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희교수님이 이야기 하는 오지랖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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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면먹고갈래 211.♡.254.25
작성일 2024.10.18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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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QXWDgcsW_6o

*원래는 정준희교수님의 100분토론에 대한 코멘트를 듣고자 시청했으나, 이후 순서에서 오지랖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감명이 깊어 정리하는 의미로 사견을 담아 작성해봅니다.


+

오지랖의 본래 뜻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오지랖이 너무 넓으면 쓸데없이 몸을 너무 많이 휘감게 되어 너무 많이 감싸게 되는 셈입니다.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은 본디 긍정적/부정적 의미를 동시에 지닙니다.

1. 안 해도 될 남의 일에 나선다. (긍정적 의미)

2.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이나 간섭을 한다. (부정적 의미)


하지만, 근래에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은 인식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정적 의미만이 강조되는 "좁은 의미"로 통용되는 경향을 지닙니다.


오지랖은 기본적으로 '굳이 나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심도 갖고, 애정도 갖고, 애도 쓰는 상대에 대한 호의적 행위'를 뜻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오지라퍼의 행위가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생각해볼 지점이 있지만요.


오지랖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부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사실 오지랖과는 별개의 그냥 공격적인 언사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생각해주는 척 외모 지적을 하거나, 그 사람의 단점을 불필요하게 들춰내는 말을 하는 것 등은 오지랖이 아닙니다.


하지만 오지랖이 근래에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는 이유는 개인의 영역에 대한 경계선이 굉장히 명확해졌고, 왠만하면 나를 들여다보거나 관심 갖지 않기를 바라는, 과도한 관심은 싫은... 이 현상이 훨씬 중요해져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결국 오지라퍼의 문제가 아니라, 오지랖을 부정적으로 정의하는 사람들이 더욱 예민해졌기에 부정적 의미가 주류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원래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던 오지랖이라는 의미가 왜 부정적인 의미로 역전된 분기점이 어디인가? 결국 그 원인은 '인터넷'입니다.


소심하거나 오지랖을 못 부리는 사람들은 예전엔 그냥 당하고 말았지만, 지금은 집에 가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씁니다.


그 글이 호응을 얻고 비슷한 류의 다른 사람들이 글을 여기저기 퍼날라지고 확산됩니다. 일정 수준 이상 확산이 되면 대세가 됩니다.


이 현상을 보는 시선은 결국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그 글에 공감하는 부류이고,

두 번째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기검열하는 부류입니다.


'내가 무심결에 했던 이런 행동들이 결국엔 오지랖이었나? 내가 과도한 건가? 쓸데없는 행동을 한 건가?' 하고 스스로 경계하고 긴장하며 위축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이런 사람들이 실제 소수는 아니지만, 이미 심리적으로는 소수가 됩니다. 왜냐하면 오지랖이라는 말이 나에게 붙는 순간, 부정적 의미로 작용될 테니까요.


오지랖이라고 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지극히 협소한 의미로 쓰이면서,

결과적으로 우리는 남한테 관심을 안 쏟는 게 미덕이 됩니다.

서로 간에 신경을 안 쓰고 신경을 단절시키는 것, 아예 관심도 안 두는 거.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일테나까요.. 누군가에게 욕먹지 않으려면...


예를 들어, 쓰러진 사람을 내가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해서 구했는데, 나중에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소송을 걸더라. ‘여러분은 앞으로 저같은 경우를 당해도 절대로 나서지 마세요. 정말 조심하세요’... 같은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셨을 겁니다.


물론 그런 이상한 사례가 아예 없지는 않겠으나,

마치 그게 삶의 교본인 것처럼 그런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도 그냥 무시하세요~라고 얘기하는 게 세상을 더 현명하게 사는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것이 마치 사회적 규범인 것처럼 작용하는 게 과연 올바른가? 라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오지라퍼라는 말이 생겨나고 유행했던 것이 바로 이 현상의 증거입니다.


어떤 사람이 내 주위에서 큰일을 당했을 때 모른 척하는 부류의 행동은 결코 개인주의가 아닙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에서도 그런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남을 돕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은 개념입니다.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있어야 개인주의도 유효한 것임을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두 가지 나쁜 점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1. 남을 눈치 안 보고 공격하는 사람

2. 남에게 아무런 관심도 안 가지는 사람


1과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권력자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나이가 많다던지, 지위가 높다던지.. 어쨋든 누군가를 깔아뭉갤 수 있는 뭔가가 있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자기들을 견제할 수 있는 오지라퍼의 존재를 억압하고 이미 위축시켜버렸으니 그들을 견제하는 존재가 없기에 그들은 더욱 활개칠 수 있습니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해도 모두가 무관심할 테니까요.


