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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강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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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nd 211.♡.99.61
작성일 2024.12.09 11:59
860 조회
11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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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나는 생각했다. 동시에 다른 의문도 있었다. 같은 책에 실려있는,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었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었다. (...)

이십대 중반에 일기장을 바꿀 때마다 맨 앞페이지에 적었던 문장들이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


1980년 오월 당시 광주에서 군인들이 잠시 물러간 뒤 열흘 동안 이루어졌던 시민자치 의 절대공동체에 참여했으며, 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 옆 YWCA 에 남아 있다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 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는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 (...)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 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 는가?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 벼랑 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 려면 죽은 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린 동호가 어머니의 손을 힘껏 끌고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걸었던 것처럼. (...)


생명은 살고자 한다. 생명은 따뜻하다.

죽는다는 건 차가워지는 것. 얼굴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 것.

죽인다는 것은 차갑게 만드는 것. (...)

압도적인 폭력이 쓸고 지나간 모든 공간에서 밝혀지는, 작별하지 않기를 맹세하는 사 람들의 촛불은 어디까지 여행하게 될까? 심지에서 심지로, 심장에서 심장으로 이어지 는 금실을 타고? (...)


소설을 쓸 때 나는 신체를 사용한다. (...)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



2024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강연 중에서



...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갖고...





댓글 6 / 1 페이지

Awacs님의 댓글

작성자 Awacs (118.♡.188.12)
작성일 12.09 12:00
노벨상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글이 이렇게 울림을 주다니...

wind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wind (211.♡.99.61)
작성일 12.09 12:02
@Awacs님에게 답글 눈물이 왜 나는지...
13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헤이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헤이요 (211.♡.37.140)
작성일 12.09 12:06
좋은 글입니다...

가슴 떨리는...
17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wind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wind (211.♡.99.61)
작성일 12.09 12:09
@헤이요님에게 답글 강연을 보면서... 주르룩... 주르륵....

부산혁신당님의 댓글

작성자 부산혁신당 (121.♡.122.153)
작성일 12.09 12:51
과거가 현재를 살리고, 앞서서 나간 이가 뒤에 선 사람들을 살렸으니…

wind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wind (211.♡.99.61)
작성일 12.09 13:04
@부산혁신당님에게 답글 현재가  미래를 만들고,  앞서서 나간 이가 뒤에  선  이들을  살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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