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노을 (14.♡.44.84)
2024년 12월 19일 PM 11:06 · 수정됨(12. 20. 12:07)
경북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입니다.
계엄령 이후로 잠 못 자고 뉴스만 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될까, 망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안심하고 그렇게 파도를 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치루고 있는 또다른 전쟁에 갑갑해서 글을 올립니다.
여기 밖에 하소연 할 때가 없어서..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김천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전두환은 구국의 결단이고, 김대중은 빨갱이고, 데모는 미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들어가면서 김천을, 경상도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95학번이니 운동권도 끝물이었고, 보수적인 집단이니 이전에 배운 것들이 흔들린 기억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신학에 회의도 들고, 목회도 하기 싫어서 진학한 일반대학원에서 모든 것이 흔들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집회가 한참이었습니다.
교수님들과 학우들과 식사를 하다가 TV에서 시위 광경이 나왔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가진 편견대로 "할 만하니 했겠죠!" 라고 생각없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보니 모두 '이게 뭐지!'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경멸하고 한심스러워하는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교수님께서 제게 '너는 전공도 공부해야 하지만 현대사도 공부 좀 해야겠다.' 말씀하시고 어색한 시간을 넘겼습니다.
처음에는 오기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잘났다고 그렇게 사람을 망신을 주고 비웃고 조롱하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다 공부하고 사색하며 나를 보는 눈빛들이 그럴만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이 후로 제 모든 관점은 뒤집어졌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것이 부끄러웠고 한심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시청에서 그를 상복을 입고 떠나보냈습니다.
광우병 파동에 아내와 유치원 아들을 데리고 광장에 섰습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경상도는 고개도 안 돌린다고 마음 먹었고 어머님 뵐 일 없으면 결코 오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탄핵 때에는 초등학생이었던 아들과 함께 다시 광장에 섰습니다.
그렇게 문재인 대통령 말미에 소명을 따라 경상도 시골교회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설마 세상이 뒤로 가겠나 하는 마음에 그래도 보내신 곳이니 가야지 하고 왔습니다.
근데 이 미친 세상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그래도 5년 망가져도 다시 일어나겠지 좋게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 모든 것이 12월 3일에 바꿨습니다.
새벽예배를 위해 일찍 잠들었는데 폭스 뉴스 속보로 계엄령을 알았습니다.
잠결에 읽어서 이 무슨 농담이야 하면서 뉴스를 틀었는데 정말이었습니다.
그때 바로 옷을 입으며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교회 아이들 데려올 준비를 했습니다.
국회가 정리되면 바로 학교들이 폐쇄될텐데 아이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고 출발하려는 찰라에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일단락 되었습니다.
새벽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리다 정리가 되는 것을 보며 새벽예배를 인도했습니다.
그렇게 주일을 맞이했을 때 미가서의 말씀으로 계엄과 쿠테타를 꾸짖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사람 앞에 그것도 자기 권력을 위해 총을 겨루냐고 그걸 어떻게 보고 있냐고 외쳤습니다.
사실 설교를 하면서 바로 짐을 쌀 각오를 했습니다.
그만 둘 각오를 했습니다.
당연히 식사시간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래도 목사가 이야기하니 크게 강변하지는 못하고 자신들도 총이 나오는 장면에는 별 댓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입니다.
한 주가 지나니, '오죽하면' 이라는 말이 나오고, 하루가 지나니 민주당 탓이랍니다.
설교 때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도 경상도 사람들 정신차려야 한다고 외쳐도 자신들은 정치로 사람을 옭매면서 목사는 정치 이야기 해서는 안된답니다.
그렇게 전광훈 목사에게 열광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이 주를 보내니 이젠 여기 사람들에게 혐오감이 생깁니다.
내 성도인데 밉습니다.
