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시 -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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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0.21 19:28
본문
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문학동네 2004 여름/
댓글 6
/ 1 페이지
그루님의 댓글
참.. 특별한 어휘나 미사여구, 아무도 모를 만한 독특한 단어를 쓴 것도 아니고 누구나 쓰는 흔한 일상어로 이런 문장을 만들어 낼수 있다는게 정말 소름 돋을 정도입니다..
이번에 수상하고 발표한 짧은 산문 ’깃털‘도 너무 좋았아요.
오디오북이나 인터뷰를 들으면서는 아.. 이분은 목소리마저도 문학이구나..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이번에 수상하고 발표한 짧은 산문 ’깃털‘도 너무 좋았아요.
오디오북이나 인터뷰를 들으면서는 아.. 이분은 목소리마저도 문학이구나..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damoim님의 댓글
정말, 작가로서 어휘력과 표현력 보다도,
'사람(자신과 타인을 포함한)'에 대한 이해가 정말 깊으신 것 같습니다.
'사람(자신과 타인을 포함한)'에 대한 이해가 정말 깊으신 것 같습니다.
웃자오늘도님의 댓글
생각을 표현해내는 방식이 정말 좋네요.
그냥 확 맘으로 다가오는군요.
하긴, 노벨문학상 수상자죠, ^^;;;;;;;;
그냥 확 맘으로 다가오는군요.
하긴, 노벨문학상 수상자죠, ^^;;;;;;;;
사막고래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