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철 페북...조수진 변호사께서 제 글을 링크하셨기에, 공직때의 경험을 토대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적어 보겠습니다.
피톤치드

Lv.1 피톤치드 (115.♡.133.48)

2024년 4월 17일 PM 03:35 · 수정됨(04. 21. 08:08)

조회 1,219 공감 0

1. 

조수진 변호사님께서 내 페북의 글을 링크하였다. 당사자인 조변호사님이 링크한 기회에 그때 못 다한 이야기 하나만 더 하고자 한다.

 

2.

조수진 변호사님에 대한 페북글을 쓸 때, 언론보도의 문제점에 대하여도 내용을 쓸까 하다 말았다. 

그때만 해도(3. 21.) 언론보도가 한참 이어지고 있었고, 아마도 추측건대 조수진 변호사님도 어떻게든 사건의 파장을 줄이기 위하여 사과의사표시를 하면서 (허위의) 언론보도에 정면 대응은 하지 않았던 듯 하다.

 

그래서 나도 페북글을 쓸 때 언론보도의 문제를 쓸까 하다, 사실관계가 온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허위니 아니니 쓰는 것이 마땅하지 않아 거론하지 않고, 변론의 문제를 중심으로만 언급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대로 언론보도도 문제가 많았다.

 

3.

공직에 있을 때 겪어본 내 경험을 중심으로 이런 류의 일에 있어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면,

 

첫째, 일단 타겟이 정해지고 그 타겟을 어찌 다룰지 방향이 정해진다. 사건의 진실이나 객관적 사실 여부, 당사자 반론의 타당성 여부는 (내가 보기에) 중요한 고려요인이 아니다. 

 

둘째, 이런 방향의 설정의 배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그 타겟팅의 결과 이익을 보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통상 팩트를 쥐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류의 팩트를 가장 잘 사용하는 곳이 검찰이다.

 

셋째, 방향이 정해지면, 그 방향에 맞는 팩트만 쏟아진다. 정확하게는 배후의 이해관계자가 방향에 맞는 팩트만 “흘린다”. 그러니 그 방향에 반하는 팩트는 보도하는 것 자체가 고립을 자청하는 것이다. 대중들도 그 방향에 익숙해져서 그에 반하는 팩트는 환영받지 못한다. 

 

넷째, 그 방향에 맞는 팩트들이 [단독]의 화려한 면류관을 쓰고 등장한다. 

 

다섯째, 그 팩트만이라도 있는 그대로 전달되면 좋은데, 그 팩트조차 그대로가 아니라 방향에 맞게 왜곡된다. 너덜너덜해진다. 

 

여섯째, 그렇게 왜곡되고 비틀어진 팩트를 단 한 문장의 선정적인(그 바닥 은어로 섹시한) 문구로 압축한다. 가령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 

 

일곱째, 이러다 보니, 팩트가 빈약하다, 또 흘린 쪽은 자신을 은폐시켜야한다. 그때 사용되는 전법이 수동태 문장이다.

 "~~라고 알려졌다". 

형식적 주어든, 실질적 주어든 주어가 사라진다. 흘린 쪽은 은폐되고, 쓰는(보도하는) 쪽은 알려진 것을 쓴 것이니 팩트의 부실함(과 왜곡)의 면죄부를 스스로 발급하는 셈이 된다.

 

여덟째, 당사자의 반론이 당해 보도의 장식이 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의혹의 내용을 95% 정도 쓰고, 마지막에 해당 당사자에게 전화했더니 의혹을 부인하더라는 식이다. 기사만 보면 뻔뻔스럽거나 아니면 비루한 변명이나 늘어놓거나 대개 둘 중 하나로 비춰진다.

 

아홉째, 자! 당신이 이 여덟가지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래서 기자의 전화(대개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막 쏟아진다, 대체 이분들은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들 알았는지 의문이 드는데, 패스~~)가 걸려 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나는 전화를 안 받는 선택을 했다. 내가 뭐라뭐라 해본들 사실을 온전히 보도하지 않고 내 말을 자신들의 기사의 아름다운 장식으로 가져다 쓴다. 그 결과 나는 뻔뻔하거나 주절주절 변명이나 늘어놓는 비루한 자가 된다. 내가 그렇게 소모될 수는 없지 않은가?

