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과 8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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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필 208.♡.249.74
작성일 2025.01.11 07:05
2,00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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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단, 이 명칭은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시대극을 보면 운동권 학생이 나오는게 으레 당연한 80년대이고 백골단이란 단어는 대사 중에라도 등장하기 십상입니다. 김민전이 백골단에 대해 잘 몰랐다고 했다더군요. 김민전이란 사람은 84학번이네요. 서울대 외교학과.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으니 80년대의 학생운동과 그 분위기를 모를리가 없습니다. 1987이란 영화를 봐서 관객도 알 수 있는 내용을, 그 학교를 다녔던 당사자가 모른다면 그건 바보이거나 바보인 척을 하는 겁니다. 수구세력은 늘 그렇듯 바보인 척을 잘 하는 세력이구요.


대학생이 나쁜 짓을 하면(?) 끌려가는 대학원을 다닐 때 얘기입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고 존경하는 문학 전공 교수님 두 분이 계십니다. 공교롭게도 그 두 분 모두 서울대 출신이시네요. 두 분의 삶의 궤적은 살짝 달랐습니다. 한 분은 열혈 민주투사였고, 다른 한 분은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시던 분입니다. 전자 교수님은 술이라도 들어가면 인생사를 푸시면서 엄혹한 시절 단어 그대로 생사를 넘나들던 학생운동 얘기를 장황하게 하십니다. 대학원생들이야 익숙한 이야기지만 학부생들은 들으면서, 진짜요? 정말요?를 반복하던 게 생각납니다. 2000년 이후 학번들은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시절의 이야기니까요. 이제 2000년대에 태어난 애들이 대학을 다니는 시기였으니 생소한 이야기였어야만 합니다. 윤석열 때문에 아니게 됐지요. 그걸 막아내는 시민 정신의 뿌리에는 80년대 자신의 몸을 갈아서 땅에 뿌리던 민주세력의 선배들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다른 한 분은 소위 당시 '공부하던' 학생이었습니다. 민주화 운동보다 공부에 집중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두 교수님은 딱히 친해보이진 않았습니다. 같은 학교, 같은과, 비슷한 학번임에도 불구하고요. 소위 우리 세대였다면 '범생이'라고 불렸을 이 교수님의 수업은, 참으로 열정적이고 진보적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여성주의, 생태주의 등의 이론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면서 진보적 가치에 대해서 말씀하시던 분이었죠. 네, 지금이라면 PC라고 까일 그런 '이즘'을 주로 다루고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입니다. 사담이라도 나눌 때면 진보의 가치에 대해서 말씀하셨고요. 이 분의 심리를 제가 잘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마음 한 켠에는 80년대 민주운동에 참여하지 못한 빚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 시절 도서관에 있었어도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서 알았을 것이고, 그 자리에 있진 않았어도 마음만은 함께 였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참여하진 못했으니 마음의 빚이 있고, 후학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으니 그 가치와 정신만이라도 자기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열정이 타올랐던 게 아닐까 합니다.


제가 간접적으로 들었던 그 시절을 그랬습니다. 민주 운동의 현장에 있던 사람도, 도서관에 있던 사람도 마음 속으로는 불타오르던,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찾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민주 운동을 탄압하던 게 백골단이었고, 그 시절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폭력집단입니다.


그 시절, 그 뜨거움을 아는 사람이, 정치학을 박사까지 공부했다는 사람이 국힘의 의원이 되고 반민주 폭력집단을 다시 꺼내와서 국회에 세우고 이제 와서 그 명칭이 같은 상징성과 폭력성을 몰랐다고요? 당시 함께 공부하던 학우들에게 미안하지 않은지 묻고 싶습니다. 아, 이걸 먼저 물어야겠네요. ‘인인인인인(人人人人人)’이 뭔지 아십니까?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사람이 아닙니다.




댓글 8 / 1 페이지

12시님의 댓글

작성자 12시 (75.♡.170.40)
작성일 07:17
80년대 중후반에 대학을 다니면서 백골단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들 있을 수 있습니다. 아마 실제로도 잘 모를 거예요. 대부분의 학우들이 시위하고 끌려가고 사회를 시끄럽게 만드는 그런 소동들이 꼴보기 싫고 그들을 일거에 소탕하는 군사독재와 백골단의 활약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었을 테니까요.

하지 말라는 거 안하고 범죄 안 저지르고 데모 안하고 학생은 공부 열심히 하고 회사원은 회사일만 열심히 하면 나머지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나라를 잘 다스릴까 근데 왜 이렇게 빨갱이들이 많이 설쳐서 사회를 어지럽게 하냐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죠.
지금도 많아요

초보아찌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초보아찌 (118.♡.81.168)
작성일 07:59
@12시님에게 답글 절대요.
80년대 다니면서 백골딘을 모른다면
사회적 지진아입니다.
87년까지는 매일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인데 그걸 몰랐다면
그 사람은 그 시대를 산 사람이 아닌 미이라 입니다
매일 매일 최류탄 가스가 온 시내를 휩쓸고 다녔는데, 그걸 모른다고요?
학교앞 뿐만 아니라 시내 전체가 최류탄 가스가 매일 날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백골단을 모른다????
금치산자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아니라면 몰랐던 척 하는거죠.

12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12시 (174.♡.132.107)
작성일 09:12
@초보아찌님에게 답글 몰랐다는게 아니라 백골단을 응원하는 사람이란 얘기죠

삶은다모앙님의 댓글

작성자 삶은다모앙 (61.♡.223.158)
작성일 07:18
백골단....

군대 가기 전엔 자주.. 면담 했었지요..

동아리 방마다 하이바 굴러 댕기고...

학교앞에는 쥐도 안살았어지요


친구 한넘.... 3개월 실종되었다.. 나타났는데.. ㅠㅠ  아시지요


제대하고 오니...  최루탄은 없었지요 쥐도 다시 돌아오고요

달짝지근님의 댓글

작성자 달짝지근 (125.♡.218.23)
작성일 07:27
보기 싫어도 지나가다 학교앞에 최루탄 뿌리고 백골단 나타나서 도망가본 세대일텐데 말이죠
집에는 갈것 아냐?

달과바람님의 댓글

작성자 달과바람 (14.♡.23.97)
작성일 07:41
고의로 무지한 척 하는 것은 다른 이익이 있기 때문인 거죠.

고의는 아니지만 어느 시절에나 무상으로 얻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 하는 부류들은 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존재하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움 속에 살아가면서 각자가 느끼게 되는 인지의 편차는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말이죠.

제 주변을 보면 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어차피 잡혀 갈 텐데 뭐 하러 신경 쓰냐는 둥 자신의 안위 외에는 전혀 무관심인 부류가 있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떠나서 당장 눈 앞에 놓인 현실과 이익 외에는 시선을 주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의 성향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유지된다는 게 맞는 것 같고, 그렇기에 사회 체계와 교육이 참 중요하다 생각되는 건 2mb 이후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BetaMAXX님의 댓글

작성자 BetaMAXX (106.♡.194.207)
작성일 07:52
서울대 84학번이면 박종철 열사와 동기학번이고 그 당시 서울대 분위기를 모를 리 없었죠..

저것들은 지들이 불리해지면 바보 코스프레 하면 넘어간다 생각하나 봅니다ㅋ

captnSilver님의 댓글

작성자 captnSilver (211.♡.116.235)
작성일 07:54
다 모르겠고, ㄱㅁㅈ은 백골단 여우두머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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