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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총학생회 시국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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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Engineoil 210.♡.176.74
작성일 2024.12.0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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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22시 23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민주화 이전의 군부독재 시대 이후 44년 만의 일이다. 뒤이어 23시경, “처단”이라는 표현과 함께 헌법에 명시된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표되었다. 그리하여 이날 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은 다만 자유와 안전, 그리고 일상을 지키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국회의사당으로 경찰들이 몰려들어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을 목격했다. 뒤이어 무장한 계엄군이 헬기와 함께 경내에 진입하여 본청 유리창을 깨고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을 똑똑히 듣고 보았다. 이 일련의 비현실적이고 반인륜적인 장면들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공포와 치욕으로 맴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계엄사령부가,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국회의 결의를 막기 위해 국회의 물리적 장악 및 여야 당대표를 포함한 국회의원 체포를 계획적•조직적으로 명령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약 300명의 계엄군을 통해 무단 점거와 수색이 이루어졌으며, 이 또한 위헌적•위법적 명령과 그 실행에 따른 것이었다. 오전 1시 1분경 국회는 해제 요구안을 결의하였지만 여전히 경찰들은 교대하며 국회 앞을 통제했고 계엄사령부 또한 곧바로 해체되지 않았다. 이로부터 3시간이 넘게 지난 후에야 윤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하여 곧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으며, 국무회의를 통해 해제가 의결되어 약 330분 만에 비상계엄이 완전히 해제되었다.


12월 3일 이루어진 갑작스러운 계엄은 190인의 국회의원과 나라의 영원한 저력인 시민들에 의해 가까스로 저지되었다. 이 계엄은 국가비상상태가 아닐 때 선포되었을뿐더러 국회에 통고되지조차 않은, 불법이자 위헌이며,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반민주적 내란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명백히 보신용인 담화를 발표하여 군사반란에 대한 올바른 반성과 사과의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나아가 계엄의 진상이 여전히 의문 속에 가려져 있고 무엇보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헌정질서의 파괴가 또 감행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계엄 직후부터 지금까지 시민들은 단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다. 어떤 방향으로든 국운을 좌우할 새로운 국면의 시작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은 이 비상사태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저마다의 몫을 다하고자 한다. 즉, 이 시국선언은 우리들의 실천과 그 의지를 위한 밑바탕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본부는 과거 통제와 탄압을 자행했던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건물이 있던 자리에서 출발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앞선 세대들의 피땀 어린 역사 위에서 새롭게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청년 예술인으로서, 우리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일동은 역사의 시곗바늘을 부러뜨린 퇴행적 폭거 앞에서 두려움을 압도할 정도의 분노를 느낀다. 나아가 우리는 ‘창조적 소수’라는 본교의 설립 이념을 반추하며, 각자의 고유한 사상과 정서를 자유로이 표현하고 불의에 가감 없이 저항할 수 있는 민주시민의 기본적 권리를 일순간에 앗아간 본 계엄령 일당의 탄압을 한없이 규탄한다.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며, 사회의 양심이다. 예술은 함께 살아가는 삶에서 나오는 새로움과 아름다움이며, 지금 여기에 있지 못한 삶들을 기억하고, 더 나은 공존과 연대를 희망하는 삶으로 향한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윤석열 대통령이 그 부역자들과 함께 국민의 삶을 공포와 치욕의 도탄으로 몰아넣는 불의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예술인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불의에 침묵하지 않겠다. 우리는 앞선 삶들의 희생을 통해 유구한 역사의 맥을 이을 수 있었던 이 나라의 예술이 지닌 가치를 분명히 인식한다. 우리는 역사의 무대 위에서 몸짓과 노래를 이어갈 것이며, 장단과 이미지들을 피워낼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문제이기 이전에 어떤 종류의 정치도 불가능하게 만든 극악무도한 범죄가 초래한 삶의 문제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우리의 문제이다.
그리고 우리는 민주주의적 정의를 억압하는 모든 시도에 책임을 물을 것이고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예술은 권력의 억압에 굴하지 않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제28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동아리연합회, 인간다울 권리를 위한 학생 자치기구, 음악원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무용원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영상원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연극원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미술원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전통예술원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댓글 6 / 1 페이지

귀요미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귀요미 (61.♡.229.168)
작성일 12.09 12:45
예술계의 카이스트 한예종이군요

moomin8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oomin8 (175.♡.207.43)
작성일 12.09 12:45
분노가 서려있는 강단있는 선언문이네요

뽀로로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뽀로로 (125.♡.205.92)
작성일 12.09 12:52
명문입니다.

글렌모어님의 댓글

작성자 글렌모어 (59.♡.226.150)
작성일 12.09 13:21
그들의 선배인 이선균님 사고에 침묵하는 모습에 오늘의 글을 보니 이게 진심인가 싶네요

Engineoil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Engineoil (118.♡.66.27)
작성일 12.09 18:07
@글렌모어님에게 답글 저도 후배중 하나로서 그를 잃은 슬픔과 분노가 가슴속에 불씨로 남아있습니다.
학교나 후배들을 대변할 순 없지만 모두 같은마음일거라 생각합니다.
한 목소리가 아니어도 예술을 공부한 사람들답게 어떤방식으로든 표현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67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벗바리님의 댓글

작성자 벗바리 (61.♡.56.77)
작성일 12.09 13:39
이번에 여의도 가서 이 친구들 깃발을 봤어요. 디만 글렌모어님 말씀이 공감되어 좀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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