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질때 (182.♡.173.202)
2025년 1월 24일 PM 09:05 · 수정됨(01. 25. 14:49)
오늘 딸아이 친구들이 놀러왔습니다.
막내딸과 친구들이 언니방에서 언니랑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언니가 성격이 좋아 동생들과도 잘 놀아줍니다.
그 중 한 아이는 보드게임이 재미없는지, 자꾸 혼자나와 막내딸 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갑니다. 방에서 뭔가 덜그럭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았습니다. 막내아이 방에는 수납함에 장난감, 인형, 장신구들이 가득합니다. 장난감이많으니 재미있겠지요.
이 아이는 막내랑 같은 반도 아니고, 사는 곳도 다르고 친분도 없었지만 아파트 놀이터에 자주 놀러와 아이랑 조금 친해진 아이입니다.
지난번 날도 어둡고 날씨도 안좋은데 그 아이가 놀이터에서 저희집 딸과 놀고 있어 아내가 차로 그 아이 집 앞에 데려다 주고 왔었습니다.
아내는 지나가는 말로 사는 곳이 좀 많이 낙후되어 보인다는 말은 했습니다.
매일 아내가 딸 아이들을 위해 김밥, 샌드위치, 과일 등 간식을 준비해놓는데, 놀이터에 오는 그 아이가 항상 배고파 해서 딸아이들이 간식을 그 아이와 항상 나눠먹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내는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아이가 배고파하는 사정이 있을 것 같아 아이가 먹을 것까지 간식을 넉넉하게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 아이가 막내딸 방에서 혼자 나오더니 집에 가려고 합니다. 큰딸 방에 있는 아이들에게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주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 아이가 매고있는 캔버스백을 봤습니다. 집에 올때는 헐렁헐렁한 빈 가방이었는데 갈때는 무엇이 담겼는지 캔버스백이 가득차서 입구가 벌어지지않게 손으로 꽉 쥐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아무 생각없이 가방을 보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이가 고개를 숙이며 흠칫 놀라며 가방을 꽉 쥐고 있습니다.
딸들과 다른 친구는 배웅을 하고 언니방으로 돌아가 다시 보드게임에 열중합니다.
아내와 식탁에 마주앉았는데 아내가 조용히 한 숨을 쉽니다.
가방속에 무엇이 있는지 보지도 물어보지도 못했지만, 그냥 가슴 한구석이 돌덩이가 떨어진 것 처럼 무겁습니다.
제 착각일 겁니다....
비바람 불어도 햇빛을 보며 하늘로 자라는 나무들처럼, 아이들이 뿌리를 잘 내리고 푸르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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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괴
25.01.24 · 1.♡.250.3
아…ㅜㅜ - 꽃
꽃이질때
→ 지괴 작성자
25.01.24 · 182.♡.173.202
가슴이 먹먹합니다.
평안한 밤 보내세요. - H
heeb
25.01.24 · 210.♡.53.25
저도 가슴이 쿵합니다. 모른 척을 해줘야 하는지, 그 친구 아이만 불러서 잠깐 얘기를 해야할지... 저라면 일단 없어진 게 있는지 확인해보고 있으면 그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을 거 같긴한데 그게 현명한 건진 잘 모르겠습니다. - 꽃
꽃이질때
→ heeb 작성자
25.01.24 · 182.♡.173.202
평소대로라면 꽉 찬 가방을 큰 가방으로 바꿔주는 척하며 봤겠지만, 발견한 찰나에 딸들과 다른 친구가 배웅하러 나와서 물어볼 수 없었답니다.
사실이거나 사실이 아니거나 친구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아서요... -
아아기고양이
25.01.24 · 223.♡.86.43
막내따님이 몇살인지 모르겠지만 친구의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고 흠칫 놀라서 가방을 꽉 움켜쥐었다면 그 아이는 다시는 놀러 안(못) 올 수도 있겠네요.
아이가 참 가여운데 뭐라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샌드위치 사진이랑 보면서 흐뭇해하면서 글을 읽어내려왔는데 제가 이렇게 속상하니 마음이 많이 무거우시겠어요 ㅠ - 꽃
꽃이질때
→ 아기고양이 작성자
25.01.24 · 182.♡.173.202
마음이 먹먹합니다.
가방속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순간 실수한 것이라면, 실수를 딛고 잘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
달달과바람
25.01.24 · 14.♡.23.97
아이고,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네요. - 꽃
꽃이질때
→ 달과바람 작성자
25.01.24 · 182.♡.173.202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지만, 무엇인가가 담겼다면 아마 결핍이 담겨있겠지요.
아이가 실수를 딛고 잘 성장하길 바랍니다. -
아아맞다우산
25.01.24 · 218.♡.88.85
아니 아내분 음식솜씨랑 마음씨 자랑인것 같습니다?! - 꽃
꽃이질때
→ 아맞다우산 작성자
25.01.24 · 182.♡.173.202
제 마음을 읽으셨군요. 궁예도 울고갈 독심술 입니다!!!
[https://s3.damoang.net/data/editor/2501/comment_3067719114_J9e8rahb_3ff5396e1d312fbcfb7395f6602303aee336648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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