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106.♡.73.134)
2024년 4월 11일 PM 02:00
사람마다 다 느끼는 게 다르겠지만,
언제나처럼 '상상한 최선의 결과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평범한 이치를 새삼 깨닫게 된 선거였습니다.
정말 어려운 고비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여건이었던 것도 맞았으니까요.
어쩌면 87년 체제의 종식을 이렇게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요.
출구조사 보면서 확률상 충분히 200석 가능해 보여서 좋은 것도 있지만,
꼭 낙선시켰으면 싶었던 인물들의 거의 다 낙선하는 결과여서 더욱 더 좋았습니다.
개표 초반의 이상기운이 개표함 순서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좀처럼 예상처럼 따라잡지 못하는 접전지들 결과 보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석 물건너간 게 확실해진 순간, 밤을 새서라도 개표방송을 끝까지 보려던 의지가 꺾이더군요.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해 보니,
이번 총선 돌입할 때 생각했던 차악, 그러니까 현상유지에 준하는 결과로 마감했더군요.
최악을 막았다, 이 정도도 잘했다, 지난 번의 압승보다 더 이겼다는 위안을 하면서도,
거주하는 지역도 출구조사와 달리 뒤집힌 결과에 안타까워하는 집사람을 보며,
우리 실력이 여기까지라는 걸 다시 절감해야 했습니다.
지금와서 잘잘못을 탓해서야 뭐하겠습니까만,
저는 이 모든 결과를 잉태한 몇 가지 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가 접는다면, 같이 접는 게 너무나 당연한 수순 같았음에도 끝까지 고집하다,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국민들에 의해 추방된 심상정과 정의당, 그리고 이번 총선의 녹색정의당의 아쉬운 선택을
다시 한번 되새김했습니다.
저들의 무도함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지만,
그 무도함을 이길 이성을 발휘했어야 할 정치집단이, 대중정치집단이라면서 국민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알박기를
포기하지 않은 어리석음은 원내 진보정당의 오랜 역사를 스스로 문닫게 한 최악의 선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보다 조금 더,
역시 우리의 잘못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180석을 갖고도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머뭇거리다가 정권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그 주범들이 누구였는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검수완박을 속도감있게 해 내지 못하도록 훼방한 자.
다 만들어진 언론개혁법을,
끝내 좌절시킨 언론계 출신의 국회의장을 비롯한 언론계 출신의 당대표와 국회의원들...
이번 총선에서도,
그 검찰과 그 '언론 참칭 세력'들은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습니다.
필사적으로 김준혁, 양문석 의혹을 부풀렸고, 공영운까지 삼종 세트로 매일 물고 뜯었습니다.
공후보의 경우 이길 수 있었던 선거였고, 선거운동 전략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어이없이 역전패할 상황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양자대결이던 김준혁, 양문석은 살아남았지만, 3자 대결이던 공영운은 패배하면서,
민주당 화성불패 신화를 마감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김준혁과 양문석은 당선되었지만,
이 둘을 물고 뜯은 저들의 노골적인 개입은 일부 접전지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저들이 실제로 노린 것은 바로 그것이었구요. 알면서 당한거죠.
검찰은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이구요.
다행히 이번 총선에서 검찰하고는 '끝을 볼 각오'로 정당이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을 대신 져 줄 든든한 우군이 생긴 거죠.
10석의 벽 때문에 (이중적 의미입니다. 200 - 10석, 20 - 10석) 쉽진 않겠지만,
검찰의 난을 꺾지 않으면 되치기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 또 머뭇거리면 또 죽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언론개혁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지난 번보다 조금 더 개혁적인 인물들이 다수 포진하기는 했으나,
언론의 난동에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고,
거부권의 벽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언론 참칭 세력들이 거부권 행사를 부추길 게 뻔하니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해내야 하니 참 갈 길 멉니다.
세 가지의 실책.
그 중 하나는 치워졌고,
다른 하나는 우군이 생겼습니다.
마지막 하나인 언론개혁.
이걸 못하면,
선거 때마다 이렇게 저들의 준동을 또 봐야 합니다.
당장 8월로 다가온 MBC 사장 선임건이 고비겠네요.
방송통신위원회는 5명이 합의제로 운영하도록 만든 제도가 걸레가 되어,
윤석열은 두 명만 임명해서 자기들 맘대로 방송을 길들이고 있고,
역시 같은 의미의 합의제 사회적 심의기구인 방통심의위는 더욱더 가관으로,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보도에 개입하고 있는 중입니다.
190석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우리 역사에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진보세력 압도의 22대 국회마저 이 숙제를 못해낸다면,
3년 이내 또 찾아올 대선에서,
또다시 이 거대한 벽에 막혀 국민들의 삶이 질곡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을 봐야 할지 모릅니다.
부디 모자라는 10석을 투지로, 결기로, 그리고 지혜로 채워서,
반드시 이 난국을 돌파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험지에서 끝까지 분투하신 민주당의 모든 후보들에게,
일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씀과,
실망하지 말고, 다시 밭을 일구시라는 격려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재명 대표, 조국 대표 수고 많으셨고,
김어준 총수 고생 많았고,
이동형 대표를 비롯한 스피커들도 고맙습니다.
무엇보다도,
쉽지 않을 줄 알면서도 같이 간절히 바라면서 달려왔던,
많은 시민들께 고맙습니다.
댓글 (0)
-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