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번역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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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WL⠀ 119.♡.25.76
작성일 2024.10.14 11:28
1,41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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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대학원에서 번역 수업을 수강한 경험이 있습니다. 

남자는 저 혼자였고 교수를 포함하여 나머지 여섯 명 정도는 다 여자였습니다.


교수님께서 남자들끼리 어두컴컴한 곳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긴박하게 이야기하는 하는 영어 원문을 주고서는 번역해오라고 과제를 내주셨죠. 


저는 글에 주어진 그 상황에서 등장 인물이 어떤 말투를 쓰는게 맞는지 꽤 고민을 하면서 번역했습니다. 그 짧은 글을 번역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소설 전체를 번역하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괜히 번역이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게 아니구나 생각하며 제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결과물을 공유하는데 정말 천차만별이더군요. 제 생각에는 꽤 심각한 대화 내용이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나긋나긋하게 번역을 했던지 매우 놀라기도 했습니다. 교수님은 제 번역이 남자들 사이에서 사용할 법한 문체를 써서 글에 긴장감을 더 해주었다고 칭찬해주셨구요.




한강씨의 노벨상 수상과 더불어 번역가의 공로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뜨거운 주제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 같아요.


질이 떨어지는 원문을 번역이 살려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번역이 훌륭한 글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한강씨의 노벨상 수상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하며 '채식주의자'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씨에게도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수 많은 독자들에게 한강의 글을 읽게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저는 번역가의 공로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부커상을 수상할 당시에는 한강과 데보라 스미스가 공동 수상이었는데 혹시 다른 사람도 한강의 소설을 영어로 번역해서 출간되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노벨상은 한강의 전체 작품을 보고 한강에게 결정된 것인데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에게 너무 큰 관심과 의미가 부여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다른 언어로 번역한 다른 번역가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가 기꺼이 함께 즐길 일이죠! 몇 년만에 찾아온 경사를 좀 길게 즐기고 싶네요.








댓글 14 / 1 페이지

우주난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우주난민 (89.♡.101.226)
작성일 11:32


더보라 씨가 이렇게 4작품 번역했더라고요... Human Acts가 소년이 온다 입니다 ㄷㄷㄷ

PWL⠀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PWL⠀ (119.♡.25.76)
작성일 11:33
@우주난민님에게 답글 오... 영어쪽은 저 분이 꽉 잡고 있군요?!

뒹굴뒹굴님의 댓글

작성자 뒹굴뒹굴 (1.♡.121.18)
작성일 11:32
정말이지 엉망으로 번역된 책은 도저히 못 읽겠더라구요.
"만들어진 신"을 읽다가 번역체에 적응을 끝내 못해서 완독을 실패한 기억이 나네요.

PWL⠀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PWL⠀ (119.♡.25.76)
작성일 11:34
@뒹굴뒹굴님에게 답글 저도 그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영어로 읽다가 그냥 안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통만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통만두 (202.♡.209.220)
작성일 12:46
@뒹굴뒹굴님에게 답글 러셀 옹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도 진짜 그 재치 있는 러셀 옹의 문장을 개떡 같이 번역해서 진짜 사놓고 십 년 만에 다 읽은 것 같습니다

aicasse님의 댓글

작성자 aicasse (203.♡.190.49)
작성일 11:33
수상을 깎아내리기 위해 번역을 논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질이 떨어지는 원문을 번역이 살려낼 수는 없지만
하지만 번역이 훌륭한 글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죠.

번역의 우수함, 한류에 의한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 등이
기여를 한 것은 수상의 가치를 폄훼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일단 원작들이 받을 만 하니까 받은 거고요.

PWL⠀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PWL⠀ (119.♡.25.76)
작성일 11:35
@aicasse님에게 답글 네 맞는 말씀입니다. 경사를 폄훼하려는 못된 것들이 분탕을 치고 들어오니 번역가의 공적을 한강 폄훼로 보는 시선도 생겨나네요. 어쩌다가 경사도 시원하게 못 즐기는 상황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에휴...

달려라쑈바님의 댓글

작성자 달려라쑈바 (59.♡.128.20)
작성일 11:34
황석희 번역가의 데드풀은 최고지요

PWL⠀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PWL⠀ (119.♡.25.76)
작성일 11:35
@달려라쑈바님에게 답글 많이 들었습니다.

Typhoon7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Typhoon7 (2001:e60:8836:e1ac::1a33:1ad9)
작성일 11:38
@달려라쑈바님에게 답글
한국에서 데드풀 띄우는데에 이분 공로가 컸죠. 이분 번역은 어지간하면 태클 걸 일은 없는듯 하더군요.

이것도 좋은(?) 작품을 좋은 번역이 살린 사례네요.

LunaMaria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LunaMaria (1.♡.234.201)
작성일 11:40
노벨문학상에 번역가 올려치기는 2찍들의 가스라이팅이죠.

푸딩구님의 댓글

작성자 푸딩구 (175.♡.165.11)
작성일 11:43


뭐 오역 중에는 이런 케이스도........

저 김남주님은 에쿠니 가오리 거의 전담인데 저런 짓을 하더라구요.;;;

에스까르고님의 댓글

작성자 에스까르고 (59.♡.187.253)
작성일 11:56
먼 옛날, 한국사 전공수업 들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매스컴을 많이 타셨던 강사(지금은 교수가 되셨지요)가 전공수업을 담당했는데, 기말 과제로 영어 논문을 번역해오도록 했습니다.
그것도 한국사 논문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의 화폐(금-은) 유통에 관한 것이어서,
한국사만 공부했던 저로서는 중국(청)과 일본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고유명사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특히 당시 청의 의사결정을 주도했던 그 수많은 'prince'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 현재 통용되는 표현은 무엇인지(그러니까 실제로는 누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 참 어려웠던 기억이 나고요.
일본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mikado'를 찾아내는 과정은 정말 대모험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해당 과제를 잘 내주었느냐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 자체는 참 좋고 소중했다고 기억합니다.

한돌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한돌 (203.♡.126.22)
작성일 12:24
노벨상 홈페이지에 한강 작가 소개하는 부분이 있는데 biblography에 보면 번역본 리스트와 번역가 이름이 나오네요.
https://www.nobelprize.org/prizes/literature/2024/bio-bibliography/
https://sa-admin.lb.se/assets/6131158b-2c58-45bc-9666-6d955d286aa0.pdf/Biobibliography Nobel Prize 202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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