종합해보면, 결국 이건 오지랖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지랖의 진정한 의미를 혼동하여 지적하고 공격해서 사회적으로 차단시켜버리는 사람들의 논리는 결국 공감 능력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좋은 의미의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이나 정당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되려 오지랖 부리지 말라며 입틀막을 당하고,

권력자가 오지랖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비난과 혐오의 표현을 하는데는 아무 말도 못하고,

오히려 그것이 마치 쿨한 것처럼 받아들여져 오히려 일부의 지지를 받는 사회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이 현상의 표본이 바로 '이준석과 펨코'입니다.


전장연의 시위를 비난하는 이준석과, 장애인들의 투쟁은 인정하지만 당신들 때문에 우리가 불편을 겪었다며 이준석의 비판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모습.


내가 한 발만 물러서서 넓게 생각해보면 충분히 용인해주고 이해해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너무나도 냉정하고 협소해진 사회 분위기. 약자들에 대해서 인정 없는 태도들...


우리는 괴물이 되어버린 2찍 출신 권력자들과, 그들에게서 이기심이 전염되어 인간성을 상실해버린 2찍들..

그리고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무관심하고 그저 나의 이익에 복무하는 저관여층과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위에 언급한 사회적 현상에 우리 또한 비록 1찍이지만 은연중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완배 기자가 최근에 올린 영상에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기심은 전염된다..."

확실히 악은 빠르게 전염되고 확산됩니다.

더럽혀지기는 쉽고 깨끗해지기는 참으로 어려운게 세상이치긴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힘든가봅니다.


그래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

각자 깨어서 이 힘든 세상 인간성을 붙들고 더불어 살도록 몸부림쳐야겠습니다.

모두 건투를 빕니다.

댓글 9 / 1 페이지

고약상자님의 댓글

작성자 고약상자 (192.♡.86.240)
작성일 05:20
저는 1994년부터 인터넷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때는 www 서비스도 없었던 시절이었고, 주로 telnet, gopher, ftp 같은 걸 쓰던 때였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도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오지랖이 넓다는 말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고,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부정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한 것은 아닐 겁니다.

초보아찌님의 댓글

작성자 초보아찌 (248.♡.121.21)
작성일 06:13
이기심은 전염된다는 말 100퍼 공감합니다.
요즘엔 남은 어찌 되었건 지 이익만 찾는걸 똑똑 하다고 생각하는
ㅂㅅ들이 너무 많은거 같아요

마법사님의 댓글

작성자 마법사 (180.♡.108.246)
작성일 06:58
잘 봤습니다.
그리고 제목이 ‘관현’ 아니고 ‘관한’ 입니다. ㅎ

달려라하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달려라하니 (180.♡.47.9)
작성일 06:59
오지랖이란 단어의 사용과 별개로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로 온갖 이상한 사람들이
정상인인척 글써서 호응을 유도하고 맞장구치며
실제사회에 이상한 흐름을 만들어내는건 맞죠

그게 옳은일인척 정당한척 하지만
결국엔 나는 남 피해주든말든 모를일이고
나는 조금의 손해도 보기싫은 이기심.

이미 사회는 피폐해졌지만 되돌리기엔 늦은거같습니다

민한량님의 댓글

작성자 민한량 (220.♡.160.49)
작성일 07:04
글 내용에 공감합니다. 생각해 볼 내용이 많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니지우다니엘님의 댓글

작성자 하니지우다니엘 (20.♡.2.8:f0.♡.1.2c::8db0:ddd6)
작성일 07:1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지랖에 대해 부정적 의미만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스크랩 합니다

D다님의 댓글

작성자 D다 (2406.♡.10.8:f523.♡.5.77cf:f2.♡.8.9a)
작성일 07:53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해시라이브 보시면 이런 생각해볼 만한 주제 많이 나와요. 길어서 보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만 좋은 컨텐츠니 추천드립니다.ㅎ

재봉틀쟁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재봉틀쟁이 (14.♡.38.147)
작성일 08:56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네요~~^^

인생은경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인생은경주 (58.♡.24.41)
작성일 09:14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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