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퍼맨 (106.♡.67.41)
2024년 12월 23일 AM 10:51 · 수정됨(17:30)
그냥 넋두리입니다.. 너무 답답하고 어디 터 놓을 곳이 없어 여기 글이라도 써봅니다..
서명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크리스쳔입니다. 그냥저냥 교회만 다니는 교인이 아니라 아버지는 목사님(이미 몇 해 전 은퇴하셨지만) 이시고 본가 친척 모두 다른사람들 보기에 모두 ‘독실’하다고 생각되는 골수 보수 기독교 집안입니다. 부산이고요. 친척 어르신 중에 일부 몇몇 분은 태극기집회에 나가시는 분도 계시지요. 그래도 처음에는 나랑 정치적인 성향이 그냥 조금 다르겠거니 생각하고 최대한 접촉을 피한 채 그냥 지내고 있었습니다.
12.3내란 사건이 터지고 너무 화가나고 답답하고 다모앙에 글 몇자 쓰는걸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려고 하고 최대한 가족들과는 관련된 걸로 대화는 피해보려고 했습니다.
저에겐 3살 차이 나는 형이 있습니다. 제가 내일 모레 40이니 형님도 아직 40대 초반인 젊은분이죠. 근데 내란 사태 이후 형님이 크게 각성을 했는지, 연일 페북에 글들을 올립니다. 주로 반공에 대한, 밑도끝도 없는 문재인 이재명 공산주의자 같은 글을 올리며 자기는 계엄보다 문재인 시절 종북 공산화 같은 상황이 더 걱정이 되었었다며 그런 글들을 올립니다. 보는게 너무 괴롭고 힘듭니다.
우리 집안에서 저만 외계인인것 같습니다. 분명 같은 신앙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극과 극의 다른 결론을 가지고 그것이 절대진리 인 것 마냥 추종하는 모습에서 사상이 무엇인지, 신앙이 무엇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계속 고민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한 달 전 쯤 이었나, 아버지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저의 낙담한 말투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신건지 며칠 뒤 저희집에 오셔서 아버지랑 저랑 단 둘이서 잠깐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때 최대한 침착하게 열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제 생각을 말씀 드린 적 있었습니다.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 정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고, 그 근간은 신앙적인 부분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살아가는데 지금의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왜 아버지를 비롯해서 우리 가족들은 같은 신앙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이 종국에 이르러서는 다른 정치관으로 나타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
아버지께서는 별 말씀 없이 듣기만 하셨습니다.
이번 내란 사태 이후 저랑 우리식구는 여의도에도 다녀오고 이 사태의 끝은 윤석열의 탄핵과 구속으로 끝나야 한 다는 것을 드러나게, 드러나지 않게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형님이 페북에 쓰는 글들, 알고보니 형님은 최근에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했었다고 하네요.
어제, 부모님이 저희 집에 간만에 방문하셨습니다. 길고 깊게 표현하시진 않았지만 많은 걱정을 하시는게 느껴졌습니다. 당신께서는 고작 아들 둘을 가지고 계시지만 한 아들은 여의도에 다녀오고 한 아들은 광화문을 다녀오고 그러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로써 마음이 편치않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대략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 것 같아 더 이상 깊은 대화로 가지는 않았지만, 저 또한 많이 괴롭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기독교 신앙이라는 것이 단순한 종교의 의미를 넘어 가족, 신념, 정치관 모두 이어지는 그러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가장 가까운 가족 특히 형님이라는 존재와 부딪히다 보니, 아.. 참 이게 어렵네요.
형님을 마주보고 대화할 자신이 없습니다. 스몰토크라고 해도요. 근원적으로 나랑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나와 어느정도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다모앙회원들이 합심해서 기독교를 까달라, 우리 가족들을 욕해달라 그런걸 바라는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저는 정말 괴롭습니다. 그냥 이 답답한 감정의 골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터놓을 곳이 없어 문자화해 보고자 하는 것 뿐입니다..
이 사태의 결론이 좋고 희망적인 것으로 끝나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끝날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결론으로 인해 우리 가족과 특히 형님과의 관계가 돌이킬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고 겁이 나는게 사실입니다..
주말 동안 부모님이 오시고 그러면서 뉴스도 안보고 커뮤니티도 안하고 그랬었는데 남태령에서 큰 일이 있었네요. 승리의 환호성도 있었지만.. 저는 참.. 복잡하네요. 뭐라 딱 집어서 말을 할 수 없는 답답함이 점점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그냥 넋두리였습니다..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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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hodadak
24.12.23 · 106.♡.19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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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RONxSTAR
24.12.23 · 123.♡.62.26
정말 답답하시겠네요.. 가족이라도 정치,신앙 이야기는 안하는게 좋지만 그게 어쩔수 없는 환경이라면.. 정말 힘이 드실 것 같습니다.. 저도 여의도를 다녀왔지만 안그래도 힘이든데 그런상황까지 이어진다면.. 그냥 위로를 드립니다.. -
졸졸린눈고양이
24.12.23 · 220.♡.234.93
할퍼맨님의 심경 이해합니다.
