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64.♡.111.100)
2024년 4월 16일 PM 04:41 · 수정됨(04. 18. 10:08)
- 얼마전 있었던 아일릿의 앵콜무대와 르세라핌의 코첼라 무대로 인해 돌판이 시끄럽습니다. 아이돌 그룹에게 꼬리표처럼 달려 나오는 라이브 실력 혹은 가수의 노래 실력 비판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 아일릿의 앵콜무대가 라이브 실력을 보여준다?
앵콜무대의 공연을 두고 이렇게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영상을 다시 한번 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일단 앵콜 무대는 곡을 완벽히 끝까지 완창하는 무대가 아닌지 오래 됐습니다. 특히 아일릿에게 음악방송(이하 음방) 1위는 처음이기도 하고 많이 들뜬 모습을 보였습니다. 즉, 차분하게 라이브를 하는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앵콜무대 특성상 AR이 덜 깔리기는 합니다. 하지만 앵콜무대의 실력이 라이브 실력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애초에 완벽한 퍼포먼스를 전제로 한 공연이 아니니까요.
저는 가요탑텐부터 봐왔습니다만(여기서 연식이 나오네요ㅠ) 과거 음방 앵콜공연은 본 무대 공연과 비슷했습니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본 무대와 유사하게 완창하거나 퍼포먼스를 보이는게 보통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 추세는 아이돌이 가요씬을 장악하면서 조금씩, 그리고 세대가 바뀌면서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과거라면 상상하기 힘들었던 공약을 걸고 아이돌 멤버들이 서로 신나서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무대로 바뀐 지 오래 됐습니다. 글자 그대로 '즐기기' 위한 무대가 앵콜 공연입니다.
아일릿의 앵콜 공연을 볼까요. 각 잡고 제대로 부르려는 멤버도 있고(민주), 노래를 부르거나 살짝 춤을 추면서 즐기는 멤버도 있고(윤아), 흥분한 건지 긴장한 건지 모르겠지만 앵콜 가운데서 자기 파트를 놓치는 멤버도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그들의 노래 실력이 부족한 걸까요 아니면 앵콜 무대라는 특성+첫 1위라는 놀라움/긴장감의 결과일까요. 저는 후자의 가능성을 더 칩니다. 아직 어린 멤버들이고 연습생 기간이 짧았던 멤버들도 있지만 요즘 아이돌의 평균적인 실력은 과거보다 좋습니다. 아일릿이 각 잡고 라이브 무대를 한다고 하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앵콜 공연보다는 훨씬 좋을 겁니다.
- 르세라핌의 라이브 실력은 엉망이고 케이팝 망신을 주고 있다?
이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르세라핌의 라이브 실력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논란이라는 것 자체를 먼저 봐야 합니다. 르세라핌은 소위 뉴아르(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라는 줄임말로 4세대 여돌을 대표하는 그룹입니다. 팬이 많다는 뜻이고 안티팬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이 수많은 안티팬은 "까플"을 합니다. 조그만 사건이라도 터지면 각종 커뮤니티에서 악플성 비난을 일삼아서 그룹 자체를 깎아내리는 플레이를 말합니다. 이런 까플은 인기그룹일수록 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기름을 부어주는 존재들이 바로 기레기들입니다.
당장 다음이나 네이버의 연예면에 가보시면 르세라핌 그리고 르세라핌의 일본멤버들을 비난하는 기사들이 줄줄 나옵니다. 그들이 왜 이런 기사를 쓸까요? 포털에 실린 기사는 페이지뷰의 실적에 따라 포털로부터 돈을 받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낚시성 혹은 자극적 기사를 양산하게 됩니다. 클릭베이트라 불리는 이러한 행위로 돈을 버니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쉬운 건 연예인입니다. 거기다가 특히 여자아이돌은 더 장사가 되고 일본멤버는 더 손 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을 비난하는 것보단 일본인을 비난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고 후폭풍이 덜하니까요.
