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160.♡.37.47)
2024년 10월 8일 PM 01:13 · 수정됨(14:20)


불교 관련해 말이 나오다 보면 반드시 대승비불설이 나옵니다.
대승비불설은 대승불교의 소의경전, 즉 대승경전들은 정말 석가모니의 말씀을 그대로 담은 게 아니고 나중에 위키피디아 문서마냥 내용들이 덧붙여진 것이라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일본 에도시대에 태어나 32살에 폐병으로 요절한 천재 사상가인 도미나가 나카모토(富永仲基, 1715~1746)로부터 시작합니다.
도미나가 나카모토는 부유한 상인 가문 출신이라서 어릴 때부터 오사카의 가이도쿠도란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데, 16세의 나이에 <설폐(説蔽)>란 책을 적게 됩니다.
그 내용은 지금 배우는 유교 사서삼경의 내용이 정말 공자와 맹자 등이 직접 한 말씀이 맞는가, 이러한 경전은 후대의 학자들이 자의적으로 정리하고 해석한 것이 아닌가, 사상이란 건 시대에 따라 바뀌는데 수천년 전 옛날 사고관으로 현재의 도덕적 규범과 세상의 방향을 정해야 하느냐는 등의 비판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당연히 당시 가이도쿠도의 성리학자들에게 파문당해 오규 소라이 등 다른 학자들에게 유학을 공부한 후 19세부터는 불교 연구에 매진했죠.
그리고 그는 불교 경전들 역시 비판적으로 분석해 <출정후어(出定後語)>란 책을 적게 되는데 여기서 대승비불론이 나옵니다.
그 책의 내용은 자신이 불경을 분석해 보니 불경도 후대에 승려들이나 학자들이 석가모니가 이렇게 친설하셨다고 우기며 자기 생각을 덧붙인 것이 많더라는 겁니다. 특히 대승경전들은 석가모니가 입적한 500년 이후에 차차 만들어져 간 것으로, 결코 석가모니가 직접 말씀한 것을 담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른바 초기불교, 상좌부불교 어쩌고하는 분들이 그래서 대승불교는 가짜야 이러는데, 여기서 도미나가의 비판대상은 대승불교로 한정되지 않고 초기경전, 그러니까 아함경 등도 같은 이유로 비판했습니다. 대승경전은 물론 초기경전도 부처 사후 한참뒤에 결집된 것이라 아함경, 나끼야의 내용 중에서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석가모니의 친설은 없다고 주장했죠.
여기에 교리의 정통성을 위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근거를 찾는다는 가상설, 시대와 학파마다 구분된다는 삼물오류설은 지금 학자들도 딴지를 걸지 못할 정도로 시대를 앞섰습니다.
그리고 도미나가의 불경 비판 방법론은 현대 불교학의 기준에서 봐도 큰 문제가 없죠. 오히려 아함경이나 나끼야 내용을 검증하니 확실히 도미나가의 주장대로 후대의 가필과 편집이 많은게 사실이라고 검증까지 되면서 더더욱 평가가 올라갔습니다.


https://www.kabs.re.kr/boards/notice/24450/detail/reference/autumn-conference/?paginate_by=10&page=1
즉 대승비불설은 당시 일본불교가 대승불교다 보니 대승불교를 주로 비판해 그런 이름이 붙은거고 실제로는 현대적 관점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세련된 학계식 모두까기 이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불교를 연구하는 학계의 방법론과도 어느정도 일치하죠.
도미나가는 죽던 해에 마지막으로 쓴 책인 <늙은이의 글(翁の文)>에서는 유교, 불교, 신토를 모두 비판하며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철학사상을 전개해 나갔기에 지금도 일본에서는 일본이 낳은 최고의 철학자라고 칭송받고 있죠.
뭐 살아서는 저런 혁신성과 비판성으로 욕이란 욕은 다 먹고 고생하다 죽었지만요.
P.S


도미나가보다 비슷한 시기, 혹은 한참 후에도 대승비불설을 얘기한 사람들이 있긴 하나 이쪽은 별 주목을 못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선점효과도 있지만, 후대로 갈수록 여기에 제국주의가 자꾸 들어차고 이 과정에서 '초기불교(근본불교)=과학적이고 철학적=완벽함, 대승불교=신앙적=미개하고 타락함'이라는 답을 애초에 정해놓고 거기다 끼워맞추는 경향이 곧잘 보이거든요.
아네자키 마사하루의 경우 이런 논리를 극단적으로 밀고가서 저서 <근본불교>에서 테라와다, 즉 남방불교도 석가모니의 참뜻을 잊어버린 지엽적인 불교일 뿐 근본불교가 아니라고 비난합니다.
거기에 초기불교 절대주의, 즉 팔리어 삼장 절대주의의 근원이자 팔리경전협회 창시자인 영국인 리즈 데이비스는 애초에 스리랑카 파견공무원 시절 권력남용으로 짤린 사람인데다 팔리어와 불교 연구로 영국의 동남아 식민 지배를 공고히 할 수 있다며 홍보하고 다닌 사람입니다.
리즈 데이비스는 그렇게 곡학아세하여 타락한 불교연구 협조와 식민지배 이론 개발로 못 받게된 연금을 두둑하게 받은 흑역사가 있죠.
오죽하면 그가 창시한 팔리경전협회를 비롯한 서구 학계에서도 리즈 데이비스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그의 노선은 잘못되었다며 과거반성 차원에서 연구 방향을 그와는 정 반대로 바꿀 정도였습니다.
출처
일본의 근대불교학 형성과 대승비불설 문제, 조승미, 한국불교연구원
세계의 불교학자 7. 리즈 데이비스(T.W. Rhys Davids), 황순일, 불교평론
댓글 (4)
- 햇
햇날
24.10.08 · 203.♡.15.4
소승경전이라 불리는 니까야들을 대승경전인 금강경이나 반야심경과 비교하여 읽다보면 생각보다 소승경전의 핵심들이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에 정확한 단어로 잘 요약되어 있어서 놀랍니다. 비불설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니까야를 천천히 읽으시면서 대승경전들을 간간히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코코미
→ 햇날 작성자
24.10.08 · 160.♡.37.47
대승경전과 초기경전을 비교해 보면 대승경전의 내용이 초기 아함경에 이미 있거나 근거가 있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초기경전에 대승경전에 나타난 내용이 피드백 된 경우도 많죠. 즉 불경도 성경처럼 시대가 흐르며 꾸준히 추가되고 정리된 것입니다. -
PPLA671
24.10.08 · 175.♡.110.137
역사적 인식이 투철한 건 연구자로선 좋은 자세이지만, 불교는 붓다(=깨달은 자)가 고마마 싯달타 1인에 한정되지 않는 게 만능의 방패죠. (먼 산) -
코코미
→ PLA671 작성자
24.10.08 · 160.♡.37.47
사실 저렇게 덧붙인 것이 많고 거기서 석가모니의 친설이 하나도 없다 할지라도 일단 방향이 맞다면 문제는 없죠. 말도 안 되는 사이비 내용은 쳐내야 하지만, 이해를 위해 해설을 쉽게 하려 덧붙이거나 비유한 건 문제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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