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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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2024.12.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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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鍾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散散)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던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鼓)을 만들어 둘처메고는

여러분의 행렬(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그날이 오면,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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