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ECASTLE (39.♡.79.180)
2024년 4월 13일 AM 06:36
이번 22대 국회의원선거는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부터 기다려왔던 일 중 하나였습니다. 그 어디에도 밝힌 적이 없었지만, 대통령 선거가 새벽에 이상하게 바뀌고 또 매우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면서 그 상실감이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선택까지도 생각했었는데, 어머니께서 "니가 그렇게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도 멀쩡히 버텨내고 있는데, 지지자가 그렇게 행동하면 되냐?"라는 늬앙스의 꾸짖음에 나갔던 정신이 돌아왔죠. 아마 군대에서 몇 몇 사건 때문에 절대 그런 선택 하지 말아야지 했던 걸 오랫동안 망각했거나, 제 스스로 너무 정치색이 들었거나... 어찌되었든 침울한 기분을 전투적인 기분으로 바꿨고, 그 기대와 복수(!)가 이번 선거였습니다.
수 많은 정치 관련 TV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서적 등을 찾아봤지만, 정치라는 생물이 원래 그러한 건진 몰라도 내가 원하는 정답이 딱 나오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마 앞으로 몇 년을 더 그렇게 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이상과 현실이 합치되는 일은 나오기 힘들겁니다. 그건, 이번 선거가 잘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내 지역구 후보는 아니지만, 당선되길 바라마지 않았던 후보들은 죄다 떨어지고, 저런 종류만큼은 절대로 다시 보고 싶지 않겠다 싶은 부류는 열에 한 둘은 또 살아남았습니다.
혹자는 손자병법과 그것을 재인용한 일본 역사소설의 문구를 따와서 5할의 신승과 7할의 낙승, 그리고 10할의 완승 가운데 가장 좋은 건 완승이 아니라 신승이다... 라고 했는데, 이번 선거는 낙승에 가까웠음에도 원래 목표한 것들이 이뤄지지 않으니 신승처럼 느껴졌습니다. 뭐, 200석 이상의 완승을 했으면 당장은 기분 좋을지 모르겠지만, 병법서와 역사소설, 혹은 은하영웅전설 같은 소설에서 언급하듯이 완승에 대한 방심과 반작용은 더 큰 패배감과 굴욕감을 안겨줬을지도 모르기에 찝찝하지만 그래도 이긴 낙승으로 만족하려고 생각합니다. 다모앙에서도 많은 분들이 언급했고, 몇몇 시사평론가들도 지적하듯이 우리가 너무 크게 이겼으면 그것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내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이 지난 180석 때보다 더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약간 침울한 마음을 또 다독입니다.
지난 대선 전에 김어준씨가 밭갈이에 대해서 언급할 때, 나름 많은 사람들을 나와 같은 정치색으로 돌렸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집에서도 안갈리는 밭이 그렇게 쉽게 갈렸다고 자만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이번 선거기간 동안 많이 했었습니다. 굳이 음모론과 어둠의 세력(!)을 언급하지 않아도, 설득이 안되는 사람이라는 밭을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는 오랜 기간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경상도에서도 고집세기로는 순위를 앞다투는 여기 대구에서 도대체 어떻게 곧 70대이신 아버지라는 밭을 갈 것인가? 를 어머니를 보고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참고로 어머니는 노태우 시절에 그 당에 당원으로 가입했을 정도였지만, 이명박, 박근혜를 보면서 저런 인물이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가면 안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성찰로 인해서 무조건 민주당을 찍는 건 아니시지만, 국민의 힘과 그 전신/후신은 선택권이 없지 않는 한 선택하지 않으시는 인물입니다. 그런 어머니께서 그 완고한 아버지를 TV를 볼 때마다 대통령과 여당 선거대책위원장을 감정적/논리적으로 두들겨패면서 밭을 가시는 걸 보고 쇠뿔을 단김에 빼려는 생각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스라이팅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통령과 여당 선대위원장의 행동과 말하는 방식에 반감을 느낀 아버지께서 민주당을 선택했을 때의 그 쾌감은 아직까지도 짜릿하게 남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또 행동하지 않으며, 또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을 확실하게 우리 편으로 만드는 끈기있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마 사람에 따라서는 성공할지 아닐지 여부조차도 크게 차이나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도끼로 나무를 찍는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 당선되었으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어떤 삼국지 좋아하는 책사(!) 