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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6일 PM 09:28 · 수정됨(23:12)
아이 먹는 사회
어제 서울 도심지역과 신도시의 초등학교 입학생이 6년 사이에 졸업생 대비 급격하게 줄어있다는 글을 올렸는데 그때 못 다한 얘기를 조금 더 할까 한다.
첫째, 당연한 얘기이지만 6년 뒤 203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 숫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지금 1학년생은 2017년 생인데 당시 출생아 숫자는 36만명이었다. 6년 뒤인 2030년에 입학할 2023년 생 아이들 숫자는 23만명으로 2017년이 비해 13만명이 적다. 그리고 그 숫자는 앞으로 더 줄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한국 사회가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한 것이 바로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아직 쑥대밭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쑥대밭이 될 것이다. 단지 그것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구체적으로 상상할 엄두 조차 나지 않을 뿐이다.
둘째, 서울 도심이나 신도시 중심에 있는 일부 초등학교 학생 수가 반으로 줄은 이유는 출생아 감소 때문 만이 아니라 도심 공동화도 큰 영향을 주었다.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태어난 해는 2011년인데 당시 출생아 숫자는 47만명이었다. 그에 비해 올해 입학한 2017년생 아이들의 숫자가 36만이었니 겨우 11만명, 23%이 줄었을 뿐인데 상당수 학교에서 학생 수가 반으로 줄은 이유는 이들 지역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아동을 가진 젊은 가족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이 줄었을까? 직역 지도를 훑어 보면 답이 나온다. 서울이나 수도권 도시라도 주변에 최근 20년 사이에 신축된 아파트 단지가 없으면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재개발을 통해 최근 들어선 아파트가 있으면 학생들이 그럭저럭 유지가 되고 있다. 심지어 광화문 한복판에 가장 가까운 덕수초등학교는 총원이 453명이나 되고 올해 졸업생 보다 1학년 학생 숫자가 많다. 즉, 도심에 가까운 지역이라도 재개발이 이루어 진 곳은 그 동네에 아이들이 많고, 그렇지 않은 곳에선 아이들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서울의 오래된 주택지역이나 1기 신도시들이다. 사실 이 문제는 한국의 도시 계획에서 앞으로 두고두고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우선 도심 지역을 생각해보면 도심에 가깝다고 해도 주택지역도 있게 마련이다. 보통 다른 나라의 경우 그런 곳들이 대부분 우량 주택 지역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잘 아는 삼선동, 혜화동, 명륜동 원남동, 가회동, 재동 지역 등이 그런 곳이었다. 1970년대 시절 도로 구획도 잘 되어 있었고 집들도 비교적 우량 주택이 많이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아쉽게도 한국 정부는 이들 우량 주택지역이 값싼 다가구 주택으로 전환되는 걸 방치했다. 그래서 도심에 가까워 인기 지역이었던 주택지역이 이제 와서는 좁을 골목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들어와 사는 동네가 되었다. 도리어 과거 산동네 지역이었던 곳엔 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들어섰고, 살기 편했던 평평한 곳은 노후지역이 되고 말았다.
이런 평평하지만 노후화 된 지역은 재정비 지구로 지정해봤자 재정비도 잘 안 되고 재개발도 잘 안된다. 그나마 산동네를 품고 있어 땅 값이 싼 지역만 재정비 재개발이 되었다. 과거 무허가 판자촌으로 시작한 돈암동, 길음동, 미아동, 삼양동 일대의 산동네가 대표적인 예인데 산지일수록 아파트가 들어섰고, 평지일수록 노후화된 다가구 주택 지역으로 남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아파트와 다가구 주택으로 인구는 늘었는데 간선 도로망은 70년대와 같으니 출근을 하려면 지옥이다.
신도시는 어떤가? 1990년대에 만들어 1기 신도시 지역은 빠른 속도로 노령화 지역으로 바뀌고 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 가속될 것이다. 빠르게 노령화 되고 있는 이곳 지역 주민들은 재개발을 하고 싶지만 이게 뜻대로 빨리 되고 있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이에 생각 보다 빠른 속도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럼 누가 돈을 들여 새 집을 지을 돈을 댈 까?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는 아파트 값과 아이들을 바꿔 먹고 살았다. 심하게 말해, 아이를 먹고 사는 사회였다. 주택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젊은 사람들이 결혼할 꿈도 못 꾸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기를 집을 못 구해 젊은 세대가 결혼도 포기하고 아이 낳는 것도 포기했지만 한국의 중산층은 그저 흐뭇하기만 했다. 갖고 있는 게 오로지 집 하나인데 그 집 값이 오르고 있었으니까. 저출생 고령화 얘기를 들어도 겉으론 혀를 찼지만 속으로는, 알게 뭐야, 내 집 값이 오르고 있는데.
그런데 아이들 없어지는 속도는 너무 빠르다. 그럼 이제 앞으로 무엇과 바꿔 먹어야 하지 ? 불이 나도 내가 빠져 나오고 난 뒤 나야 하는데!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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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짝지근
24.04.16 · 125.♡.218.23
어쩌다 이리 됐을꼬 ㅠㅠ -
알알베르트
24.04.16 · 255.♡.205.49
요즘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인구 추세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언급하긴 하더군요. -
PPhotoCraft
24.04.16 · 110.♡.240.213
냉철한 분석이네요. 정확하지만 씁쓸한 이야기...{emo:onion-031.gif:50} -
TTKoma
24.04.16 · 112.♡.135.35
민주당에서 품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열린민주당때 일 시켰어야하는 분이라 생각하는데.. 아쉽습니다 -
아아름다운풍경
24.04.16 · 24.♡.57.249
문제를 지적하는 능력과 해법을 제시하는 능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서... -
날날씨는어때
24.04.16 · 149.♡.254.10
아.. 정말 겁납니다. 이게 뻔히 100% 이뤄질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그저 지켜봐야만 하다니... -
Kkforce
24.04.16 · 222.♡.249.151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희생되었다는게 문제군요. 반작용이 쎄게 올거 같은데 집값때문에 이리 되었으니 집값쪽으로 반작용이 올 거 같은데 어떻게 올지 모르겠네요 -
아아달린
24.04.16 · 118.♡.132.139
잘봤습니다. -
Iionic
24.04.16 · 247.♡.14.58
제가 사는 동네만 봐도신도시라 첨에 애기들도 엄청 많았는데 요세는 애기들이 없어요... 다 크면 이동네가 과연 어찌될지 대형평수로 구성되어있고 외각이라 교통도 않좋아서 결국은 노인만 남을듯 생각들어요.. -
은은비령
24.04.16 · 218.♡.202.177
주진형님은 말씀도 잘 하시지만 글도 참 잘 쓰십니다.
공감합니다. 다 같이 조금씩 잘사는 세상을 꿈꿨지만 나만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때문에 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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