요. 혹시 처음부터 그렇게 퇴장시킬 계획이었다거나...
조커 세계관의 뱃신: 이 미친놈은 아서가 아니었어?
21stSeptember님의 댓글
불굴의 폭력으로 정의를 관철함을 미화했던
전작에 대해 새로운 빌런을 통해서 미러링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던 베테랑2에서의 애매함을 조커 폴리아되에서 비슷하게 느꼈네요.
비빌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