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전란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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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Freedaemon 116.♡.20.254
작성일 2024.10.19 20:33
50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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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엄청나다 뭐 이런건 아니고,

지금 시대에 주는 의미도 있고,

액션신도 괜찮았고,

각 배우들의 연기도 그럭저럭 좋았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좋았다 나빴다가 아니고,

이미 다모앙에서 이런 저런 내용을 들었었는데, 그 중에 이종려의 처와 아들이 죽게되는 그 장면을 볼때 과거의 모습이 떠올라서 입니다.


짧게 설명하면 노비인 천영(강동원)이 불타는 집에서 이종려의 처와 아들을 구하려고 했다가,

천영의 손이 닿자 천영에게 천한 노비가 손을 댔다고, 스스로 아기와 불길에 뛰어드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자 아주 오래전 국민학교 3학년 즈음의 일이 생각 나더라구요.


친구랑 학교 정문 입구 근처에서 놀고 있다 날도 어둑해져 집에 가려고 할때 였습니다.

{그 당시엔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문을 모두 닫아 버렸습니다.}

학교 안에서 어떤 치마를 입은 여자 아이가 학교 밖으로 못나오고 있더군요.

선생님을 찾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울고 있는걸로 기억합니다.

그러자, 같이 있던 친구가 망설임 없이 정문 위를 타고 올라가 학교 안에 있던 여자 아이에게 손을 내밀더군요. 

"자 손잡고 올라와"

그런데, 지금도 여자 아이의 반응은 저에겐 아주 또렷이 남아있는 기억입니다.

"싫어, 넌 못살고 더러운 애잖아. 저리가!"

사실 살짝 걱정이 됐습니다. 혹시나 그 친구가 여자애 한데 화를 내거나 때리거나 할까봐요.

그런데, 그 친구는 그냥 내려와 돌아오더니 "가자" 그러더라구요.

전 겁도많고 운동신경이 좋은것도 아니라서... 그런데 올라가본적도 없을 어린나이라...

그냥 친구에게 "왜 그냥 가게???" 물으니,

"응 싫다잖아"라고 나즈막히 말하면서 발을 옮기더군요.

전 그 여자애를 한두번 뒤돌아보고 그 친구랑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친구는 집 형편이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었죠.

정말 도끼로 한두번 치면 무너질 것 같은 초가집 비슷한 그런집에,

그 친구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집에도 거의 없고,

어머니는 거의 무기력하게 삶을 사시는 그런 분이었구요.

그 친구는 영양이 안 좋아서 인지, 다른 아이들보다 거의 10센치는 키가 작았고,

얼굴엔 항상 버짐이 가득했습니다.

옷이나 신발 입고있는 행색이야 말할 나위도 없었죠.

그 친구의 별명이 짱돌이었는데, 

본인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이 들면 (남자 애들한테는) 자기보다 학년이 높아도 (생각해보면 자기보다 저학년한테는 안그런듯) 참지 못하고 걸핏하면 싸웠습니다.

하지만, 체구도 작고 하다보니 얻어 터지기 일쑤였죠.

그래도 포기할 줄 몰랐고 한번은 돌을 들고 싸우던 애의 뒤통수를 때린적이 있었죠.

머리에서 피가나고 난리도 아니긴 했었는데 그일 이후로 짱돌이 되었죠.


전 반이 갈리기 전인 4학년때까지 그 친구와 항상 어울려 놀았습니다.

전 정말 착한애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제가 친구가 거의 없고, 기억력도 정말 안좋아서 초중고 전부 다해서 이름을 기억하는 애들어 거의 없는데, 아직도 그 애 이름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도 대학을 가서도 가끔 생각나던 아이였고, 사회에 나와서도 아주 간혹은 이 아이 얘기를 한적이 몇번 있습니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곤 고등학교 땐가 시내에서 한번 본게 전부였던것 같은데,

그 친구는 결국 중학교때 학교를 자퇴했다고 들었습니다.

뭐 깡패가 되었다. 소년원에 갔다. 그런 얘기를 몇번 들은게 전부이긴 합니다.


암튼 그 친구와 그 일이 있은 후 였을까요?

어린 나이긴 한데 사람의 본성과 환경이 끼치는 영향이랄까?

그런 생각을 엄청 많이 한것 같아요.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진 환경(외모, 재력 등)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 

이런 생각두요.


그래서 전란에서 보았던 종려는 정말 남다르게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손내밀던 천영과 이종려의 부인의 모습...

그 장면이 너무 강하게 다가오더군요.

댓글 4 / 1 페이지

파이프스코티님의 댓글

작성자 파이프스코티 (115.♡.216.39)
작성일 어제 04:31
유년 시절의 기억과 오버랩 되었으니, 영화가 더 와닿았을거라 봅니다.

저도 잘 보았눈데, 우리나라 현실을 꼬집는거 같아 많이 아팠습니다.

Freedaemon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reedaemon (254.♡.194.191)
작성일 어제 11:40
@파이프스코티님에게 답글 네 저도 그런 부분이 많았습니다.
내용이 좋았어요.

Rebirth님의 댓글

작성자 Rebirth (211.♡.73.107)
작성일 어제 10:35
유년시절의 기억아 재미있네요
소설책 같아요

Freedaemon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reedaemon (2001.♡.8.626d:76f6:c93:d057.♡.5.26bf)
작성일 어제 11:41
@Rebirth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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