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115.♡.133.48)
2024년 4월 16일 AM 08:35
세월호 사건의 실종
아, 칠년 전에 아래와 같은 글을 썼습니다마는 아직도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어요. 도대체 정치는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답답한 마음 가눌 수 없어 2017년 4월 16일에 쓴 글을 다시 올려둡니다.
세월호와 ‘장미대선’
1.
세월호가 올라왔다. 박근혜가 내려가자 배가 올라온 것이다. 누가 그 배를 지난 3년 동안 죽음의 바닷물 속에 가둬두었는지 두말 할 필요조차 없게 되었다. 박근혜와 그의 지휘를 받은 관료들이 세월호 문제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그동안 박근혜 정권은 필사적으로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였다. 2015년 1월 12일,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여당인 새누리당의 집요한 정치공작에 의해 특별법은 사실상 세월호 장례법으로 귀착되고 말았었다. 가령 무엇보다 중요하게 취급되어 마땅한 세월호 가족의 알권리가 철저히 무시되었다.
그로부터 또 다시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세월호를 탔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만 수 백의 원혼이 한을 풀지 못했고, 살아남은 가족들의 원한도 더해 갔다. 시민들은 함께 분노했다. 하늘도 무심치 않아, 박근혜 정권은 결국 와해되고 말았다. 이런 것을 두고 예부터 “천명(天命)”이라 말하는 것이다.
실로 사필귀정이었다. 끝끝내 민심을 외면한 박근혜정권이 좌초한 것은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되어야할 숙제가 산적되어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어이없이 좌초된 이래 나는 다음과 같은 미해결의 문제를 곰곰 생각할 때가 많았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져야한다.
이것은 억울하게 죽은 세월호 영령을 달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힌 다음이라야 우리는 세월호의 혼백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 것이며, 다시는 이런 참화가 되풀이 되지 않을 ‘새로운 한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2.
우리가 해결해야할 최우선의 과제는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오지 못한 영령의 주검을 확인하는 것이다. 아홉 영혼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물리적으로 간단하지 않다 해도 우리는 그 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반드시 그 흔적을 찾아내야 한다. 일부 “막말 정치인”들은 세월호 수색에 필요한 비용의 비효율성을 들먹이며 세월호의 영원한 수장을 주장하였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아직도 그들이 건재한 불행한 현실이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유해의 수습은 세월호의 물리적 침몰과정을 온전히 재구성하는 작업과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그 배경을 둘러싸고 많은 의혹이 대두되었다. 시민들은 이 배가 왜, 하필 그날 그곳에서 갑자기 침몰했는지를 궁금하게 여긴다. 불법적인 과적 때문인가? 인천항만청의 잘못된 출항 허가 때문인가? 아니면, 선박의 불법 증축 때문인가? 아니면, 정부의 무능 때문인가? 이제 우리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본격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3.
그러려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앞뒤 정황을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 도대체 항만당국과 여객선 업체 사이에는 어떠한 비리가 있었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들이 숱한 세월 동안 일상적으로 저질러 온 불법행위들, 특히 화물의 과적과 부실한 선박 안전관리, 그들의 갑을 관계를 둘러싼 낡고 부패한 관행 등이 고스란히 밝혀져야 한다.
부분적으로는 이미 드러난 사실이지만, 일부 선박업계와 정부기관의 유착은 평범한 시민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세월호의 문제는 단순히 배 한척의 좌초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비리공화국인지를 진단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세월호의 진실이 백일하에 공개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많은 시민들은 “새로운 한국”을 출범시키고 싶어 한다. 썩은 박근혜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세월호의 인양을 방해하고 일체의 진실을 철저히 은폐함으로써, 비리공화국의 진실을 어둠 속에 파묻었다. 이제 그 정권이 시민들의 추궁을 견디지 못하고 자폭하였다. 이제라도 세월호를 둘러싼 여러 가지 혐의점이 구명된다면, 우리는 이 나라의 밝은 장래를 소망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그러한 일련의 시도가 무산되고 만다면 이 번에 대선을 통해 설사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해도, 시민들이 바라는 미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4.
