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친서방 후보 과반 득표 실패 결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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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20일 수도 키시나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키시나우/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에서 20일(현지시각)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과, 친서방 성향인 현 대통령이 예상보다 적은 득표를 얻어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함께 치러진 유럽연합(EU) 가입 국민투표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찬성과 반대가 팽팽했다.
이날 치러진 몰도바 대선에서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이 41%로 1위를 했으나, 당선에 필요한 50% 득표에 못 미쳐 다음달 3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경쟁자인 친러시아 성향의 사회주의당 후보 알렉산드르 스토이아노글로 전 검찰총장이 27%로 뒤를 이어, 산두 대통령과 다시 맞붙는다.
이날 함께 치러진 유럽연합 가입 국민투표에서는 98.42%가 개표된 가운데 찬성이 50.08%, 반대가 49.92%로 초박빙이었다. 이번 국민투표는 헌법에 유럽연합 가입 명기 여부를 묻는 것으로, 전쟁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몰도바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와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주목됐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쉽게 이길 것으로 집계됐으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비비시(BBC)는 유럽연합 가입에 관한 국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내부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두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어 외부 개입으로 인한 “전례 없는 공격”이 몰도바 민주주의에 가해졌다고 비난했다. 그는 몰도바의 이익에 적대적인 외국 세력과 같이 일하는 범죄 단체들이 30만표를 매수하려고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며 “전례 없는 규모의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산두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러시아로 망명한 친러 성향의 재벌 일란 쇼르가 매표 공작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몰도바 경찰은 궐석재판에서 이미 사기와 절도로 징역형을 받은 쇼르에 대해 적어도 13만표를 매표하려 한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한 몰도바는 그 이후 친러 정권과 친서방 정권이 번갈아 들어섰다. 산두 현 대통령은 몰도바 독립 이후 가장 강경한 친서방 정권으로 유럽연합 가입을 강력히 추진했다. 러시아가 자신을 타도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해온 산두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을 줄이면서 탈러시아 행보를 확대했다. 산두 대통령은 2030년까지 몰도바의 유럽연합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산두 대통령이 근거 없는 러시아 혐오증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