가까운 가족이 저쪽 성향인 경우 대화도 안되고 말도 안통하고 서로 기분만 상하고
저도 돌아가신 아버지와 홀로남은 어머니가 그러셔서 집에서 참 괴로웠습니다.
논리와 감정으로 설득하려고 해도 전혀 먹히지 않더라구요. -
우우주난민
24.12.23 · 89.♡.101.33
그 형님도 글쓴분처럼 아우분의 성향이 다른것에 이정도로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외적인 관계를 떠나 상대방이 나, 그리고 나와의 관계를 얼마나 소중히 하는지 냉정하게 파악해보면 보통 답이 나오죠. - 엘
엘사
24.12.23 · 59.♡.29.4
행간행간 많은 고민이 엿보이는데요. 그 분이 먼저 정치성향 드러내지 않으면 모른척 하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서로 완충지대 두시고 적당한 스몰토크 하셔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가족이잖아요. -
매매일두유
24.12.23 · 172.♡.52.232
주님이라면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독재와 싸우기위해 집회에 나가셨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집회에 나갔습니다
가족들과 같은이유로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냈고 보내서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도 세상은 왜 이리 아름다울까요. 이 부조리한 모순은 뭘까요. 집회에 주님과 같은분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
PPWL⠀
24.12.23 · 119.♡.25.76
세상의 모든 형제가 다 친하게 지내지는 않죠. 그리고 친하게 지낼지라도 서로 다른 부분도 있구요. 속상하시겠지만 그냥 형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될겁니다. 아무래도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는게 좋겠네요. -
Ookbari
24.12.23 · 39.♡.28.124
[https://s3.damoang.net/data/editor/2412/comment_654777468_kcAEPver_69512fa0d4a46485e05c5e580fa6d5fdafd71326.png]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힘냅시다. -
FFV4030
24.12.23 · 210.♡.27.130
시간이 답입니다. 무리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려고 하지 마시고, 가족들에게 잘 대해주시고, 집회 참석이나 그 외 참여는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하시면 결국 가족도 나를 이해하게 됩니다. -
에에스까르고
24.12.23 · 14.♡.89.155
여러모로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많습니다.
저도 존경하는 제 아버지가 정치적으로는 저와 정반대의 지향을 가지고 있음에 절망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사람은 누구나 한계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한계가 있고, 저에게는 저만의 한계도 있고, 뭐 그런 것 아니겠느냐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집에서 어머니와 저는 편하게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만 아버지는 가만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말씀드렸다시피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정치적인 성향을 바꾸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하기도 해요.
별도의 글로 쓸까 했던 얘기, 그냥 여기 댓글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2020년 여름 이후 신앙을 버렸습니다.
다만 가족행사로 1주일에 1회 교회에 출석은 합니다.
어제는 제가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어서 가지 않았는데, 어머니께 전해듣자 하니
(부산의 대형교회) 목사가 설교 중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발언을 자제해 왔는데, 이제는 정치적인 발언을 해야 이런 사람이 당선되는 걸 막을 수 있겠다"는 요지였다지요.
언뜻 듣기는 괜찮아 보이지만 그간의 맥락을 보면 전혀 아닙니다.
이 목사 양반은 그동안 은근슬쩍 정치적인 발언을 설교시간에 늘 해왔습니다.
대형교회 목사고, 방송물도 적당히 먹었기 때문에 '선'을 교묘하게 밟고 왔다갔다 했을 뿐이지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표가 인사하러 온다고 했다가 결국 무산되기도 했고,
전 법사위원장 김**의원 초청으로 국회에 갔다 왔다며 칭찬을 어마어마하게 했으며
올 한해동안 역점을 둔 사업만 봐도 영화 '건국전쟁' 홍보에 한국전쟁 중 개신교인의 에피소드를 오페라로 만들어 공연했고
전한길과 메가스터디 손주은의 간증을 하게 해놓고 숱하게 칭찬했으며(손주은 사건 터지고는 조용하더만요)
그래놓고 이제와서 정치적 발언을 대놓고 하겠다는 얘기를 하는 거죠.
저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왜 예수도 하지 않은 정치적 발언을 그렇게 하려고 하는가, 교단 내의 일에나 집중하라.
그래서 전광훈은 과연 이단인가 아닌가.
그렇게 칭찬하다가 2020년 이후로 입 싹 닫으면 그만인가.' 라고요.
내란을 내란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내각이 내란 동조범이듯
유일신을 죽일 수 있다고 말하는 전광훈을 이단이라고 적시하지 못하는 개신교단 역시 그 동조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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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이라고 생각하시고, 그냥 본인이 맘편히 지내시는게 더 나은 길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