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짧은글 적어본건데.. 이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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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 관한 짧은글 모음이었거든요. 거기에 촛불시위에 대한 내용을 넣었고 기득권의 반응을 넣어봤는데 딱 그거네요. ㅠㅠ
6화: 촛불시위를 꿈꾸다
수호와 그의 동료들은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자신들이 부도덕하거나 무능력해서 실패한 패배자가 아니며, 단지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은 가면을 쓰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얼굴을 감춘 채로 촛불을 든 그들은 마치 어둠 속에서 스러지지 않는 작은 불씨처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거리 위에서 사람들은 그들에게 무관심했지만, 그들은 단념하지 않았다. 비록 그들의 모습이 배경처럼 무시당하고, 지나가는 이들 대부분은 그저 피상적인 시선으로 지나쳤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들에게 연민과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날이 지날수록, 촛불을 든 가면의 시위대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그들은 여전히 작고 힘없는 사람들일지라도, 함께 모인 촛불의 빛은 결코 쉽게 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작은 지역 신문사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면을 쓴 촛불 시위대의 이야기가 퍼져 나갔다. 가난하고, 일터에서 내몰린 사람들, 그리고 무시당하며 외면받은 이들이 모여 세상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천천히 퍼져 나가며,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세상은 마침내 그들의 목소리를 조금씩 듣기 시작한 듯 보였다.
며칠 후, 그들의 시위에 한 정치인이 나타났다. 그 정치인은 ‘서민의 친구’라는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었고, 그는 언제나 대중에게 친근하고 신사적인 이미지를 유지해왔다. 가면을 쓴 촛불 시위대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그의 방문은 시위대에게 큰 관심과 환대를 받았다. 그는 촛불을 든 가면의 시위대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사회의 변화와 희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의 등장에 사람들은 환호했고, 그의 친절한 모습에 시위대는 오랜만에 자신의 존재가 존중받고 있음을 느꼈다.
수호는 모임에서 조금 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그는 화장실에서 우연히 그 정치인과 마주쳤다. 조용히 예의를 지키며 지나치려던 순간, 수호는 그 정치인의 혼잣말을 들었다. 방금 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촛불 시위대를 향해 격려의 말을 건네던 그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깟 촛불 시위… 겁많은 자들의 자기 위로일 뿐이지. 뭐가 대단하다고."
그의 말은 수호의 귀에 천둥 같은 소리로 들려왔다. 방금 전, 수많은 이들 앞에서 보여주었던 미소와 존경의 태도는 거짓이었다. 수호는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고, 가슴속에 쌓였던 모든 분노가 폭발하듯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단지 사회에 외면당한 사람들의 작은 힘에 불과하다고 무시하던 그 정치인이, 시위대를 자기 정치적 이미지에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수호의 머릿속에 번개 같은 깨달음이 스쳐갔다.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겁쟁이로 치부되며 정치적 도구로 이용당하는 현실. 그가 목소리를 높이려 했던 시도조차도 또다시 위선으로 덮여버리는 현실이었다. 수호는 더 이상 자신의 분노와 고통을 묵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신들의 촛불이 단지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는 소음이 아니라, 반드시 기억될 불꽃이 되어야 한다는 강렬한 다짐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방금 전까지 가시밭길 같았던 그 길은 이제 더 이상 그저 억울함을 외치는 길이 아니었다.
7화: 기득권의 모임
정치계와 재계의 유력 인사들이 모여 식사와 술잔을 기울이며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주로 경제 성장과 해외 시장 진출, 그리고 최근 이슈에 대한 의견 교환으로 이어졌다. 방 안에는 여유와 자만이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의 표정에는 위협을 느끼지 않는 자들의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인사가 슬쩍 촛불시위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가면을 쓴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나서더군요. 불쌍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웃기기도 하고." 그는 무심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인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촛불시위를 비웃기 시작했다.
"그까짓 촛불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한 재계 인사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시민들이 뭘 얼마나 한다고. 유럽이나 다른 나라처럼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기지 뭐."
그들은 촛불을 든 사람들이 오히려 체제 안정에 기여한다고 비웃으며, 시위가 불만을 가라앉히는 가시적인 장치라는 의견을 나누었다. 정치인 중 한 명이 술잔을 들어올리며 말하기를, "그렇죠, 오히려 그런 촛불시위 덕분에 사람들이 더 큰 일탈을 하지 않는 겁니다. 저 촛불이 국민들의 불만을 자연스레 흡수해 주는 거죠."
