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이란 말로 장난 치시는 분이 계셔요.
세
세피로스 (123.♡.119.228)
2024년 4월 11일 AM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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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어떤분의 생각이 저랑 비슷하여 옮겨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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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事實上
(명사)
1. 실제로 있었던 상태. 또는 현재에 있는 상태.
(부사)
1. 실지實地에 있어서
- 표준국어대사전
'사실상事實上'의 사전적 정의는 지난 글에서 다뤘던 '사실事實'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실제 쓰임에서 '사실상事實上'은 거의 부사격으로만 쓰이고 뜻도 엄연히 구분됩니다. ('실제 쓰임의 모습'을 경시하는 국어사전의 경직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사례입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혼동을 막기 위해 '사실'과 '사실상'의 실제 쓰임의 의미를 거칠게라도 구분해 보자면, '사실'은 '실제 그 자체'를 지목하는 말이지만, '사실상'은 '그것은 아니지만, 그것과 거의 구분이 안될 정도로 비슷하거나 같아, 그것으로 보아도 무방한 다른 것'을 지목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사실'과 '사실상'은 '사실상' 같은 것 같지만, '사실'은 같지 않은 것이지요.
"사실상 같은 것 같지만, 사실은 같지 않다."
이것이 이 글에서 '사실상事實上'에 대해 다룰 문제의식입니다.
언젠가 일하던 곳에서 제 동료가 다른 부서 상사에게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던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근처에서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실상'이라는 단어가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상事實上' 같은 거 아니에요?"
제 동료가 아무리 열심히 설명을 해도 '이것'이 '그것'과 같은 거 아니냐며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동료는 여러 방법으로 '이것'과 '그것'이 다른 이유를 수차례 설명했지만, 상사는 지지 않고 자신이 아는 선에서 '이것'과 '저것'이 같다는 생각을 고집했습니다.
앞서 말할 것처럼, '사실상事實上'은 '같지 않은데, 같아 보이거나, 같은 기능을 하니 같다고 얘기해도 상관없다'라고 판단할 때, 쓰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실상'이 분명하게 '같지 않다'는 것을 전제前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지점에서 긴장이 발생합니다. '같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는데, '같다'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같지 않은 것을 같다'고 말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은유隱喩'와 '재정의再定義'가 있습니다. '은유'는 전혀 다른 것의 어떤 공통점을 뽑아내어, 문장으로는 마치 '이것'과 '저것'이 완전히 같다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이것'의 의미를 '저것'의 어떤 특징을 통해 다채롭게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은유'는 온전히 같을 필요 없이, 전혀 다른 두 대상을 연결 지을 수 있는 특정 지점을 지목하며 활용됩니다. '재정의'는 훨씬 근본적인 의미 차원으로 들어갑니다. '이것'과 '저것'이 같은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이것'의 의미를 완전히 해체하고 '이것'을 부정하지 않는 선에서 '이것'의 의미를 다시 세웁니다. 물론, 다시 세워진 의미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인정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래서 '은유'에 비해 드물게 사용되고, 학술적으로 더 많이 활용됩니다.
그러나 '사실상事實上'은 전혀 다른 것의 일부만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것을 완전히 해체하여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그저 이미 존재하는 어떤 것들을 보았을 때, 그것이 '같아 보일 때' 사용합니다. 제가 여기서 '보인다'는 지점을 강조한 이유는, '사실상'의 활용은 상황과 화자의 상대적인 입장에 집중할 때 발생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상'은 지극히, 상황의 맥락과 화자의 주관에 의해 설정되는 특징에 집중됩니다.
그래서 '사실상'으로 '같지 않을 것을 같다'고 말하는 것은 '은유'나 '재정의'와는 구분됩니다. '은유'는 특정 사실을 비교하며 그것에 한정 지어 같다고 제한하고, '재정의'는 의미 차원부터 재구성하여 완전히 같은 것으로 나아가는 수고를 들이지만, '사실상'은 일부에 집중해 이야기하면서 말하는 이가 가진 사고의 맥락 안에서 전체를 완전히 같은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사실상事實上'은 일상뿐 아니라 기사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언론매체에서 가장 많이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정치적 발화에서 주로 활용됩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특정 집단이나 특정 인사의 시각에서 부각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사실상'이라는 단어를 동원하여 '프레임화'합니다. 논점을 흐리고, 전혀 다른 것을 끌어와, 상대의 의미를 왜곡시키며, 다른 사람들의 명확한 이해를 의도적으로 방해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주관적 맥락'을 강화하고 설득합니다.
심리학에는 '인지적 구두쇠 Cognitive Miser'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뇌는 기본적으로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에너지를 덜 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그 맥락에서 '사실상'을 동원해 '같지 않은 것'을 '같다'고 말하는 시도는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의 무분별한 사용은 '지적 게으름'이 누적되었음을 뜻합니다. 무엇보다 대상과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자신과 분리된 상황이나 대상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험이 줄어들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사실상'은 모든 것을 간단하게 무마시키고, 상대적 관점에 기대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로 억지로 끌어들이는 발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해가 발생합니다. 애당초 '나'를 벗어난 이해를 시도하지 않았으니 '나'가 아닌 것, '나'가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겠지요.
'사실상'이라는 단어로, 우리는 다른 것 사이의 관계를 꿰뚫어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오히려 어느 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해 범주 내에서 다른 것들을 연결 짓기에 급급합니다. 어떤 특징이 같다면, 그 지점만 같다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이것과 저것이 같다고 느끼면, 가장 대표적인 것만 남기고 나머지를 탈락시키거나, 같게 쓰인다고 재정의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것은 같다고 말하는 것이고, 같지 않은 것은 같지 않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p.s.
이전에 쓴글이 진실의 방에갔다가 왔다갔다해서 삭제하고 새로 올립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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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로다이버
24.04.11 · 114.♡.244.103
'사실' 언어란 양자간 혹은 다자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사전적 정의보다는 소통을 하는 대상이 어떻게 인지하고 있고 나는 어떻게 인지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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