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다녀왔습니다.
민초맛치약

Lv.1 민초맛치약 (59.♡.59.38)

2024년 10월 3일 PM 09:28 · 수정됨(10. 04.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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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소쇄원 갔다 왔습니다. 광주에선 바로 옆이라 순환도로 타고 가서, 무등산 고갯길로 돌아왔습니다.


소쇄원은 조선 중종 때 "양산보"란 인물이 지은 정원으로, 이 곳을 지은 이유는 자신의 스승인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희생되면서 세상에 환멸을 느껴 고향에서 은둔하고자 함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인품과 소쇄원의 풍경이 다 좋았는지, 소쇄원에 은둔한 양산보를 찾으러 많은 선비들이 소쇄원을 방문함으로써 남도 유학의 문학적, 학문 연구 측면의 산실 역할도 수행했다고 합니다.


소쇄원의 특징은 자연의 있는 그대로에 투박한 질감의 건축물과 조경 대상을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입니다. 모르고 가보면 그냥 호젓한 곳에 정자 3채 정도 있는 곳으로 보이겠지만, 명종 때 김인후가 지은 소쇄원 48영을 한 번 검색하고 비교하면서 보시면 어느 하나 허투루 배치된 것도 아니고, 단 하나의 외양과 역할을 위해 규정된 것이 아닌 계절과 시간, 사람이 하는 행동, 사람이 있는 위치에 따라 각각 색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단 현재의 소쇄원은 양산보의 손자인 양천운이 다시 지은 것으로, 양산보가 지은 첫 소쇄원은 정유재란 때 일본군의 방화로 소실되었다고 합니다.


점심 먹고 바로 나가서 먹는 내용은 없습니다... 성인은 1인당 2,000원입니다. 


매표소 옆에 보면 새장에 청둥오리가 3마리 있었습니다. 2마리는 저렇게 같이 있고 한 녀석은 딴 곳에서 물고기 잡아먹더군요.


소쇄원의 중앙에 있는 광풍각입니다. 광풍각 뒤에는 제월당이 있고, 이 사진을 찍은 길목에 보면 초가 지붕의 작은 정자인 대봉대가 있었는데, 광풍각은 그나마 사람들이 빠져나가서 찍을 수 있었고, 나머지 두 곳은 사람이 워낙 많아서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무안할 정도였습니다. 소쇄원 가실거면 오늘같은 공휴일이나 주말보단 평일에 시간 내서 아침 일찍 가시는 걸 추천드리겠습니다.


소쇄원의 냇가입니다. 소쇄원 48영 중 저 위쪽 바위 위에 앉아서 바둑을 두며 술 한 잔 하는 호젓한 장면이 있습니다. 저 물줄기도 어디서 보냐에 따라 질감이나 색감이 다른데 제 촬영 실력이 구려서, 직접 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광풍각 아래에 외나무다리에서 본 물줄기입니다. 여기서 보면 단절된 듯 보이지만...


대봉대 쪽에서 바라보면 풀들의 색감이 이어지고, 높이도 제법 비슷해서 약간만 목소리 크게 하면 광풍각에 있는 사람과 대화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마 처음부터 오자마자 본론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대봉대에서 잠깐 땀 좀 식히고 들어오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싶네요.


건물들의 질감이 투박한데, 만약 여기서 단청을 알록달록 칠했다면 멋있기보다 부자연스러운 느낌 때문에 전체적인 조화가 깨졌을 겁니다. 기와 올린다고 동북아 3국의 건축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중국식은 자연 경관마저도 부분으로 만들어버릴 만큼 거대한 대륙의 스케일과 과장된 조형과 화려한 색감을 과시하고, 일본식은 기하학적인 묘사를 통해 자신들의 이상을 표현하는 면이 있는 편입니다. 


반면에 우리 건축은 자연의 흐름을 따라 배치하고 인위적인 질감보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따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 면모를 잘 보여주는 것이 소쇄원이죠.


옛날에는 제월당 뒤편으로 갈 수 없었는데 지금은 잡목들을 정리해서 진중하면서도 쾌적한 느낌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게 해놨습니다. 진짜 큰 나무들은 성인 남성이 한 번에 안는 게 안 될 정도로 오래 되었습니다.


숲에서 보면 주변을 산들이 병풍처럼 휘감았다는게 이런 거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괜히 이런 곳에 자리를 잡은 게 아니었군요. 


광주 전남을 방문하셨을 때 호젓한 곳 찾아가고 싶으시다면 근처에서 1박하시고 아침 일찍 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주소 : 전남 담양군 가사문학면 지곡리 소쇄원길 17


댓글 (3)

  • assak1

    assak1 Lv.1

    24.10.03 · 220.♡.175.79

    지난 달 가보고 싶어 인근 숙소도 예약했다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겨 못갔었는데 정보 감사합니다.
  • RanomA

    RanomA Lv.1

    24.10.03 · 125.♡.92.52

    2012년에 면허 딴 후 첫 장거리 여행으로 부안의 아는 애 집에 놀러간 뒤 다음 목적지가 소쇄원이었지요. 8월 중순의 염천하에도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게 있는 장소더군요.
  • 초보아찌

    초보아찌 Lv.1

    24.10.04 · 118.♡.82.118

    세번 가봤고
    갈때마다 좋았던 곳입니다.
    겨울 눈 온 후에도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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