저도 르세라핌의 40분 라이브를 유튜브로 보았고 하도 비판/비난이 심해서(비난, 악플이 훨씬 많습니다) 다시 찾아보고 현장에서 팬들이 찍은 영상도 찾아봤습니다. 외국 팝 전문지에서 평한 대로 괜찮은 무대였고 현장에서 팬들이 들었던 건 유튜브 생중계 버전보다는 좋았습니다. 전문지에서 평한 대로 팬들이 즐길 만한 퍼포먼스가 있었던 무대였습니다. 비난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엉망인 무대였냐고 하면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각종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비판 혹은 비난은 지나친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 까플과 싸워야 하는 팬덤
르세라핌이 약간 인기 있는 수준의 걸그룹도 아니고 4세대 3대장 중의 하나다 보니 팬들은 까플을 하는 안티들과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이는 뉴진스도 아이브도 에스파도 예외가 아닙니다. 언급된 어떤 아이돌 그룹이든지간에 작은 문제 하나만 터져도 악플러들이 따라붙습니다. 그리고 기레기가 클릭수를 노리고 비난 기사를 양산합니다. 그러면 안티들이 이 기사들을 다시 가져와서 버블을 만듭니다. 이렇게 마플(마이너스 플로우)가 이어지면 팬들은 싸워야 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사건이 터지면 팬덤 내에서 마플이 발생했고 이제는 이런 걸 금지하는게 정착됐습니다만, 외부에서 발생하는 마플은 전쟁을 벌여야만 합니다. 이러다보면 자기 아이돌을 보고 즐거워야 하는 시간이 적들과 싸워야 하는 전쟁통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런 사태가 이어지다보면 어느 순간 현타가 오고 탈덕 혹은 휴덕까지 가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걸 노리고 안티들이 한번 물은 떡밥은 절대 놓지 않습니다. 안티들은 모든 커뮤니티에 상존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아이돌에 관심이 별로 없는 일반인이 글만 짧게 올려도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악플로 댓글창을 채웁니다. 그렇게 되면 첫댓글 효과로 여론의 방향이 정해지고 비동의하는 사람들은 입을 다뭅니다. 정해진 여론 향방에 반기를 드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팬들은 이런 게시글과 댓글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전쟁을 해야 합니다. 정말 피곤한 일이죠. 내 아이돌이 욕먹고 상처받는 건 싫으니 대신 싸우는 겁니다. 그러다 팬들의 정신적 리소스가 바닥나게 되는 거구요.
그래서 아이돌에게 사건이 하나 터졌을 때 글 하나 쓰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머글이라 불리는 일반인은 그저 깊은 고민 없이 '이런 얘기가 있네요' 정도의 글만 올렸어도, 그 글이 전쟁터가 되고 팬덤과 안티들은 목숨을 건 듯이 싸우게 되니까요. 리플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어보니 문제가 있네요' 정도의 비교적 온건하고 양호한 댓글조차 팬들에게는 투쟁의 대상이 됩니다. 그들은 자기 아이돌을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나온 것이고 일단 적군(안티)처럼 보이면 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위 '빠가 까를 만드는' 비극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이돌의 사건 관련 글과 댓글은 조심해야만 합니다.
-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돌판 뉴비로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그냥 이런 이슈가 있구나, 왜 이렇게 악플이 많지 정도만 체크하고 넘어가시는게 최선인 거 같다는 겁니다. 안티들은 전선이 확대되는 걸 원하고 팬덤은 최소화되기를 원합니다. 어떤 이슈가 발생했다면 안티들은 무제한 확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관련 글을 하나라도 쓰거나 리플을 단다면 안티의 바람대로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게 되구요.
