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일독 후기
뭐다앙

Lv.1 뭐다앙 (221.♡.169.238)

2024년 10월 17일 AM 09:41 · 수정됨(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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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책을 읽을 때는 '내가 모든 맥락을 다 이해 못한 것은 내 능력 부족이니 다시 음미하면서 읽어야할 거 같아...' 라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그래도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을 원서로 읽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 참으로 흥분되면서 벅차더군요.


<소년이 온다>는 첫 장부터 페이지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글을 따라 읽는 눈에서 가슴으로 천천히 번져오는 먹먹함이 쉽사리 가시지가 않아서 고통스런 희열을 계속해서 느끼게 해주었는데요.


그런데 작별하지 않는다는 1부까지는 너무 수월하게 술술 읽힙니다. 그 편한 흐름중에 작가의 부드러운 문체와 섬세한 표현들에 감탄하게 되더군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요즘(?) 같은 시기, 반팔에서 긴팔옷으로 남어가는 상황을 묘사한 "세계와 나 사이에 소슬한 경계가 생긴다." 는 문장은 너무 마음에 확 와 닿더라구요. 종종 써먹어야 겠어요.


이렇게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전에 예열하듯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표현하는 문장들에 빠져들면서 역시 노벨문학상 작가의 글은 다르네. 에세이도 참 잘 쓰는구나 싶더군요.


작가가 자신의 책을 처음 읽는다면 이 책을 먼저 읽을 것을 권유했는데 읽다보면 왜 그렇게 언급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책 속 등장인물인 경화는 5.18의 아픔을 다룬 책을 출간한 작가로 등장하는데 그 책이 <소년이 온다> 임을 넌지시 알려주며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소년이 온다 또한 궁금해 미칠 걸? 라는 의도가 깔린 문장들을 배치해 놓습니다. 1석 2조 전략! ㅎㅎ


작가는 양자역학적, 전체적, 순환론적 사고에 입각한 아이템을 여럿 등장시키는데 그 중에 하나가 성냥개비입니다. 성냥개비는 5.18과 4.3을 이어주는 매개체인데요. 작가가 꿈속에서 전두환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마주치게 되었을 때, 손에 들고 있던 성냥개비가 그 소년이 가지고 있던 성냥갑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되죠. 작지만 자신을 태워 사라지지만 온기를 전해즈고 주변을 밝혀주며 결국 사라지지 않는 성냥개비가 이 책 마지막에 또 등장하며 울림이 커져갑니다.


눈 또한 그런 매개체인데 4.3사건 당시 사람들이 맞던 눈이나 그 자녀들이 맞던 눈이나 지금 주인공이 맞는 눈이나 결국 같은 것이고 그 물을 내가 먹었을 수도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있을수도 있다는 언급은 전쟁이 벌어져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축하잔치는 마땅치 않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책을 꺼내들면서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어떤 것일지 궁금했는데 제주 4.3 사건을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는 건가? 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을 했는데 작별하지 않으려면 계속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하고 그 그간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맺게 됩니다. 망부석 설화에서 여인들이 돌아보지 말라는 말을 지키지 못하고 돌이 되는데 그 돌은 허물로 남아 있을 뿐 건지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돌아본 것이라는 시각이 이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4.3 사건의 증언들이 얼개설개 퍼즐처럼 나열이 되는데 이 때부터는 마음 꽉 잡고 읽으셔야 합니다... 소년이 온다같은 먹먹함 보다는 군경의 폭력 앞에 가족이 생이별을 겪고 그리워하는 감정이 절절하게 표현되기에 그 감정을 마주하는게 여간 힘들게 아니더군요. 책에 언급된 사례들도 인터넷 검색하면 실제 있던 사건들이라는게 더욱 더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제주공항 옆 유골들이나 경북 경산 폐탄광 총살 후 매장은 정말 말을 잇기 힘든 역사적 사실....


이러니 역사왜곡이나 형부와의 근친이니 이러면서 읽지말라고 기를 쓰고 폄하하는 거겠죠. 


중반 후반부터는 현실인지 꿈인지 한강작가의 눈빛같은 몽롱함이 책 전반에 깔려 있는데 읽는 내내 그 몽롱함이 좋았습니다. 변탠가?


아무튼,

이제 다시 한 번 읽으러 갑니다.



댓글 (5)

  • awful

    awful Lv.1

    24.10.17 · 2001:e60:9297:d779:fc58:c0a:a467:c4ff

    아무 상관 없는 내용이 맞는데도 전 소년이 온다 후반부에 나오는 기자가 ‘윤’으로 나와서 누군가가 막 생각나며 괜히 기분 나쁘더라고요 ㅡ.ㅡ;
    (작가님 죄송합니다 ㅠㅠ)
  • 뭐다앙

    뭐다앙 Lv.1 → awful 작성자

    24.10.17 · 221.♡.169.238

    세상 다른 윤씨 분들은 괜찮습니다! ㅎㅎ
  • awful

    awful Lv.1 → 뭐다앙

    24.10.17 · 118.♡.3.253

    넵. 물론입니다 ㅠㅠ
    그런데 성만 표기하는 경우 누가 일순위로 떠오른다는 문제가 있죠 ㅠㅠ
  • joydivison

    joydivison Lv.1

    24.10.17 · 252.♡.35.165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님 소설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게 작별하지 않는다 에요. 문장 하나하나가 정말 섬세하게 다듬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 뭐다앙

    뭐다앙 Lv.1 → joydivison 작성자

    24.10.17 · 221.♡.169.238

    저도 소년이 온다랑 채식주의자와 함께 이 책까지만 읽었는데 이 책이 1순위로 올라갔습니다만 충격적인 책읽기 경험은 아직 소년이 온다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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