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목소리 들려주는 건배사 하고 욕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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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칠봉스 104.♡.68.24
작성일 2024.11.09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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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관공서 대상으로 영업하는 회사에요

한달 전에 회사가 분당에서 서울로 이사와서 열댓명 되는 직원 중 9명 나가고 2명 들어왔는데.

우리팀은 실무자 저만 남았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일이 몰리는데 지피티 쓰고 해도 안쳐지더라구요. 좃소기업이라 이사다 뭐다 화분 배치하고 하다보면 시간 겁나 모자라쥬.

그러다가 어디서 굴러먹다온 시장이였던 고위 인사가 합류. 전담으로 절 붙였는데 이미 일도 많은데. 그 사람 오자마자 한 일이 수기로 쓴 워드 타이핑하는거였어요. 

그 전에도 비슷한 공무원 고위 인사가 온 적 있어서, 오기 전부터 사람 데리고 와야 커버 가능하다고 했는데. 데리고 온다던 사람은 캔슬하고 안옴.

그 사람 오고선 비서마냥 티켓팅하고 제안서 기한 임박도 아닌 이미 기한 지난거 2-3개씩 던지고, 개인적인 티켓팅 부탁해서 하루종일 새로고침해서 SRT 티켓 사고, 그런데 오늘 제안서 왜 안했냐고 개지랄 떰.

그러다가 금욜 저녁 4시에 오더주고, 월요일날 간다면서 우리가 중소기업이니 을 아니냐면서 주말 갈아넣으라고 시전. 그래서 약속 캔슬하고 8시 넘어서까지 일하다가, 심심했는지 술자리애 불러서 술한잔 했는데. 이번엔 오너가 아까처럼 말대꾸하지말고 예스맨으로 하는게 좋겠다 계속 시전. 빡치지만 아닦하고 있었음.


그러다가 아이한테 사랑해 사랑해 아빠 사랑해 라는 카톡 음성 메세지가 와 있어서 흐뭇하게 듣고 다시 술자리로 갔는데.


자꾸 건배사 구리다길래. 아이 목소리 들려주면서 내가 가장 좋은거라며 건배사를 대신했는데. 오너가 분노하면서 왜 이런거 들려주냐면서 대격노하더라.

나 어이가 없고 아이한테 미안했지만 일단 자리 떴는데. 기분이 안좋아서 퇴사 고민중

안그래도 역피라미드 구조에 실무자 없어서 개고생중인데. 예스맨 되라는 강요 중에도 퇴사 꺼낼까 했는데. 아이 음성 듣고 격노하는거 보고 정 떨어지더라.

아이한테 미안하고 떳떳하지 못한 아빠 되고 싶지 않고, 시장이던 나발이던 나 먹여 살려줄것도 아닌데 잘보이라는 것도 내 마인드 아니고. 자존감 높은 편이라서 파트너쉽으로 일하는 타입인데.

지금까지 참은것도 보살급이란 생각인데. 형들 생각은 어때? 거진 4-5 년 다녔고 이직하면 새로 적응하는게 힘들고, 이번에 청약되서 화성으로 가서 일자리게 좀 줄긴 했지만 디자인 마케팅 기획 다 가능해서 구하는건 어렵지 않겠는데.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긴 할듯.

난 시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데. 무슨 시장 출신이 회사에 온게 대단한것마냥 하는 것도 나랑 별로 무관한데. 서포트 못하면 나도 짤리단 그런말 들으면. 내가 개좀마니로 보이나 싶더라구. 

더 많은 얘기가 있지만 적기 힘들다. 난 당장 내일 퇴사 의사 밝힐건데. 이 정도면 심한거 아냐?! 도저히 다녀줄 수 없다. 그들 입장에선 데리고 있었다고 말하겠지만, 졸라 일 다 쳐주고 했는데. 우리 아이가 욕먹는 것 같아서 글까지 남기게 됐네. 효율성을 넘나 중시해서 글 안쓰고 눈팅만하다가 넋두리 남김.

고딩때 암기만 좀 더 했음 이런 수모 안당했지 않을까 싶어  창업이 꿈이라 좃소 갔는데 이런 수모 겪는거 이제 지겹다  버티고 버티다 경려구15년차 넘었는데  이제 팀장급 되서 더 배울것도 없어 보이고, 이제 창업이나 프리하면 되겠다 싶은데 고정수입이 한순간 사라져버리는게 가장으로써 아쉬울뿐..

누가 객관적으로 봐줘. 어쨌거나 내일 바로 퇴사 의사 날릴거야. 가족과 시간 못보내는 게 유일한 내 발작버튼이라 생각했는데. 아이 욕먹는 상황 생기니, 더 큰 퇴사 발작버튼이더라.. 쓰다보니 반말이 됐네요  기분 나뻤다면 죄송합니다.

오늘도 취한 사람들 다 데려다주고 대리 불러 오니 이시간인데  억울에서 잠이 안와서 남겨 봅니다.


댓글 4 / 1 페이지

마왕님의 댓글

작성자 마왕 (58.♡.219.203)
작성일 11.09 05:46
그까짓 것들 이겨 내시자구요!

아달린님의 댓글

작성자 아달린 (211.♡.3.238)
작성일 11.09 05:56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지만 그렇기에 삶속에서 문득 스치는 행복의 순간들이 더 가치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에서 가장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동시에 그 무게를  견딜 수 있게 하는 아빠만이 가질 수 있는 희열도 느껴집니다.
저는 미혼이라 일 폭풍와중에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음성 메세지를 받았을 때 어떤 감정일지 상상도 가지 않네요.

회사는 이직이든 창업이든 꼭 다음 스텝 준비를 어느정도 마치고 결정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새벽에 물먹으러 잠깐 깼다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는 글을 봤네요

힘내십시요

동동동대문을열어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동동동대문을열어라 (115.♡.59.108)
작성일 11.09 07:32
별 어이없는.. 제가 상사라면 애기 얼마나 귀여운지 사진이라도 한번 보여달라고 했을것 같습니다

칠봉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칠봉스 (172.♡.94.42)
작성일 11.20 05:34
@동동동대문을열어라님에게 답글 답글 감사합니다. 위 사건으로 타격 받아서 일단 퇴사 통보 했네요. 좀 불안하긴한데. 감정 일단 잘 추스리고 있습니다 : ) 힘이 나는 답글 너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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