정치인이 그렇게 좋아하는 삼국지(연의) 고사에 주방이 가규를 속이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른 행동은 한 번 속여먹고 버릴 장기말이기에 가능한 행위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선거에서 계속해서 이기려면 주방의 고사처럼 한 번 눈속임으로 아웅할 것이 아니라, 계속 신뢰할게 만들 무언가가 지지자들에게도 필요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건 위에서 제 아버지를 예시로 든 것처럼 사람에 따라 다를테니 아마도 각자가 가진 환경과 요건에 달린 것이라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좀 더 지혜로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온갖 인간군상과 궁상들이 다 나타났습니다. 세력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인 안목과 실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인물을 선택하거나, 나 자신의 한 몫을 챙기려고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선택을 하거나, 살아남기 위해서 어제의 동지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나는 등... 그 종류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내 지지세력의 성향과 반대되는 인물을 함부로 재단하고, 칼로 무 자르듯 평가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인물이 어떤 시기에 어떤 용도로 쓰일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매우 필요한 순간에 특정 인물의 포지션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수박이라고 불리는 지지정당의 남은 인물들도 그들이 4년전, 8년전, 혹은 20년 전과 다른 선택을 했거나 혹은 할 수도 있는 일이기에 비록 그게 참 어려운 줄은 알지만, 가급적이면 당장의 선택에 휘둘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그것이 당 대표를 사지로 내모는 위험한 결정을 한 사람들에 대한 신뢰는 아닙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사람의 신념과 생각은 바뀔 수 있습니다. 하물며 이해찬 옹께서 하신 말씀, "선거철만 되면 멀쩡한 사람도 헤까닥 할 수 있다"가 그대로 그 사람에게 덧입혀져서, 평생 그 사람의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건 어느 정도 경계하자라는 제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국 선생님, 아니 국회의원이 되실 분에 대한 이야깁니다. 제가 조국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이 이명박 때 한 권의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분노하라』라는 매우 짧은 내용의 소책자인데, 그 책의 추천사를 당시 조국 교수가 집필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때 분노가 목구멍 위로 솟아서 주체할 길이 없을 때, 프랑스 레지스탕스 투사의 절절한 이야기와 조국 교수의 차분한 설명은 저를 침착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일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조국 대표의 발언(모든 대안은 분노로부터 시작한다)은 마치 『분노하라』를 읽었을 때의 그 느낌, 생각, 그리고 그것을 추천했던 본인의 마음이라고 여겨져 더욱 신선했습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 투사의 이야기를 우리네 군사독재정권의 그것과 연결시켜 정당한 분노와 평화적인 봉기를 언급하고, 열변했던 당시의 본인을 조금도 버리지 않고 관철했다는 점에서 그의 일관성과 정당성, 그리고 진실성을 느꼈습니다. (굳이 이 이야기를 선거가 끝난 지금에와서야 하는 것도 모든 커뮤니티에서 언급하는 갈라치기나 불필요한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조국이라는 사람이 그 때의 생각과 감정, 열의를 그대로 가지고 가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그와 그의 당에게 보낸 지지가 보여주듯, 현재의 암울한 정치상황과 특정한 세력의 준동을 바로잡을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경험과 지혜가 쌓여서 점점 현명해져야 하는데, 저는 항상 지식은 쌓으면서도 지혜는 부족하다 자책합니다. 선거에서 나타난 다양한 양상과 꼬라지(!)를 보면서 현명함은 부족하더라도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됩니다. 새벽에 잠도 안오고 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술도 안먹었는데, 횡설수설하면서 참 길게도 썼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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