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e (245.♡.35.11)
2024년 4월 16일 PM 10:07 · 수정됨(23:47)

마루는 열 살입니다. 아침에 깰 때마다 아이를 바라봅니다. 같이 아침을 먹고, 학교까지 가는 3분 남짓한 길을 손잡고 걷지요. 걸으면서 매번 말해줍니다. “아빠가 마루 손잡고 학교 가는 거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지?” 마루의 대답은 간결합니다. “네!” 횡단보도까지 바래다준 후에는 “인사 잘 하고, 오늘도 멋진 하루를 보내.” 인사하면, 마루는 또 “네!” 하고 학교로 뛰어갑니다.
요즘은 매일 태권도를 다녀서 5시를 조금 넘겨 집에 옵니다. 씻고, 게임하고, 저녁먹고, 영상보고, 아내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이 마루의 일상이지요. 대부분 셋이 같이 잠드는데, 어쩌다가 마루가 먼저 잠드는 날이면 아내와 조용히 아이 옆에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봅니다. 어쩌면 저렇게 예쁜지 감탄하면서.
그렇게 자란 아이가, 날마다 나를 조금씩 닮아가는 아이가 열 살인 겁니다.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힘들까. 더구나 당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부당하게 당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합니다. 하물며 목숨이야,
그런 아이들이 침몰하는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죽은 것이 10년 전입니다. 죽음을 예감한 아이들이 학생증을 꺼내 목에 걸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내는 울었습니다. 다시, 그날입니다. 감당하기 벅찬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마루는 아빠엄마를 찾습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내가 찾으면 아빠엄마가 나타나서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마루에게는 있습니다. 세상 대부분의 아이들은 비슷한 확신을 갖지요. 답을 주지 않더라고, 언제든 부모가 옆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모든 부모는 그런 아이들의 기대에 기꺼이 부응한다는 각오가 있습니다.
무슨 말을 더 할까요. 그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여전히 한을 품고 사는 그 부모님들이 너무 마음 아픕니다. 죽음을 앞둔 아이들이 천천히 물이 차오르는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부르고 떠올렸을 아빠 엄마라는 이름. 그 부름 앞에 기꺼이 달려가주지 못 했다는 한. 가서 손이라도 한 번 붙잡아줄 수 있었다면.
드러나야 할 진실이 아직도 인양되지 못 했습니다. 아이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 했고, 남은 자들의 한은 오히려 커져만 갑니다.
그들이 죽은 아이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마음에 내려놓을 수 있도록, 비밀은 드러나고 기만은 물러가기를.
댓글 (1)
- 다
다이해해
24.04.16 · 112.♡.18.227
이곳에서 깊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아이들을 기억할 수 있어 너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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