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오늘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의 실체를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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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2025.01.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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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 대해 내용을 들으셨겠죠? 리바이어던은 성경에 나오는 괴물이고, 홉스는 절대왕정을 리바이어던에 비유하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각 개인은 자신의 권리를 절대왕정에 양도하며, 절대왕정은 리바이어던으로서 만인을 다스린다는 것입니다. 그럼 평화가 임한다는 거죠. 이 홉스의 주장은 사회계약론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근대국가의 출현을 예리하게 감지한 것이기도 합니다.


원래 중세 유럽은 봉건체제라 무력(군사력/경찰력 등)이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대제후들도 있었지만, 동네 요새를 차지하고 삥뜯는 기사들도 있었죠. 그런데 중세 말기부터, 왕들은 차근차근 그 무력을 접수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후들은 점차 개인적인 무력을 빼앗기기 시작했지요. 엄밀히는 16세기 종교개혁도 이념투쟁이기도 했지만, 황제 vs 제후, 왕 vs 제후의 갈등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무력은 결국 하나로 집중되는 경향을 띄게 되었고, 무력의 집중이 근대국가의 전형적인 형태를 띄게 된 것입니다. 그걸 홉스는 예리하게 캐치했고, 근대국가를 리바이어던으로 설명하는데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6세기 종교개혁자들, 그리고 그 바톤을 이은 합리주의/자유주의자들은 이 리바이어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고, 요 녀석을 가만히 둬서는 안 된다는 이론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로크는 홉스와는 반대로 권리 일부만 양도했다고 주장했고, 루소는 아예 양도한 적 없다는 사회계약론을 세우게 되지요. 이 이념에 기반하여 시민혁명은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의회를 통해 끊임없이 이 리바이어던인 국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체제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공화정의 개념들이 세워지는 것이죠. 뭐 여기서 극단적으로 나간 부류들이 아나키스트들을 이루게 되기도 합니다만, 이건 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한국에서는 이 국가의 섬찟함, 리바이어던에 대한 반성이 부재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진정한 자유주의자가 극소수였습니다. 좌우를 떠나서 이 리바이어던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냐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젊은 부류들조차도 민주주의/법치주의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폭력, 무력이 집중된 이 국가가 일상에 칼을 휘두르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생각에 대해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의회독재'라는 참으로 기괴한 단어가 통용되는 것이지요.


이번에, 군대, 경찰, 그 외에도 온갖 행정부 공무원 일체가 헌법을 어기는 행위가 벌어지는 상황인데, 의회가 이를 견제하려는 제대로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회의 견제도, 사법부의 판단도 리바이어던을 실체적으로 구성하는 행정부가 전혀 듣지 않는 현상이 오늘 멧돼지 체포 건에서 제대로 벌어졌습니다. 이제 리바이어던의 몸체가 국민들 앞에서 제대로 드러났지요. 자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어떻게 이 국가라는 데우스 마키나 같아 보이는 리바이어던에게 재갈을 물릴 수 있을까요? 이걸 고민해야 할 시간이 된 겁니다.

댓글 6 / 1 페이지

육일사님의 댓글

작성자 육일사 (112.♡.159.45)
작성일 01.03 17:31
제가 학사때 졸업논문을 홉스로 썼었는데요.
리바이어던이란 해양괴물(?)을 상정한 이유 자체가 중세가 근대로 넘어가며 바다에서 육지로 넘어올 수 없는 거대한 권력과 육지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계약관계를 생각한다는 지점이었습니다.

즉 거대권력과, 권력을 이양하는 수많은 주체로서의 인민 사이에 서로 넘지 않아야할 선이 생긴거라고 봤거든요.

여튼 오랜만의 기억이라 부정확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토마스 홉스는 최초로(아마도) 근대를 이야기한 사상가임은 분명합니다.

FV4030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01.03 17:37
@육일사님에게 답글 좋은 논문을 쓰셨네요. 바다와 육지의 개념도 중요하죠. 심지어 성경에도 나오는 거라... 확실히 이미지, 상징이라는 것도 이념/사상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또한 말씀대로 홉스는 아마도 근대 국가의 형성에 민감하게 눈을 뜬 최초의 정치철학자가 아닐까 하네요.

Fatherland님의 댓글

작성자 Fatherland (221.♡.197.197)
작성일 01.03 17:43
흥미롭네요 글 감사합니다

FV4030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01.03 17:46
@Fatherland님에게 답글 저도 학부 때 읽고 배운 걸 나누는 거라서요. 죽어버린 지식인의 사회에 생명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를 짚으면서 서구 사상의 발전 과정을 살피면 나름 재미있는 게 많답니다.

앤디듀프레인님의 댓글

작성자 앤디듀프레인 (115.♡.117.96)
작성일 01.03 19:20
문제는 이런 집중이 정권에 따라 선택적으로 나타난다는 거죠.
정파와 상관없이 모든 권력이 동일한 행태를 보였다면 시민들의 각성과 권력 분산에 대한 요구가 치솟았을텐데
공화정의 가치를 지키려는 권력이(물론 이들이 진정한  권력집단이 아닐수도 있긴 하죠) 노력을 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나 성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죠. (물론 잠깐의 착시나 착각일수도 있지만)

반면에, 그 권력이 다른 권력으로 교체되면 어김없이 권력집중으로 회귀를 하고 있죠.
결국은 해방 이후부터 왕정이나 절대권력 마인드에 천착하는 세력이 이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딱히 버릴 계획도 없어 보이는게 이 문제의 근원인데
학연, 지연, 혼맥 등으로 뿌리 깊이 얽혀있고 그 범위도 정치, 기업, 언론, 검찰, 법원, 종교,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퍼져 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가 막막해 보입니다.

더욱 철저한 권력의 분산을 통해 이걸 이루어야 할지, 아니면 리바이어던을 갈구하는 세력들을 박살 혹은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이걸 이루어야 할지를 고민해야죠..
전자는 노통, 문통 그리고 과거 조국의 방식이고 후자는 이쪽에서는 아직까지 사실상 제대로 시도한 적이 없죠.
후자의 방법은 이번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으로 보이는데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 쉽지는 않겠지만 우선은 이번 내란 세력만이라도 제대로 처리한다면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각성 +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저들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희망적인 부분이구요.
물론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기존 권력집단과 부역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텐데 뭐...잘 극복해나가길 바라고 응원하는 수밖에 없죠.

FV4030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V4030 (106.♡.11.2)
작성일 01.03 19:25
@앤디듀프레인님에게 답글 일단 시민들이 이 리바이어던의 위협을 인식하고 이 전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는 거부터가 급선무죠.

정권마다 이게 숨거나 드러나거나 할수는 있는데.. 드러났을 때는 시민이 깨어서 확실하게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사회계약론 정도는 교육이 필요하다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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