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bysaint (112.♡.210.234)
2025년 1월 18일 PM 02:18
몇일이 지나 이때 일을 돌이켜보니, 영화 1987이 생각났습니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의 제목처럼, 1987년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보여주려 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1987년 민주항쟁의 역사와 그 역사가 만든 제 6공화국의 역사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외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회자된 한강작가의 질문.
'죽은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이제는 많은 이들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죽은 자와 과거가 현재의 산 자들을 구했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 말에 백번 동의하면서도, 한가지 추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죽은자 뿐 아니라 산 자도 스스로를 구했으며, 과거 뿐 아니라 현재도 스스로를 구했다.'
모든 역사가 그랬듯이, 지금의 역사도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선의와 행동들이 모여 이룩해낸 것입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발발했을 당시 국회로 모인 수많은 사람들.
빛의 혁명이란 말로 대표되는, 집에서 가장 밝은 응원봉을 들고 나섰던 수많은 사람들.
남태령에서 농민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지원해 줬던 수많은 사람들.
키세스단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자리를 지켰던 사람들.
매주, 매일 국회와 광화문과 내곡동에 모여 윤석열 탄핵, 체포, 구속, 파면을 외친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선의와 윤석열의 광기를 보며 윤석열의 정치적 생명을 끝내야 한다 말한 수많은 사람들.
심지어는 비상계엄이 벌어지던 그날, 죽을 자리란걸 알면서도 국회로 갔던
이재명 당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 우원식 국회의장,
심지어 자신조차 죽임당할 것이란걸 직감한 한동훈 당시 당대표와 국민의 힘 일부 정치인들까지.
그렇게 국회의 담을 넘어 비상계엄 해재를 결의한 15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
행동에 지지부진해 국민들에게 숱한 욕을 먹어가면서도 결국 구속을 끝까지 지휘한 공수처.
관저에 틀어박힌 윤석열을 체포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던 경찰.
윤석열에게 마지막이 다가옴을 알고 누구보다 빠르게 관련자들을 기소했던 검찰까지.
그 모두의 선의와 행동들이 모여 윤석열을 끌어낸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윤석열은 극단적 지지자들이 외치듯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지자' 같은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지지자들과 기득권들이 스스로 나서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윽박지르고 속여서 만들어낸 우상에 가까웠죠.
'내 크고 작은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왕'을 원했던 그 노예들의 역사도 면면히 있는 만큼,
윤석열 역시 갑자기 뿅하고 나타난게 아닌,
독재란 이름의 대한민국의 흑역사가 만들어낸 또 다른 흑역사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전 중세 판타지 매니아로서 그 끔찍한 흑역사를 환상적으로 청산할 여러가지 스토리를 고안하곤 했습니다.
윤석열이 만들어낸 내란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제 나름대로의 방법이었죠.
초월적인 누군가가 나타나 윤석열과 내란세력에게 천벌을 내리는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정말 강력한 누군가가 그럴 수 있다면, 아마 이 흑역사는 좀 더 빨리 청산되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좀 지난해 보일지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선의와 행동이 모여
'역사의 이름으로 흑역사를 청산하는' 과정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사란 절대자가 주는 우연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필연이라는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제가 좋아하는 만화 중에 '은하!' 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거기서 주인공은 이런 말을 하죠.
"사실 그건 기적이 아니라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 준 필연이었어...
처음 경험했을 때는 그저 하늘에서 뚝떨어진줄 알았지만
두번 세번 체험해보니 그건 단지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필연이었다는걸 알게됐지...."
이미 윤석열이 체포된 지금도 사실 모든게 꿈같은 저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 상황은 결코 꿈같은게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과 시간과 정성과 행동을 모아 만든 필연이죠.
전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옳은 생각만으론 옳은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옳은 행동을 해야 옳은 세상이 만들어진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결국 옳은 행동을 했던 수많은 국민들이 주인되어 만들어낸 세상인 겁니다.
그렇게 전 오늘도 헌법 제 1조 1항과 2항을 돌아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1항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2항 :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ps. 대한민국 헌법의 제 1조보다도 먼저 있는 글이 있으니, 그것은 헌법 전문입니다.
이 전문의 제일 첫 머리는 바로 '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로 헌법 제정과 개정의 주체인 거죠.
헌법이 대한민국 법치체계의 정점이고, 그 정점을 만든 것이 다름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며,
그 국민은 자신의 주권을 3.1운동, 4.19혁명 등으로 증명했으니,
어쩌면 헌법 제 1조 1항과 2항은 전문에 서술한 사실을 간략히 정리한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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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행인
25.01.18 · 106.♡.197.164
굥교롭게 또 10시삼십삼분이군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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