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김대중 당시 대선 후보 여의도 유세 갔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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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여의도 집회를 갔을 때 가장 떠오른 건 1987년 11월 30일 김대중 대선 후보(그때는 떨어지고 10년 후에 대통령이 되셨죠)의 여의도 유세였습니다. 그 현장에 고3이었던 제가 있었거든요.^^
유세에 참석하게 된 건 사실 우연이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학과를 먼저 정하고 시험을 보는 선지원 1세대입니다. 학력고사 점수를 받고 나서 장래희망과 상관 없이 학과를 점수에 맞춰가는 병폐를 없앤다며 시작한 제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날 30번 버스를 타고 대학에 가서 입학원서를 내고 다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버스기사 아저씨가 마포 정류장에서 김대중 선생 유세로 사람이 너무 많아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진입할 수 없다는 거에요. 30번 버스를 타고 영등포에 가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저는 어쩔 수 없이 마포에서 내려 여의도를 횡단해 영등포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자연스레 유세에 결합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중학교 교감이셨던 외삼촌도 유세 보러 거기 와계셨다고 하더군요. 마포대교를 건너서 여의도 초입부터 영등포까지 유세 연설을 들으며 쭉 걸어갔습니다. 100만 인파가 모였다고 하는데 실제로 모인 사람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정말 김대중 선생이 연설을 잘하시더군요. 저의 아버지가 1971년 나주비료 공장 다니실 때 나주에서 김대중 선생 연설을 듣고 엄청 팬이 되셨다고 해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구요. 뭐 하지만 1987년에 저는 투표권이 없었습니다. 투표권이 생긴 이후에는 다른 후보를 지지해서 전 한참 김대중 선생에게서 멀어졌습니다.
그때 다른 후보들도 여의도에서 유세를 했죠. 당시에는 예전에 비행장이었던 여의도 광장이 대체 비행장으로 쓰기 위해 텅 비워져 있어 사람 모이기에 최적의 공간이었습니다. 이번 여의도 집회가 그 시절 유세 이후 사람들이 최대로 모인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여의도에 자전거 타러 무척 많이 왔었어요. 여의도 공원들 생기기 전에 고수부지에서도 놀고. 친구 아버님이 영등포 로타리에서 치과병원을 하셨기 때문에 거기에 들러 친구가 용돈을 타서 지금은 없어진 연흥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고 여의도까지 걸어가 자전거 타고 그랬죠. 김대중 선생 유세 이후 여의도에 놀러간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대학교 입학 한 다음에는 여의도에서 버스를 갈아탔기에 매일 지금의 환승센터에 들르기는 했지만 여의도를 돌아다니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친구들과 종로나 신촌, 강남 가서 놀았죠. 여의도 집회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예전 친구들과 걷던 길로 되돌아왔습니다. 친구 아버님 병원 있던 데도 돌아보구요. 이제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보다는 옛 추억을 떠올리는 때가 많습니다.^^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RanomA님의 댓글
뭐 여의도에서는 곧바로 뒤에 김영삼, 노태우도 구름 인파를 몰고 오기는 했습니다. 물론 노태우야 돈으로 끌어모은 인파였지만요.(부산에서 하는 노태우 연설회에 가면 2만 원 준다길래 당시 공장 일당 3천 원인 저희 어머니도 가셨더랬죠. 월급의 1/3이니까요)
나백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