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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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시간이 새벽 두 시를 갸웃 넘고 있다.
뜨거운 계절을 앞 둔 아스팔트는 차갑지는 않지만 , 수십여년 이 나라를
먹어치워온 괴물들의 카르텔 만큼이나 딱딱하다.
그 딱딱한 바닥 위에 얇은 한장의 신문지를 주섬 주섬 깔고 둘러앉는다.
다른 날 보다 길어진 행진 탓인지, 열기 어린 수십만의 함성 탓인지,
그도 아니면 피맛골 뒷 골목에서의 흥겨운 뒷풀이 탓이었는지
서로의 얼굴은 모두 불콰하니 발그래하다. 멋쩍은 웃음을 두르고
차마 섯불리 어둠이 내려서지 못하는 사위를 휘휘 둘러본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을 피곤한 벌레처럼 길게 드러누운 닭장차들.
가까웠다 멀어지고 다시 치밀어 오르는 아련한 함성소리.
눈길이 닿는 멀리 끝자락까지 군데군데 별빛 같은 촛불를 밝히고
둘러앉은 사람들 .
그렇게 광화문 사거리 18차선 대로에 우리는 광장을 꾸렸다.
묘하게 맑은 공명을 일으키는 동생 녀석의 목소리를 듣고있다가
그 끝에 뭉근 한 마디를 보탰다.
'끝없이 구불대는 차들의 흐름이 메웠을 이 광화문 4거리를
우리가 점유하고, 이 광장이 사실은 우리 것임을 확인한다는 것.
이 자리에 같이한 우리가 몸의 기억에 광장을 새겨 넣을 수 있다는 것.
몸에 새겨진 기억은 저항과 불복종의 유전자로 우리 다음의 세대로
그 다음의 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또 한 번의 함성이 날카롭게 가까워졌다 아스라히 스러져간다.
광장을 포위하듯 둘러 선 수십 층 빌딩들에 가두인 하늘을 올려다보며
치민 욕지기를 애써 가라앉힌다.
엉덩이에 베겨오는 딱딱한 아스팔트를 느끼며 ,분노를 차곡차곡 쟁이듯
목구멍 너머로 맥주 한 모금을 넘긴다.
새벽의 노곤함을 서로에게 기대며, 다시 가까워지는 함성을 바라본다.
멀리 동이 터오고 다시 아침. 어둠을 이겨내는 것은 게으른 태양이 아니라
바지런히 밤을 밝힌 너의 눈빛이다.
광화문 4거리 18차선 광장. 새벽 4시 53분....
함성소리 길게 날카로운 자욱을 남기며 하늘을 찢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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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 때
검역 주권 회복 촛불 시위 때 썼던 글입니다.
내일 그 때의 결기를 다시 아로새기고 광장에 나설려고 합니다
chyulining님의 댓글
그런 이대표님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가장 큰 힘을 줄수 있는 방법은,(수박원천차단까지)
광장에 모인 넘쳐나는 국민들을 보여드리는거라고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