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에 임윤찬 보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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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L⠀ 223.♡.20.250

2025.01.17 04:06

1,848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리고 있는 피아노 축제 공연을 보러 왔습니다. 첫 공연은 루체른 교향악단과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을 연주했고 지금은 쉬는 시간입니다. 이 공연이 끝나면 임윤찬이 차이코프스키의 사계를 독주하고 그 후에는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rich)와 미샤 마이스키(Misha Maisky)의 협연이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공연은 솔직히 그저 그랬습니다. 지휘자 혼자 그냥 자기스타일대로 끌고 가느라 뭔가 악단과 피아노가 잘 안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공연장은 음향이 정말 최고라고 들었는데 제 귀가 이상한건지 높은 곳에서 봐서 그런지 소리도 좀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이틀 전에 사이먼 래틀(Simon Rattle)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merman)의 협주와 비교가 되어 그러는지도 모릅니다. 래틀과 지메르만이 연주 내내 의사소통을 하며 연주하는게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지메르만의 연주는 거의 신이 연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곧 임윤찬이 독주를 시작하는데 그 연주를 보고 나면 피아노 연주자가 문제인지, 지휘자나 악단과 호흡이 안 맞았던건지, 제가 이상한 것인지 더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다음주에는 비엔나에서 다른 임윤찬이 고향악단과 똑같은 노래로 협주하는데 오늘 공연과 비교하는 재미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임윤찬이 무대에서 걷고 관객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니 정말 영락없이 한국의 20대 청년입니다.

댓글 7 / 1 페이지

Order66 (218.♡.195.9)

04:27

부럽습니다 ㅠㅜㅠㅜㅠㅜ

PWL⠀ (223.♡.20.235)

05:10

@Order66님에게 답글 통장 잔고가 텅텅 비어요. ㅠㅠ

우지2 (115.♡.22.149)

04:28

오!!부럽네요. 후기가 기대됩니다. 시간이 되실 때 간단히라도 부탁드립니다.

PWL⠀ (223.♡.20.235)

05:19

@우지2님에게 답글 차이코프스키 연주가 끝나고 앵콜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처음곡 아리아를 연주했어요.
제가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앨범을 듣고 충격을 받고선 이 공연을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노래를 해석하는게 정말 신선했고 제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연주한 노래도 임윤찬식의 해석이 듬뿍 들어가 있는데 애석하게도 오늘의 연주는 제 취향과는 좀 거리가 멀어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마치 ’쇼팽의 노래처럼‘ 해석을 했어요. 모든 노래가 대단히 서정적으로 들렸는데 그 강약을 조절하는데 있어 약한 부분은 어깨가 완전히 움츠러 들 정도로 매우 조용하게 연주를 하는 반면 세게 건반을 칠 때에는 과감한 연주가 돋보입니다. 차이코프스키 곡에서는 박자 변화도 좀 많은 편이었어요.

교향악단과의 협주보다는 독주가 훨씬 나았구요, 다만 이런 식의 곡 해석이 잘 맞으면 정말 좋아할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불행히도 제가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저하고는 잘 안 맞았습니다. ㅠㅠ

이렇게 쓰니 제가 대단한 고전음악 애호가 같은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즐겨 듣고 좋아하는 수준입니다.

아… 아르헤리치 누님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