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누나가 죽었다라는 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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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페퍼로니피자 121.♡.149.1
작성일 2025.01.15 16:26
3,488 조회
109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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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안에도 뇌성마비는 아니지만, 전신마비에 걸린 둘째 큰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제가 시골에 갔던 기억이 있었던 5-6세때부터 계속 그랬으니까 적어도 40년 이상을 전신마비로

집에서만 보내신거죠.. 명절마다 내려가서 큰아버지를 볼때마다 특별한 감정은 없었습니다.

어눌한 발음이지만 5형제의 자녀들 모두 기억하고 이름 불러줬고, 대학입학 때 취업 때도

축하해주셨었고.. 그냥 몸만 불편하다 뿐이지 다른 아버지들과 동일하게 대했었습니다.


제가 대단하게 생각한건 큰어머니셨습니다. 반평생 이상을 작은아버지 수발 들면서

6남매를 키우셨으니까요.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을지 감히 짐작도 못하겠습니다.

조카들 중엔 저를 유독 이뻐하셔서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납니다. 


큰아버지는 코로나 유행이 한창이던 2022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임종을 지킨 가족도

없이 그렇게 훌쩍 떠나셨고, 장례는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뤘습니다.

그리고 모인 자리에서 그동안 고생하신 큰어머니께 특히 위로를 많이 드렸었고요.

이제 편히 여생을 보내실수 있겠구나 하고 올라왔었는데..


큰어머니는 큰아버지를 여읜 바로 그 다음 해 돌아가셨습니다. 생각보다 상실의 아픔이

너무 크셨던거 같더라고요. 정말 정정하셨던 분이 그렇게 1년만에 급격히 쇠약해져서 돌아가실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마도 큰아버지 수발은 마치고 죽어야겠다는 그 정신력이 당신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지.. 큰 아버지때는 조용히 보냈던 저 포함 온 가족이 큰어머니 땐 다들 

대성통곡을 했었습니다. 한평생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큰어머니를 대신해 억울하다는 듯이..


모르겠습니다. 큰어머니는 아래 글 누나의 아버지처럼 그것이 일상이었고 사랑이었을수도 있겠죠

타인의 눈에 비친 그 희생과 고생이 당신에겐 아무렇지 않게 해내야 하는 당연한 일이었을수도 있습니다.

큰어머니의 사랑은 제가 직접 목격한 가장 큰 사랑중의 하나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댓글 8 / 1 페이지

xman님의 댓글

작성자 xman (210.♡.41.89)
작성일 16:27
회사에서도 자기가 책임져야 할 것이 있으면 아프지도 않더라구요.

제리아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리아스 (106.♡.195.181)
작성일 16:32
@xman님에게 답글 제가 요즘 독감에 걸려서 이주 넘게 고생중인데

아내가 억지로 버티는게 느껴져서 정말 미안합니다

15소년우주표류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15소년우주표류기 (211.♡.39.61)
작성일 16:50

nightout님의 댓글

작성자 nightout (39.♡.230.8)
작성일 16:50
아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오호라님의 댓글

작성자 오호라 (223.♡.94.80)
작성일 16:5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ㅜ ㅜ

dust_ku님의 댓글

작성자 dust_ku (211.♡.202.56)
작성일 17:05
아무나 못하죠

MementoMori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ementoMori (220.♡.194.114)
작성일 17:11
오늘 왜들 슬픈 이야기들을 하시는지....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놔두고 울먹거리고 있네요.
T인데도 가슴이 찡하네요.

먼저 가신 분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 평화를 빕니다.

goom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goom (223.♡.79.125)
작성일 17:52
타인의 눈에는 고생과 희생이, 그 분들에겐 일상이었을 수 있다..

마음이 울립니다, 역시 보는대로 판단하는건 정말 위험한 행동이란걸 다시한번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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