원래 어떤 사람을 비판하는 건 신중해야 하고 어려워야만 하는 일입니다. A라는 인물을 제대로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가 사건에 말려든 경위와 당시 그의 전후 상황, 그의 대처/대응, 그리고 주변의 평가까지 모두 봐야 합니다. 기사 하나, 동영상 하나 보고 '이거 문제있네'하고 별 생각 없이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해당 인물에게는 큰 상처가 됩니다. 우리는 이미 별 생각 없이 달았던 댓글과 글로 인해서 수 많은 연예인, 아이돌을 잃지 않았습니까. 최근 우리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던 故이선균 씨 사건이 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p.s. 특히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일본출신 멤버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댓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케이팝이 한국에 한정되지 않고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를 향할 수 있었던 건 포용성에 있습니다. 비록 그 포용성이 시장을 넓히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해도 케이팝은 포용과 소수자의 상징성이 있습니다. 케이팝이 글로벌해진 만큼 한국의 팬덤 역시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품을 줄 알아야 합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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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eltant79
24.04.16 · 61.♡.152.147
스포츠팬 오래 한 입장으로써 백번 동의합니다. -
냉냉동실발굴단
24.04.16 · 58.♡.128.91
저는 주료 MV 위주로 틀어놓고 듣기 때문에 라이브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아이돌 애기들이 몸 건강히 맘 상하지 않고 열심히 오래오래 활동이나 해줬으면 합니다.
여러 아이돌 애기들 모두를 응원합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 - S
serious
24.04.16 · 252.♡.245.178
엔터테인먼트는 정치와 달리 실력이 없는 연예인은 소비하지 않으면 됩니다. 왜 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온갖 비하 표현을 써가며 악평을 쏟아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만만한 상대라고 공격해도 되는 대상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지. 실력,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 자격이 없으니 소비하지 않겠다 정도면 충분한데 말입니다. -
잿잿빛
24.04.16 · 115.♡.20.137
이런 이슈로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르세라핌 가창력 논란은 과거부터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어서요....
글쓴분의 의견대로,
'르세라핌은 아이돌 팬들사이에서 가창력 논란이 있었고, 코첼라에서 크게 부각되었구나'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는게 올바른 이해라고 생각됩니다. -
TTonyStark
→ 잿빛
24.04.16 · 222.♡.124.41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스타는 대중의 사랑과 평가를 동시에 받는 직업입니다.
근거 없는 악플이나 비난은 없어져야 하지만
이번 논란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위즈원이었고 쌈무가 원픽이예요.
그럼에도 이 그룹의 실력에 대한 비판은 열려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을 계기로 실력을 더 갈고 닦아야 해요. -
비비빌
→ TonyStark
24.04.16 · 220.♡.79.217
동의합니다. 이수만과 이호연으로부터 시작해서 이중엽처럼 오너의 감만으로 만들어지던 시스템에서
분야별 전문가에게 분업화된 타입의 육성으로 잘 변화해 오고 있고
그 정점에 하이브가 있는데 그렇게 시스템적으로 본다면 가창력 파츠에서 좀더 일을 해야하는 상황인거죠
소위말하는 육각형이나 득음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품의 패키지까지로는 만들어져야한다고 봅니다 -
달달려라하니
→ 잿빛
24.04.16 · 180.♡.47.9
르세라핌은 오히려 라이브 잘한다고 하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가창력 안좋다는 유튜브 렉카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
박박스엔
24.04.16 · 210.♡.46.70
아이돌 팬덤과 정치 지지자의 행동 양식은 매우 비슷하지요.
그래서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 찢 거리면서 개소리 하는 놈들은 초전 박살 낼 기세로 싸우는 것과
피어나가 저런 논란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박하며 싸우는 것이 거의 같은 동기에서 나옵니다.
아이돌과 가수가 완벽히 등치가 아니라는 점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 용
용트름
24.04.16 · 247.♡.155.74
코첼라는 좀 심각했어요 -
효효도하세요
24.04.16 · 106.♡.131.136
모카하고 사쿠라는 그냥 노래를 못합니다
나머지는 혹시 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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