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 시민들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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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내란사태를 통해 우리가 얻은 가장 큰 교훈과 힘은 바로 시민의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깨달았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연대한 시민들은 계엄군의 국회 침략을 저지했고 탄핵을 통과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했으며 남태령에서는 농민들의 시위가 최초로 서울땅을 밟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남태령에서 연대한 시민들은 남태령에서 멈추지 않고 이곳 저곳에서 연대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후기가 들립니다.
그간 가장 환여받지 못했던 시위는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였을 것입니다. 진보적이라고 하는 커뮤니티, 구클량이나 심지어는 여기서도 전장연 시위 때문에 지각했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삼았다는 보수 언론의 논조가 그대로 통할 정도로 심지어는 적대적이기까지 했죠.
그 전장연 시위에 남태령 연대가 함께 했다는 소식입니다. 어제 아침 8시, 200여명의 시민들이 전장연의 die-in 시위에 동참해서 강제해산을 막아내고 시위가 끝까지 진행되도록 자리를 지켰다고 합니다.
어떤분들은 이미 이동권 관련해서 많은 성과가 있고 전장연의 정치적 목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와는 다른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서울시내에 저상버스가 도입된지 꽤 됐습니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차를 안가지고 나가고 버스를 탔는데요, 운전기사가 정류장에 멈추면 버스를 승강장 쪽, 오른쪽으로 버스를 기울이는게 아니라 반대쪽으로 기울이더군요. 그래서 오히려 높이가 높아져서 타고 내리기가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주행중에는 균형을 잡고 승강장에서 서면 왼쪽으로 기울였던거죠. 심지어 유모차가 한대 내려야 하는데 반대쪽으로 기울여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거 보고 큰 소리로 항의했더니 그 다음 정류장부터는 그 장난질을 안치더군요.
내리면서 불편신고 카드 가져다 작성해서 보냈는데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적인 예이고 개인적인 경험이기는 하지만 사회의 미시적인 차별과 방해는 여전히 실존하는 문제입니다. 그게 이동약자인 장애인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고요. 그걸 단순히 정치적 목적의 쓸데없는 시위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번 연대의 기억이 오래오래 각인된채 남길 바랍니다. 혹시 내가 좀 손해를 볼 상황이라 하더라도 연대의 힘으로 극복하는 전통이 우리 사회에도 정착되길 빕니다. 저들의 필요에 내가 응답했듯, 내 필요에도 저들이 응답할 것이라는 믿음이 연대하는 시민들 사이에 뿌리내리길 간절히 바랍니다.
nice05님의 댓글의 댓글
이만큼괜찮다님의 댓글
저 스스로도 회의감에서 벗어나는 반성을 하고 마음을 여는 계기를 얻는 기회였습니다.
인생은경주님의 댓글
기사가 도와줄거라는 확신이 없어서죠...
nice05님의 댓글
그동안 무례하고 무지하되 목소리는 큰 자들의 기세 아닌 기세에 눌려 침묵하고 있던 생각 있고 반듯한 사고가 가능한 시민들이 마침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처럼 느껴져 왠지 사회적 안도감이 드는군요.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이투미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