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기후·에너지 인터뷰①] 전기가 무척 중요한데 정부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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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더워지는 여름이다. 어디서든 에어컨을 찾게 되지만, 쓸수록 기후위기가 심각해진다는 불편한 사실도 마주하게 된다. 폭염에 에어컨을 사용할수록 전기 소비가 늘고 온실가스 배출은 많아진다. 어디 에어컨 뿐일까.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일상과 업무에 녹아든 AI와 데이터센터까지 모두 전기가 필요하다.
한국의 전기는 여전히 석탄, 가스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해 생산된다. 게다가 친환경을 가장한 핵발전을 늘리는 계획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50%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도 높은 화석연료 발전 비중(60% 이상)인 한국에서도 에너지와 기후위기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전기를 어떻게 공급하고 에너지 수요를 어떻게 예측할지가 우리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유다.
지난 5월, 정부는 향후 15년간의 전기 수요와 공급 계획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했다. 세계 기준보다 뒤처지는 탈석탄과 핵발전에 집중한 계획 등이 담겨 시민사회는 재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8월, 산업부가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하반기 중에는 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녹색연합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중요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친절하게 설명해 줄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을 만났다.
*전력수급기본계획 : 우리나라 발전소와 관련한 기본적인 행정계획으로 미래 전력 수요의 증가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발전소를 어디에 얼마나 지을지를 계획한다. 송전·변전 계획까지 나오기에 전력에 관한 가장 중요한 계획이다(15년 단위, 2년마다 수립)
이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의 핵심어를 묻자 '핵발전', '절망적', '미루기'라고 답한 이헌석 위원. 그는 이번 계획의 모든 내용이 핵발전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에 핵발전소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당장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계획은 지금이 아닌 먼 미래로 미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다.
"미니 태양광은 지금 당장 설치할 수 있다"
-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담긴 주요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구체적으로 11차 전기본은 윤석열 정부가 만든 두 번째 계획입니다. 10차 때는 신한울 3, 4호기 핵발전소 건설을 비롯해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같이 핵발전을 중심으로 수립되었습니다. 11차 전기본은 데이터센터·반도체 수요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 추가로 3기의 거대한 핵발전소와 작은 핵발전소(SMR=소형모듈형원자로) 1기 설치가 포함되었습니다."
- 계획대로 핵발전소를 늘린다면 기후위기 대응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전세계 전력 수급과 관련한 흐름은 핵발전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도 짓고, 재생에너지도 지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적절치 않습니다. 핵발전소는 건설에만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만, 미니 태양광은 지금 당장 설치할 수 있거든요. 또한 핵발전은 핵폐기물과 안정성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더 친환경적이고,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태양력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바탕으로 2030년이 된다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석탄화력발전소를 빠르게 멈추는 '탈석탄'입니다. 그런데 2030년에도 많은 석탄화력발전소와 가스화력발전소가 남아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2030년 NDC는 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년에는 전세계가 2035년까지의 NDC를 발표해야 됩니다. 11차 전기본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2015년 195개국이 채택한 파리협정에 따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각 회원국이 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한국의 전기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세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 늘리자고 약속했습니다. 한국도 서명했을 뿐 아니라, 작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결정 사항이었죠. 그러나 이는 전세계 평균을 말합니다. 대한민국처럼 소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용량을 더 빠르게 늘려야 하죠. 특히 지금껏 재생에너지를 늘리지 않아 풍력, 태양광 발전 모두 9%에 불과한, 아주 낮은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보이는 대한민국은 더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합니다(2023년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약 30%).
11차 전기본에는 산술적으로는 '3배' 늘린다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온실가스를 제대로 감축하기에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나 역할을 고려했을 때 굉장히 부족합니다."
핵발전소 지어도 송전선로가 부족한데?
- 이외에도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심각한 문제는 발전소를 짓더라도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선로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발전소를 짓는다고 어디서나 전기를 많이 사용할 수 있지 않습니다. 이때 발전소를 어떻게 분산형으로 설치할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전력 계획은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동시에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를 통해서 이런 에너지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분산시켜 전국 각지로 나누는 것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 분산형 에너지: 지금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과 달리 에너지를 쓸 곳에서 만들고 소비하는 에너지
지금까지는 에너지 다소비 지역이 타 지역에서 에너지를 끌어다쓰며 핵발전, 석탄화력발전, 초고압 송전탑 등에 따른 주민과 환경 피해가 발생해왔다. 앞으로는 에너지 다소비 지역인 도시의 에너지 전환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사회와 많은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와 핵발전으로부터 안전한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력망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대형 발전원이 아닌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윤석열 정부는 화석연료 퇴출에도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런 기조가 계속되면 당장 2030년, 나아가 2050년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RE100관련 문제들이 많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애플, 구글 같은 기업이 RE100 선언을 했다는 소식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선언인데요, 단순히 그 기업이 직접 사용하는 에너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애플의 경우, 어떤 에너지를 이용해서 반도체칩을 만들었는지, 운반과 포장, 생산 과정에서 어떤 에너지를 사용했는지를 모두 고려하게 되죠. 주로 반도체를 수출하는 대한민국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면 판매가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유럽연합은 2026년도부터 탄소국경조정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입 철강 제품의 경우, 그 나라에서 탄소세를 내지 않으면 유럽에서 탄소세를 내는 것이죠.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은 당장 기후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역과 수출, 생산과 일자리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전기, 시민사회가 정부 견제해야"
- 앞으로 전기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전기본은 석탄화력발전소가 언제 폐쇄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를 더 확장해서 본다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일자리, 지역에 미치는 영향, 전기요금의 인상과 조정에 따른 여러 문제들을 충분히 다루고 논의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단지 온실가스 배출만 줄인다면, 과격하고 불평등한 계획이 수립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라면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서 기후정의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고, 실질적인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정부와 정책 결정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실무안 발표 이후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언론의 한두 가지 보도 외에는 정부가 어떤 내용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에도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의 일방적인 계획이 아니라 국가의 계획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이 계획이 정말로 당당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근거와 내용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 바람직한 11차 전기본을 만들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정부가 이렇게 독주하고 있을 때 시민사회가 이를 견제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 11차 전기본 내용을 알리고 언론, 국회, 태양광 협동조합 등 다양한 분들과 힘을 모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발전소 노동자를 포함한 정의로운 전환의 주요 이해당사자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단어가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전기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이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발전소에서 우리 집, 회사, 학교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오는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재의 기후위기 문제와도, 정의로운 전환의 주요 의제들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전기이기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우리가 어떤 전기를 쓰는 것이 더 좋은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책위원은 시민들이 할 수 있는 3가지 역할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전기본 내용을 이해하는 것, 두 번째는 전력 문제가 기후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만큼 국가 정책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것(공청회에 의견을 내거나 함께 이야기 나누기), 세 번째는 모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을 바로세울 수 있도록 기후정치가 제대로 실행되는 것이다.
출처 :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3052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