목사인데도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 고쳐지지 않으면 목사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사람되게 하는 것이 목횐데 말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더 나아질 것 같고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 같은데, 제가 있는 이 자리에서의 전쟁은 도통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생각이 드니 설교를 준비하며 예배를 준비하며 벽에 쌓여있는 것같아 오늘은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이렇게 하소연을 합니다.
가끔 지역 갈라치기라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그럼 그런 글은 올리지 않아야 한다고 글들이 올라오지요.
근데 경상도 사람으로 목회하는 목회자로 저는 그런 대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개하지 않는 사람은 예수님도 용서 못하십니다.
하물며 사람이 뭐라고 회개하지 않는 이에게 용서와 관용을 말합니까!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저렇게 뻔뻔스럽게 하는 이유도 여전히 여기가 회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죄를 방조하고 기만하고 응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와 불의의 문제입니다.
경상도는 죄를 지었고 방조했고 여전히 죄의 편에 섭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경고 받아야 하고 심판 받아야 합니다.
차라리 밖에서 경상도 사람들을 비웃어 주십시오.
조롱해 주십시오.
그래서 얼마나 멍청한 인생을 사는지 깨닫게 해 주십시오.
교회의 안수집사님께서 타지역에 일하시는데 12월 4일에 말 한마디 못하셨답니다.
괜한 사투리 썼다가 비난 받을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랍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밖에서 욕을 먹어봐야 정신을 차립니다.
P.S 이게 첫 글인데 이렇게 글을 쓰면 또 갈라치기라고 징계를 받을지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소연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쓰는 거니 감내하겠습니다.
혹시 출신에 대해서 의심하신다면 저는 김천서부초등하고, 김천성의중학교, 김천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예천에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댓글 (65)
- 세
세이투미
24.12.19 · 223.♡.122.130
-
푸푸른노을
→ 세이투미 작성자
24.12.19 · 14.♡.44.84
시골촌부의 하소연입니다.
목회자체가 개똥밭에 굴러도 하늘의 봐야 하는 일인데 그 하늘이 없는 것 같아 갑갑한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부끄럽지 않고 싶은데... 힘드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
므므냐넌
24.12.19 · 106.♡.195.221
저도 경상도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과 정치이야기만으로도 힘든데 정말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ㅠㅠ 힘내시고 정말 응원드리겠습니다 ㅠㅠ -
푸푸른노을
→ 므냐넌 작성자
24.12.19 · 14.♡.44.84
저와 같은 삶이시군요.
힘내지 못하는 저지만 그래도 힘내시길 소망합니다.
그냥 버티는 것만 해도 대단하십니다. -
야야옹이형
24.12.19 · 112.♡.125.217
백번 천번 이해갑니다. 그 지역에서 외로이 싸우시는 분들은 그것만으로도 그냥 애국지사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천천히라도 조금씩 변하리라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힘내세요! -
푸푸른노을
→ 야옹이형 작성자
24.12.19 · 14.♡.44.84
위로 감사합니다.
늘 싸우긴 하지만 지는 싸움만 해서 다른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부족하고 힘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
랑랑랑마누하
24.12.19 · 116.♡.225.232
아...
고생이 심하십니다.
외눈박이 나라에서 외로우시겠어요.
님 교회이시면 계속 원하시는 설교를 하시면서 갈 사람 가라하면 좋을텐데 그게 힘드신 거겠죠...
한 사람이 남아도 한둘씩 같은 마음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힘이 되실텐데...ㅠㅠ -
푸푸른노을
→ 랑랑마누하 작성자
24.12.19 · 14.♡.44.84
그런 소망을 가지기엔 여긴 아이들도 소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절망이 되나 봅니다.
넋두리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L
lioncats
24.12.19 · 59.♡.43.199
고생많으십니다 고맙습니다 -
푸푸른노을
→ lioncats 작성자
24.12.19 · 14.♡.44.84
아닙니다. 늘 근심의 원흉이 되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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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한 줄, 너무 진솔한 글 이었습니다
저도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