세월호는 실로 많은 미스테리를 남겼다. 이 선박의 실소유주에 관한 의혹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세월호의 실소유주는 과연 유병언 일가였든가?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미 일부 언론이 오래 전에 보도했듯, 세월호의 소유권은 국정원에게 일부나마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시사포커스>, 2014.8.11.)
국정원은 여러 모로 특권적인 기관이다. 예산마저도 사실상 자의적으로 산정할 수 있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신문보도를 보아도, “국정원은 ‘예산 요구는 총액으로 하고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있다’는 원칙을 40년 넘게 지키고 있다.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는다.”(<한겨레신문>, 2016.9.7.)
결코 예산이 부족해서 국내외의 활동에 제약을 받을 기관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정원이 세월호의 운영과 같은 일종의 이권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퇴직자들의 권익을 위해서라는 항간의 소문은 과연 사실인가? 그 퇴직자들은 국가가 지급하는 고액의 연금을 통해 노후가 보장되어 있는데도 왜, 특권기관이 음성적으로 사업에 투자를 하는가? 세월호의 진실을 통해 우리는 이 나라가 과연 어떤 성격의 지배체제를 유지해왔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5.
세월호 사건의 수습과정에서 의외의 사실들이 단편적으로나마 언론에 포착되었다. 이것은 아마 언론인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 테고 일반시민들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 하나는 정부기관의 돈벌이 행각이다.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이 사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월호의 구조에 투입된 '언딘'이란 회사만 해도 악취가 진동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가기관이 그 회사의 재무구조상 36%를 지배한다고 했다. 몇 해 전 한국사교과서 사건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교학사란 출판사의 소유지분에도 정부의 몫이 크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는 점이 새삼 기억에 새롭다. 도대체 정부기관은 왜, 민간기관에 출자를 하는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규제완화를 빌미로 내세우며 ‘민영화’를 부르짖었다. 그들은 운영상태가 양호한 인천국제공항까지도 서둘러서 민간기업의 손에 넘겨주지 않았던가. 미수에 그쳤지만 서울지하철마저도 프랑스의 민간 기업에 팔아치울 복안이 있지 않았던가? 시민들이 이해 못할 민영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 나라의 국가기관은 기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였다니, 건전한 상식에 의존하는 시민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박근혜 정부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미르재단’과 ‘K스포츠’도 불가사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왜, 저들은 이 모든 것이 국가의 영광을 위한 선의에서 비롯된 사심 없는 행동이라고 강변하면서 실제로는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였는가? 이번 기회에 국가공권력을 빌려 사익을 추구하는 일체의 행위가 발본색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남겨준 과제이다.
6.
한 마디로, 세월호의 진실은 지금껏 조금도 해명되지 못하였다. 유해는 가족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가지 못했고, 세월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은 아직도 미궁에 빠진 상태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입체적으로 구명하는 작업은, 평온으로 가장된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 역대 정권이 감쪽같이 숨겨온 이 사회의 추악한 악습과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는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야 할 것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박근혜는 권좌에서 쫓겨났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한국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기득권층의 민낯이 드러나기에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팽목항에서 건진 우리의 세월호가 아직도 목포 신항의 부두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억울하게 숨진 세월호 영령들이 우리에게 준 진실규명의 역사적 과제를 살아남은 우리로서는 엄숙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7.
목하 이 나라는 대선정국이다. 트럼프와 북한이 주고받는 무시무시한 폭력적 언사를 배경음악 삼아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참이다. 5월 9일의 ‘장미대선’은 사실상 흑색선전의 장으로 떨어지고 말 위기에 놓여 있다. 참으로 왜들 이러는가? 시민들이 애써 마련한 “새 한국” 출범의 역사적 기회를 썩은 정치가들이 망가뜨리게 해서는 곤란하다.
시민들이여, 회초리를 들어 못난 정상배들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내려치자. 구악의 추종세력을 어김없이 솎아내자. 남몰래 기득권을 편들며 시민들의 눈과 귀를 호도하는 기회주의자들을 몰아내자. 그리하여 온 생명이 다시 부활을 꿈꾸는 새날이 어서 오게 하자. 세월호의 희생을 끝없이 기억하며, 이 사건이 우리의 역사적 비극에 종지부를 찍고 희망의 출발점이 되게 하자. (2017. 4. 16. 백승종)

댓글 (0)
-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