 

4.

위 아홉 가지 이야기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경험이든, 연구결과든 말씀들을 하셨다.

 

다만, 내가 직접 겪어보니, 뭐 이건 끔찍한 정도가 아니라, 멀리서 기마병단이 나를 잡으러 말타고 우루르 달려오는 것 같은 환청마저 경험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쫓겨 달아나다가 절벽 앞에 서 있던 중 깨보니 새벽 3시경이었던 때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매일매일 [단독] 타이틀만 봐도 가슴이 덜컥덜컥하고는 했다. 

 

그런 개같은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가 뭘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언론의 보도가 정말 불러주는대로 쓰는구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5.

이런 이유로 나는 중요한 사회 현안에 대하여 위 여덟 가지 사항 중 2~3개만이라도 해당하면 그 기사나 보도에 대하여 일단 신뢰 유보다. 

조수진 변호사님 보도도 그랬다. 조수진을 낙마시킨다!가 이번 언론보도의 타겟팅이었다고 나는 보았다. 출처가 의심스러운 [단독] 보도들이 쏟아졌다. 저런 변론을 했을까 믿기지 않는 보도들이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페북글을 쓴 측면이 크다.

 

6.

언론보도의 이런 유형의 문제는 관찰자와 직접 대상자간 간극이 너무 크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서게 되면 반응이 평온하다, 늘 있는 일들이고, 저게 진실인지 허위인지 잘 알지 못한다. 선정적 제목들에 직관적으로 반응한다. 아! 뻔뻔스러운 혹은 아, 저 쳐죽일.... 

 

그러나 당해보면, 180도 다르다. 

대개 3단계의 마음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1단계 : 일단 다 떠나서 사실관계가 취사선택되고 있다는 점이 참을 수 없이 억울하다. 

2단계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팩트를 비틀고 있다는 점을 바로 알아차리게 된다. 2단계의 내면은 분노다. 

3단계 : 내가 누군가에게 타겟에 걸렸다는 상황인식에 도달한다. 그 누군가의 압도적인 힘을 확인할때 느끼는 마음은 무력감이다.

 

7.

언론의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니다. 사실, 혹은 진실의 문제다. 

언론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이해관계나 진영, 입장이 없을 수 없다. 문제는 사실을 중시하고 사실 너머의 진실에 대한 경외감이 있는가라고 나는 본다.  

누구 타겟 삼아 기마병처럼 우르르 몰려다면서 팩트가지고 장난질 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우리 사회를 좀먹는 존재다. 그들이 쏟아내는 보도가 다시 일인미디어를 타고 전파되고 있는 현실, 우려스럽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있어서 흘린 쪽과 흘린 것을 주워 담는 쪽 모두 문제다.

특히 수사기관의 흘리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특히 검찰개혁에 있어서 핵심적 과제다. 관건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그 방안이다. 

 

8.

다만, 그 전에, 이런 류의 보도가 이어지면, 그 보도에 대하여는 신뢰성 판단을 유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타겟에 걸리면, 그 보도가 일정 부분 진실이라고 전제하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보도가 없다고 보고 그 보도 이전에 내가 갖고 있던 인식에 따라 그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

 조수진 후보 사퇴 연판장을 돌리며 압력을 가했던 민주당 당직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댓글 (2)

  • 매트릭스 Lv.1

    24.04.17 · 221.♡.132.198

    탈많은 민주당 당직자 문제가 진행이 안되고 있습니다.ㅠㅠ
  • 햇감자 Lv.1

    24.04.21 · 80.♡.69.209

    여덟가지 사항.. 타겟한 후 팩트 취사선택, 과장, 짜집기, 누락으로 몰아간다. 해명도 뻔뻔함으로 둔갑시킨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