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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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0.1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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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이나 광주 라는 단어를 들으믄 한번 더 신경이 쓰인다. 뭐라고 할꺼나 기대는 없어도 꾸역꾸역 들어는 본다. 한강작가 노벨상을 탔단디 아무 사람이 아무책으로 받았으믄 그랬는갑다~ 하고 잊어부렀을 것을 5.18을 다뤘단께 읽어는 봐야제.
도청에서 시민군을 돕다가 죽은 소년 동호를 시작으로 이미 혼백이 된 동호 친구, 살아남았으나 공권력의 폭력에 여전히 고통받는 여성, PTSD에 시달리는 당시의 시민군 남성, 그리고 동호 어머니의 독백과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엮인 3인칭 군상 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울었다고 할 정도로 감정 소모가 심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는 말처럼 작가가 탁월한 공감력과 생생한 문장력으로 깊은 슬픔에 침잠해버렸음을 알게된다. 너무나 깊은 슬픔이 너무나 가볍게 날아와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산문 시 같은 소설이었다. 고통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필요하며 준비됐어도 나를 휘청이게 만들었다. 책 속 화자들이 말하는 슬픔과 고통을 현대의 우리가 공감하기는 어렵다. 아니, 공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만큼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창작물은 이전에는 없었고 이후에 나올지 의심스럽다. 굳이 비유하자면 다른 창작물들이 5.18에 대한 유의미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지수가 0이나 음수라면 이 책이 비로소 양수의 결과물을 낸 것이다.
감정소모가 힘들지만 탁월한 문학작품이라 금방 읽힙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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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스코티님의 댓글
좋은 서평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