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242.♡.233.198)
2024년 4월 15일 PM 05:58 · 수정됨(23:31)
주변 생활에서 드러나는 불길한 숫자.
지도를 검색하다가 내가 옛날에 다녔던 종로구 혜화초등학교를 보게 되었다. 70년대 중반 명륜동으로 이사간 것으로 들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궁금해서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더니 1972년 명륜동으로 이사를 갔다가 30년만인 2002년에 제 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연혁을 읽다가 눈에 띄는 숫자가 있었다. 종로구 혜화동에 사는 초등생 인구가 반으로 줄었다. 2023년 2월 졸업생은 모두 111명인데 비해 2023학년도 3월 신입생은 59명이었다. 2023년 졸업생이라고 해보았자 겨우 2017년에 입학한 아이들인데 6년 사이에 학년당 학생 수가 거의 반으로 줄은 것이다.
혹시 이것이 혜화동에 국한 된 현상인가 싶어 어린 시절 살았던 옆동네 삼선동에 있던 삼선초등학교도 찾아 보았다. 마찬가지다. 이곳은 통계가 최근 것을 올려놓았는데, 2024년 2월 118명이 졸업한 것에 비해 1학년 입학생은 59명이다. 혜화초등과 마찬가지로 반으로 줄었다. 내친 김에 내 친구들이 많이 다녔던 재동초등을 찾아보니 여기는 올해 47명 졸업한 것에 비해 24명이 입학했다. 여긴 거의 폐교 직전이다.
신도시는 어떨까? 크개 다르지 않았다. 분당의 중심에 해당하는 서현동의 분당초등을 찾아보니 현재 6학년이 193명인데 반해 1학년은 91명으로 여기도 5년 사이에 거의 반으로 줄었다. 내가 살았던 수내동의 내정초등도 6학년생이 231명인데 1학년생은 130명이다. 이에 비해 나중에 개발된 판교동의 낙생초등은 6학년 225명 대비 1학년 174명이어서 아직 반까지 줄지는 않았다.
그동안 인구가 폭감하고 있다는 것이야 다들 뉴스로 알고 있지만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무슨 형태로 나타날지 아직 체감하기 어려웠다. 인구 문제를 국가 단위 통계만 봐서는 감이 잘 안 왔는데 이렇게 동네 별로 초등학교 학년별 아동 숫자가 6년 사이에 반으로 줄었다고 보니 뭔가 더 구체적으로 느낌이 온다.
요즘 나는 이게 제일 무섭다. 윤석렬 대통령 남은 3년 임기보다 이게 훨씬 더 무섭다. 이미 재앙에 가깝지만 이런 출생아 폭감이 4~5년만 더 지속되면 그땐 거의 폭탄에 가깝다. 그동안 확대 재생산에 너무도 익숙해져서 다른 경우를 생각도 안 해보았던 사회가 이처럼 빠른 인구 폭감에 의해 어떻게 달라질지 겁이 난다. 우리가 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전제를 다 흔들 것이 명확한 현상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태평한 것 같아서 불길하다.
(인구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자기 동네 학교 아이들 숫자가 최근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면 좀 구체적인 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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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른아침에
24.04.15 · 211.♡.203.11
그만한 집값을 내면서 자녀 양육은 힘들죠. - 팡
팡파파팡
24.04.15 · 245.♡.30.169
그런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들이 반성해야죠
썩렬이만 문제가 아닙니다 2찍만도 문제가 아니죠
욕망에 모든 걸 내맡긴 모든 세대가 문제입니다 -
비비읍
24.04.15 · 116.♡.148.36
한 10년 지나면 서울의 절반 가까이 폐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제제다이마스터
24.04.15 · 59.♡.62.231
이게 왜 무서운건가요?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결혼, 주거, 육아비용이 무한대로 수렴해서 젊은이들이 아이를 덜 낳는걸 선택하는데 왜 무섭다는거죠? 일자리가 줄어들고 모든 비용이 무한대로 수렴해도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출산율을 2.1로 맞추는게 더 무서운 사회라고 생각해요. 전 매우 건전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
유준
→ 제다이마스터
24.04.15 · 112.♡.205.155
저도 아이 낳지 않고 결혼하지 않는 게 당연한 대한민국 미래의 모습 같아요. 일자리 없어서 굶는 사람이 생겨나는 사회, 1시간을 일해도 김밥+라면을 못 먹도록 임금을 억누르는 사회…과연 인간이 존중받는 사회인가 묻지 않을 수 없죠. -
슈슈뢰딩
24.04.15 · 223.♡.169.206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
모든 면에서 수요가 장기적으로 반토막이 기정사실로 나타나는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그걸 모르신다면 거시 경제, 규모의 경제에 대해 알아보시면 될 겁니다 - 호
호호바
24.04.15 · 39.♡.75.92
마지막 문장이 너무 공감되네요.
우리는 너무 태평한 것 같아서 불길하다.
태평인지 무지인지 무기력인지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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