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마다 리셋되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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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자극적인가요?
작년만 해도 제 인생목표의 리셋주기는 3년이였습니다.
뭐 대단한건 아니고 사업을 하다보니 가장 적절한 주기가 3년이였어요.
1년은 너무 짧고.. 2년은 살짝 불확실하고 3년이면 안정기라 목표달성.
3년차까지 못 이루면 아쉽지만 리셋.
돈벌면 재투자하고 돈벌면 재투자하고.. 거진 생활비 빼곤 나머지는 재투자했던 20년이네요.
그래서 그런가.. 한번도 금전적/시간적 여유로웠던 적이 없어요.
작년 3월..
근 1년동안 진행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스트레스 및 해외에서 가족과 떨어져 있으며 몸을 좀 소홀히 했던게 문제였던가
약 2~3초 동안 서서 정신이 몽롱해 지는걸 느꼈습니다. 그냥 눈 깜짝하는 사이에 뭔가 이상했다가 약간의 어지러움만 남았던..
그래서 9월에 정밀건강검진을 해봤습니다. 뇌쪽으로 좀 집중해서요.
결과는 뇌는 멀쩡.
하지만 폐에 GGO 판정.
GGO?? Ground Glass Opacity?? 간유리음영??
이게 뭐지? 하며 찾아보니.. 아무것도 아닐수 있고.. 폐암일 수도 있고..
그래서 3개월 후 다시 흉부ct를 찍었습니다.
커지지 않았지만 아직 남아있는 GGO.
결국 올해 1월말 수술 받았고 그리고 암 확정.
운 좋게 일찍 발견해서 큰 후유증없이 수술 잘 했는데
아쉽게도 표적치료제가 없는 희귀폐암에 재발위험이 높은 인자가 있다네요.
담배도 안피는데... 쩝...
그나마 초기에 발견/수술해서 재발확율은 낮다고 하는데...
이게 재발하면 100%인지라..
암튼 심리적으론 패닉이였어요. 해외에서 사업을 하다보니 여러모로 복잡하거든요.
재발해서 항암을 하면 어쩌지? 아직 애들도 어린데 어쩌지? 다 접고 정리하고 한국으로 보내야 하나? 갑자기 죽으면 마누라가 이거 감당할수 있나? 세금문제는 어떻하지? 울 엄니 불쌍해서 어쩌나? 유언장 빨리 만들어야 하나?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지지? 어쩌지? 어쩌지?????
몇달동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여러번 타고 이젠 어느정도 마음의 평화가 왔어요.
이렇게 제 3년주기 인생은 끝나고 6개월주기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정기검진 때문에 6개월 이상의 장기계획을 짤수가 없네요.
사업확장은 이제 의미가 없어서 손 많이 가는것들은 처분해 대출 좀 정리하고 더이상 재투자를 안하니 오히려 여유가 생기네요.
이제 마누라도 관리할수 있게 원격화+시스템화 하는게 관건입니다.
7월부터 월급다운 월급도 받기 시작했고 마누라 통장으로 다 쏩니다.
50 나이에 피부과도 다니기 시작했어요. 죽기전에 때깔이라도 좋게 하려구요.
조금씩 운동도 시작했는데 암환자 주제에 게으릅니다.
처음으로 비지니스석 탔습니다. 일반요금 3배네요. ㅎㄷㄷ
언제갈지 모르는거.. 즐기기로 했어요.
소소하게
초딩 아들들...
고딩들 될때 까지라도 별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을 좀 더 부리면 대학까지만이라면 여한 없을듯 합니다.
면도 하는것도 알려줘야하고
운전도 갈켜줘야하고..
제대로 된 술매너도 알려줘야하고
넥타이 매는것도 알려줘야하고
여자 조언도 좀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너무 어리네요.
건강이 최고다는 말.. 참 많이 들었는데
몸으로 체험하니 아쉬움이 많네요.
앙님들도 가끔씩 저선량흉부ct 꼭 찍어보시고 몸 관리 잘 하세요.
산즈님의 댓글의 댓글
사실 몸이 너무 멀쩡해서 실감이 안나요.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합니다!
gift님의 댓글
산즈님의 댓글의 댓글
6미리님의 댓글
저는 뭐 응급실에 CPR치며 들어가서 중환자실에서 삽관한채로 깼으니까요... ㅎㅎㅎㅎㅎ
(저 담당 응급실샘이 저 양반 100% 죽었다고 생각하셨어서 제가 인사하러 오니 귀신 본듯한;;; 차트 안찾아봤나...ㅠㅠ)
전 20대 초반이라.. 그때 이후로 삶을 뭐 열심히 살 생각을 안했습니다.
그렇다고 뭐 막사는게 아니라, 모으자.. 아끼자... 이런게 아니라 삶의 일정 부분을 오늘의 나나 내일의 나 정도에 집중해서 어느 정도 사용하자... 이런 느낌으로 살았죠.
제가 20대 초반에 겪었던 그 시기를 지금 지나가시는거 같습니다.
제가 모은 돈은 없지만 많이 벌지도 않지만, 가족들과 매일 재밌는 시간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제 진단서 제일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재발하지 않으면 문제 없음' 말이여 방구여;;;
여튼... 재발하기 전까지 후회 없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매일 나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죠.
그리고 무탈하게 아직 20년 넘게 잘 살고 있고요.
전 제 아이들 보다도 아직 그 당시의 엄마에게 갚아야할게 산더미입니다.
엄마는 반대로 저에게 갚아야 할 시간이 많아서 고맙다고 하시고요.
앞으로 쭈우욱 건강하실 겁니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하고 싶은거 다 이루고 지내세요. 응원합니다.
산즈님의 댓글의 댓글
다른분들에 비하면 전 사실 수술을 한것 부터 운이 좋았던거죠.
재발은 모 아니면 도라... 마음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소중한 응원 감사합니다!
가랑비님의 댓글
6개월씩 60번이나 계획을 짜게 될지 누가 알았냐..라며 웃을 날이 올겁니다.
강철군화님의 댓글
눈팅이취미님의 댓글
하양이님의 댓글
길벗님의 댓글
지금 사는 건 덤이고 복이라 사는 순간순간이 다 소중하시다네요.
건강하세요. 오래 오래.
은비령님의 댓글
운전도 갈켜줘야하고..
제대로 된 술매너도 알려줘야하고
넥타이 매는것도 알려줘야하고
여자 조언도 좀 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울컥하게 되네요.
앞으로 잘 관리 하시면 하고 저 위의 말들 다 하시게 되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