재계 인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촛불이 마치 안전밸브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고 있었고, 시위대의 외침을 전혀 위협으로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들이 이 정도에서 불만을 발산해주길 내심 바라는 듯했다.
그때, 모임 중에 있던 한 인물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는 언론계에 속한 인물로 보였다. "사실 우리 언론도 그런 역할을 했죠. 촛불을 통한 자기위로가 시민들에게 먹히도록 부추긴 측면도 없진 않으니까요. 시민의식과 민도를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너무 큰 꿈을 꾸지 않게 만들어 준 거죠."
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한 재계 인사가 농담 섞인 말투로 건배사를 제안했다. “우리는 선진국도 아니고, 후진국도 아니고, 선진국에 가까운 지금 이대로가 참 좋지 않습니까? 더 올라가도 귀찮고, 내려가도 안 되니 말입니다. 그럼 우리, 다 같이 건배합시다. ‘이대로~ 쭉~’”
"이대로, 쭉~" 그들은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쳤다. 그들의 얼굴에는 촛불 시위대와 시민들의 분노를 비웃는 비열한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8화: 횃불의 탄생
촛불 시위가 이어지던 어느 날 저녁, 박수호와 그의 동료들은 여느 때처럼 가면을 쓰고 촛불을 들었다. 평화로운 촛불의 물결은 광장을 가득 메웠고, 가족 단위의 시민들까지도 함께하며 시위는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어느 순간 시위대 속에 어딘가 이질적인 사람들이 끼어들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들은 시위대 한가운데서 목소리를 높이며 다른 이들을 자극했고, 이내 고의적으로 돌을 던지거나 소리를 질러대며 주변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트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경찰과 격렬히 대치하기 시작했고, 평화롭게 촛불을 들던 시민들 사이에서 혼란과 두려움이 번져갔다. 그리고 곧이어 공권력은 이 혼란을 빌미로 강제 진압을 개시했다.
"폭력 시위다! 진압하라!"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곧바로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와 최루탄이 터져나왔다. 평화적인 시위를 상징하던 촛불들이 무너져 내리고, 시위대는 공포에 사로잡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비명 소리와 연막이 어지럽게 뒤섞이며, 시위대는 점차 흩어져 갔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신의 촛불을 놓아둔 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호와 그의 동료들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그들은 이미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 모든 것을 잃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신념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호는 조용히 주변의 동료들을 돌아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는 이곳에 남아 침묵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리라는 결심을 다졌다.
"우리는 촛불이 아니라, 횃불을 들어야 해." 수호는 고요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호와 그의 동료들은 근처에서 횃불을 손에 들고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혼란 속에서 일부 시민들은 떠났지만, 그들은 굳건히 서서 경찰 앞에 횃불을 높이 들었다. 그들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가만히 서서 공권력의 눈을 응시했다. 마치 온 세상이 자신들을 무시하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폭력도 그들의 결심을 꺾지 못하리라는 듯했다.
경찰들은 그들에게 다가와 곤봉을 휘두르며 밀어내기 시작했지만, 수호와 동료들은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비틀거리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며 침묵 속에서 고통을 참아냈다. 얼굴에는 쓰라림과 고통이 어렸지만,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단호했다. 그들의 고요한 저항은 오히려 공권력의 폭력을 더욱 부각시키며,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시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모습은 생생하게 촬영되어 그 자리에서 소셜 미디어와 뉴스로 퍼져 나갔다. “침묵의 횃불”, “저항하는 사람들”, “폭력에 맞선 평화의 얼굴” 같은 제목으로 영상과 사진이 확산되었고, 그들은 곧 시민들 사이에서 불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그들이 횃불을 들고 서서 폭력에 맞서면서도 결코 싸우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장면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들은 모든 것을 잃었지만, 마지막 남은 자신들만의 자존심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말이 퍼지며, 시민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전국 곳곳에서 횃불을 든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수호와 그의 동료들이 보여준 침묵의 저항은 강력한 불씨가 되어, 이제 촛불은 횃불로 변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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