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번역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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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PWL⠀ (119.♡.25.76)

2024년 10월 14일 AM 11:28 · 수정됨(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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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대학원에서 번역 수업을 수강한 경험이 있습니다. 

남자는 저 혼자였고 교수를 포함하여 나머지 여섯 명 정도는 다 여자였습니다.


교수님께서 남자들끼리 어두컴컴한 곳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긴박하게 이야기하는 하는 영어 원문을 주고서는 번역해오라고 과제를 내주셨죠. 


저는 글에 주어진 그 상황에서 등장 인물이 어떤 말투를 쓰는게 맞는지 꽤 고민을 하면서 번역했습니다. 그 짧은 글을 번역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소설 전체를 번역하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괜히 번역이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게 아니구나 생각하며 제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결과물을 공유하는데 정말 천차만별이더군요. 제 생각에는 꽤 심각한 대화 내용이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나긋나긋하게 번역을 했던지 매우 놀라기도 했습니다. 교수님은 제 번역이 남자들 사이에서 사용할 법한 문체를 써서 글에 긴장감을 더 해주었다고 칭찬해주셨구요.




한강씨의 노벨상 수상과 더불어 번역가의 공로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뜨거운 주제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 같아요.


질이 떨어지는 원문을 번역이 살려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번역이 훌륭한 글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한강씨의 노벨상 수상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하며 '채식주의자'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씨에게도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수 많은 독자들에게 한강의 글을 읽게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저는 번역가의 공로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부커상을 수상할 당시에는 한강과 데보라 스미스가 공동 수상이었는데 혹시 다른 사람도 한강의 소설을 영어로 번역해서 출간되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노벨상은 한강의 전체 작품을 보고 한강에게 결정된 것인데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에게 너무 큰 관심과 의미가 부여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다른 언어로 번역한 다른 번역가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가 기꺼이 함께 즐길 일이죠! 몇 년만에 찾아온 경사를 좀 길게 즐기고 싶네요.








댓글 (15)

  • 우주난민

    우주난민 Lv.1

    24.10.14 · 89.♡.101.226

    [https://s3.damoang.net/data/editor/2410/comment_1502832098_AzTJdGgs_c061dcd6379483d6c06b40fcbf94cd73473ec4cd.webp]

    더보라 씨가 이렇게 4작품 번역했더라고요... Human Acts가 소년이 온다 입니다 ㄷㄷㄷ
  • PWL⠀

    PWL⠀ Lv.1 → 우주난민 작성자

    24.10.14 · 119.♡.25.76

    오... 영어쪽은 저 분이 꽉 잡고 있군요?!
  • 다이나믹콩콩코믹스

    다이나믹콩콩코믹스 Lv.1

    24.10.14 · 1.♡.121.18

    정말이지 엉망으로 번역된 책은 도저히 못 읽겠더라구요.
    "만들어진 신"을 읽다가 번역체에 적응을 끝내 못해서 완독을 실패한 기억이 나네요.
  • PWL⠀

    PWL⠀ Lv.1 → 다이나믹콩콩코믹스 작성자

    24.10.14 · 119.♡.25.76

    저도 그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영어로 읽다가 그냥 안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 통만두

    통만두 Lv.1 → 다이나믹콩콩코믹스

    24.10.14 · 202.♡.209.220

    러셀 옹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도 진짜 그 재치 있는 러셀 옹의 문장을 개떡 같이 번역해서 진짜 사놓고 십 년 만에 다 읽은 것 같습니다
  • 소르베

    소르베 Lv.1 → 다이나믹콩콩코믹스

    24.10.14 · 116.♡.120.63

    소오름~~
    번역 얘기하면 저도 만들어진 신 얘기 꼭 하거든요
    진짜 인생 최고의 인내심으로 끝까지 보긴 했는데 기억에 남은건 서문 몇페이지뿐 ㅋ
  • aicasse

    aicasse Lv.1

    24.10.14 · 203.♡.190.49

    수상을 깎아내리기 위해 번역을 논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질이 떨어지는 원문을 번역이 살려낼 수는 없지만
    하지만 번역이 훌륭한 글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죠.

    번역의 우수함, 한류에 의한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 등이
    기여를 한 것은 수상의 가치를 폄훼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일단 원작들이 받을 만 하니까 받은 거고요.
  • PWL⠀

    PWL⠀ Lv.1 → aicasse 작성자

    24.10.14 · 119.♡.25.76

    네 맞는 말씀입니다. 경사를 폄훼하려는 못된 것들이 분탕을 치고 들어오니 번역가의 공적을 한강 폄훼로 보는 시선도 생겨나네요. 어쩌다가 경사도 시원하게 못 즐기는 상황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에휴...
  • 달려라쑈바 Lv.1

    24.10.14 · 59.♡.128.20

    황석희 번역가의 데드풀은 최고지요
  • PWL⠀

    PWL⠀ Lv.1 → 달려라쑈바 작성자

    24.10.14 · 119.♡.25.76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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