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도 운칠기삼인 것 같습니다
동네언덕

Lv.1 동네언덕 (106.♡.193.208)

2024년 10월 5일 PM 09:04 · 수정됨(23:12)

조회 994 공감 0



요즘은 훨씬 발전했겠지만

예전 중고등학교에서는

심도 있는 근현대사 교육에 인색했었죠.

("야, 거기 시험범위 아니야~")


그러다보니 조선이 일본에 어이없이

식민지화 당한 이유에 대한 인식도

좁은 범위에서 형성되었던 것 같아요.


시대의 변화를 읽지못한

점잖으신 우리 조상님들이

약삭빠른 왜인들에게 등을 찔렸다,

하는 정도의 자학적 인식을 은연 중에

가지게 되었죠.


주로 대원군,고종,민비,개화파, 유교적 국가질서,

쇄국주의 정도 범위 안에서 내재적 이유를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세계근대사나 동아시아사 근대사 교육이

약했던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이고요.)


만약 대원군이~ 만약 고종이~ 만약 갑신정변이~

만약 동학농민혁명이~ 등등 당시 조선의

상황 안에서 공상을 많이 하게 되죠.


그런데 사실 19세기 초부터 아시아 상황을

간략히 보면 뭐 그렇게 엄청난 세계관 전환과

미래 비전을 가지고

제국주의 세력에 대응한 국가는 없습니다.


식민지배를 겪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가진

태국도 사실 상당한 몫을 떼어주는 굴욕을 겪었죠.

모든 아시아 왕조들이 서구의 급습에

다 학을 떼었습니다.


그 코끼리 같던 청나라도 전전긍긍 이리저리

물어뜯겨서 뼈가 다 드러났으니까요.


그럼 일본은 어땠느냐?

물론 나중에 시의적절한 태세전환을

하긴했지만 왜인들 중 지도자격들도

초반에는 서양 배척 세력이 훨씬 많았습니다.

(물론 제한적 교류,교역은 임란

전부터도 이후로도 꾸준히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거 안되겠다 싶었던 최고위층들이

서양에 굽히고 유화적으로 대하려고하자,

다 때려부시고 복고하자며

불같이 들고 일어난 서양배척 지방세력들이,

또 운이 따라줘 세력을 떨치고

외려 유신과 근대화를 시작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죠.

(이 또한 서구 해군과 딱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적당한 수준의 예방주사 전투를

운좋게 겪은 덕분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이 근대화의

조건 중 하나인데,

완벽한 중앙집권을 방해하던

일본특유의 중앙-지방 권력구조도 이때는

알맞게 상황을 돕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그 후에도 일본은 서구세력들이 다른 일 처리하느라

손봐줄 우선순위에서 밀려 10년 정도의

결정적 시간을 벌게되는 행운을 얻습니다.

여러가지로 천우신조였죠.


그때 당시 권력을 가진 지도층의 선택과

행동도 매우 중요하긴 했지만

결국 큰 흐름은 운이 좋은 국가가 가져가지

않았나 하는 허무한 감상이 듭니다.


150여 년 전 우리 조상님들도 딱히 상황판단 등

뭘 잘못하셨다기 보다는 그냥 전세계

다른 피침략국가 사람들의

평균 정도는 애쓰셨다 싶습니다.


그래도

1650년 쯤 소현세자가 왕위에 올랐으면

1800년 대 조선은 어땠을까? 하는

떡밥은 참 재미있습니다.



댓글 (4)

  • mtrz

    mtrz Lv.1

    24.10.05 · 180.♡.14.183

    동의합니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어쨌든 중요한 타이밍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각자가 있는 법인데
    그런데 탁월한 안목과 능력을 갖춘 사람도 때를 잘못 만나면 뜻을 펼치지도 못하고 지는 경우가 많기도 하죠.
    그러니 어쩌면 제 때에 제 임자가 그 자리에 있어야 뭔가가 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지리학적인 입장에서는 자원과 식량과 같은 문제와 지정학적인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죠.
    그것도 운 중의 운이라고 하는 자리운이고.
  • 동네언덕

    동네언덕 Lv.1 → mtrz 작성자

    24.10.05 · 106.♡.193.208

    예, 언급하신 지리적,지정학적 축복과 때를 만난 영웅들이 모두 갖춰져 만든 어린(?) 나라 미국이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과정을 보면 드라마틱하죠. 현대정세는 20년 안쪽으로는 자료가 너무 많아도 진짜 잘하는건지 운빨인지 판단이 잘 안되어서 감질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요.
    너무 빨리 마각을 드러낸 중국이 우째 굴러갈런지가 젤 흥미롭습니다.
  • DRJang

    DRJang Lv.1

    24.10.05 · 223.♡.56.205

    의외로 고종의 외교적 판단들은 의외로 다 그 당시 가능한 최선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 판단으로 할 수 있는 행동 중 항상 최악만 골라서 했다는게 고종이 가진 한계였지만요.
    여튼 당시 조선이라는 국가의 왕이 가진 사고적 한계과 개인적 욕망들이 최악으로 몰고 간게 조선의 마지막 모습이죠.
    여러 가정이 있지만,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에 왕조가 바뀌거나, 국가가 바뀌었어야 했어요.
    그 이후로도 뛰어난 지도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거의 호흡기에 의존해서 생명만 겨우 연명하는 국가나 다름 없는 상태였고,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뛰어난 행정 체계 덕에 버티고 있을 뿐 발전을 위한 그 어떤 동기도 부여되지 않는 상태였다 봐도 과언은 아니죠.
  • 동네언덕

    동네언덕 Lv.1 → DRJang 작성자

    24.10.05 · 106.♡.193.208

    고종을 예전엔 왕비단속도 못하고 외세나 끌어들이는 암군이라고 속으로 욕 많이 했었는데, 범부의 자질로 세계적으로 크리티컬한 시기에 왕좌에 올라,
    자신이 평생 받아온 교육과 완전히 달라진 세계를 보며 불안에 떨며 나름 몸부림치고 고생하셨구나 하고 측은한 마음도 좀 듭니다.
    예전 인터넷 이전 시절, 정유재란 후 조선에 영웅이 등장해 천지를 바꾸는 대체역사소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 ㅎㅎ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