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nbetterlife (59.♡.103.12)
2025년 1월 11일 PM 12:43 · 수정됨(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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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씨의 오만잡상
고차원적이고 세련된 교리를 갖춘 동학이지만, 사실 19세기 당시 밑바닥 백성과 동학의 가장 큰 접면은 도창, 주문, 주술, 부적 같은 논두렁 컬트였지요.
사실 배움이 크지 않은 백성에게 고상한 고담준론보다는 주술과 부적의 신묘함이 더 잘 통하는 이야기였을 터, 동학의 초기 포덕은 그런 부분에 기대는 바가 적지 않았습니다. 당대 각지의 로컬 무속, 도창 흐름과 결합 해 다양한 양상이 나타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후 동학이 천도교로 발전, 근대 종교의 체계 를 굳혀가면서 그런 주술적 모습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지만, 부적 의례는 오늘날까지 그 신묘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제우가 직접 영험한 부적 영부를 뭇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고 그 용례를 경전에 남겼으니, 이는 동학에서 거를 수 없는 요소일 것입니다.
오늘날 천도교의 부적 태운 물을 마시는 의식은 가톨릭의 성수 성례와 비슷한 의례적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실제로 질병을 치료한다기보다는 마음의 병을 다스리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용도인 게 지요.
동학농민군이 총알을 막아주는 방탄 부적을 두르고 다녔다 해 이를 전근대적 아둔함이라 고개를 저을 수 있겠지만, 조금 넓게 보자면 서양 병사들이 걸고 다닌 십자가 목걸이나 일본 병사들이 두르고 다닌 천인침과 아주 크게 다른 맥락은 아니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리 두루뭉술한 믿음의 영역에 무슨 계측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습니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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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격 한중일 세계사 | 15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 | 굽시니스트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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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발간인인 백낙청 교수님도
동학을 상당히 세련된 교리로 평가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동학이 널리 퍼지는데는 아무래도 '교리' 보다는 '부적'이 더 접점으로 작동한 것 같지만요.
굽시니스트는 기독교에서도 그런 '컬트'적인 요소가 있었다. 성수나 병사들의 십자가 목걸이도 마찬가지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영문학자시지만 동학부터 이를 계승한 천도교와 원불교에 대한 탐구를 오랜 기간 깊이 해 오셨더라고요.
그리고 그 바탕에는 '개벽 사상'이 있는데,
이를 통해 서구주의적 체제와 사유의 한계를 넘어
자본주의, 생태위기 등을 극복해 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요.
저 '개벽사상'이 뭔지는 저도 백낙청 교수님 영상도 몇 개 보고 했는데,
몇 줄이라도 써보려면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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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스까르고
25.01.11 · 183.♡.12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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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iynbetterlife
→ 에스까르고 작성자
25.01.11 · 59.♡.103.12
동학이 한국 현대사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주요한 민주주의 평등사상이자 운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컬트적으로 치부되는 건 싫더라고요.
제가 서양문학과 동학을 동시에 백낙청 교수님 만큼 깊이 공부해 본 적이 없지만, 동학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동기는 위와 같습니다. {emo:damoang-emo-029.gif:30} -
외외행자
25.01.11 · 211.♡.200.222
그 시대상황에서의 의미와 중요도와
지금 상황에서 그걸 살리는건 좀 다른 차원의 얘기죠
소위 말하는 다른 주류 종교들도 그 과정을 거쳐나가는 동안 많이 깍이고 다듬어 온 결과물이 지금 형태이긴 한거라 -
Ddiynbetterlife
→ 외행자 작성자
25.01.11 · 59.♡.103.12
맞는 말씀입니다. 백낙청 교수도 그 시대 동학을 그대로 현 시대에 적용하자는 말씀은 아닌 것 같아요.. -
MMoonKnight
25.01.11 · 175.♡.19.66
따지고 보면 부적의 힘을 믿는것과 성경이나 꾸란을 믿는것이 뭐가 다른가 싶습니다 -
Ddiynbetterlife
→ MoonKnight 작성자
25.01.11 · 59.♡.103.12
왜 공포영화에서도 악마를 쫒을 때 십자가, 성수, 묵주 다 동원되잖아요. 마찬가지 아닐까요. 뱀파이어는 특히 '나무' 소재의 십자가여야하고, 은 총알이어야 하고 온갖 컬트가 짬뽕된걸요. -
엔엔알이일년만
25.01.11 · 211.♡.176.51
한중일 저 책 재미있죠.
삼국의 역사를 이어 소개하니 흡입력이 대단했어요.
전권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백낙청 교수를 비롯한 몇몇 지식인들은 포럼을 만들고 동학에 대해서 논의를 진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입니다.
제 지인은 코웃음을 쳤다고 합니다마는 스승뻘인 분들이 계신 관계로 적당히 듣다가 돌아왔다고는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