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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진행 중인 내란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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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wacs 118.♡.188.12
작성일 2024.12.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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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저녁, 저는 강남에서 동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술잔을 나누는 중이었습니다. 밤 10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점, 충격적인 속보를 접했습니다. 계엄령 선포라니, 현실감이 없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재명 대표가 국회로 모여 달라고 호소하는 라이브 방송이 떠올랐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생각만 맴돌았습니다.


국회로 달려가야 할지, 아니면 집으로 가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길 위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고, 지하철과 택시도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택시를 타고 여의도로 갈 수 있었지만, 저는 비겁하게도 집으로 향했습니다. 택시 기사님께 비상계엄 사실을 말씀드리자, 기사님도 황당해하시더군요. 하지만 제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계엄군의 총구 앞에 설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TV와 유튜브를 통해 국회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특전사와 수방사가 국회 경내에 진입하고 창문을 깨며 본청으로 난입하는 장면, 그리고 맨몸으로 계엄군과 맞서는 국회의 보좌관들과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저는 숨죽이면서 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두려움에 집으로 도망쳤다는 사실이 너무도 창피했습니다. 국회를 지켜주신 시민 여러분, 국회의원, 그리고 보좌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들의 용기에 저는 인생의 빚을 졌습니다.


새벽 1시경,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위한 표결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버티는 3시간 동안은 초조함과 불안감 속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결국 새벽 4시가 넘어 그가 항복 선언을 한 후에야 가슴을 쓸어내라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하며 일상을 이어갔지만,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얽혔습니다. "이게 정말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올랐습니다. 큰 위기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지난 주말, 저는 12월 3일의 부끄러움과 부채의식을 안고 여의도로 나갔습니다.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였습니다. 평소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아내조차 이번에는 저보다 더 분노하더군요. 그래서 지난 박근혜 탄핵 때와는 달리, 동지의 마음으로 광장에서 함께했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뜨거운 가슴속의 울분으로 버틸 수 있었고, 응원봉을 든 젊은 세대의 새로운 집회 문화를 경험하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젊고 건강한 에너지를 보며 이제는 우리 세대, 그리고 우리 윗세대가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가 더 큰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계엄 사태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12월 1일, 가족들과 평화롭게 어머니 생신을 축하하던 그 시간에 반란군들이 이미 계엄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어제 밝혀졌습니다. 또한, 특전사령관의 증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난입과 의원 강제 연행 같은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우리 쌍둥이들이 북한보다 더 심한 독재국가에서 살 뻔했다는 생각에, 정말 다행이라는 마음과 동시에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날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주신 모든 시민과 국회의원, 보좌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대통령직에 있으며, 12월 14일 탄핵되기 전까지 국군 통수권자로서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습니다. 다행히 군은 더 이상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내란에 가담한 세력들은 정치적·경제적 자산을 동원해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곳은 "국가수사본부"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두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국수본은 내란 사태를 수사하며 앞으로의 정의를 실현할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연대와 지지를 보여준다면, 그들도 용기를 내어 정의로운 수사를 완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광장에서 느낀 연대와 사랑은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모아야 합니다. 내란을 주도한 이들이 하루빨리 체포되어 정의로운 심판을 받는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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