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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7일 PM 04:57 · 수정됨(17:42)
천국과 지옥에 관한 교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을 글로 적어봅니다. 뭔가 모순되는 것들이 느껴져서 적어 보는 글이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주세요. 물론, 제가 쓴 글 자체에도 모순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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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인간을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그래서 죽음 후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천국을 선물로 주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주지는 않고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에게만 주기로 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죽음 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지옥에 보내기로 합니다.
천국에 간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로 신을 믿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신이 창세 전에 그들을 선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옥에 간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로 신을 믿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신이 창세 전에 그들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난 시기나 지역 때문에 애초에 자신의 의지로 신을 믿거나 믿지 않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신이 창세 전에 그들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뿐입니다. 인간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참으로 오묘한 신의 섭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 후 천국에 도착한 사람들은 처음엔 정말 행복했습니다. 여기엔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고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결혼하지 않으니 자식도 따로 없습니다. 하루하루 쾌적한 환경에서 아무 걱정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즐기면 됩니다.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고, 1000억 년이 지나고, 1조 년이 지나고, 100조 년이 지나도 계속 똑같을 겁니다.
첫 1년은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2년, 3년, 5년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이 생활이 지루해지기 시작합니다. 지구에서 살 때는 연애도 해 보고 결혼도 해 보고 자식도 낳아 키우면서 직장 생활도 하다 보니 지겨울 틈이 없었는데 여기선 그런 게 없으니까요. 유튜브 비슷한 미디어도 있지만 모든 내용이 신을 찬양하는 노래와 동영상 뿐입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또 흘러서 500년이 지나고 1000년이 지나고 나니 삶 자체가 너무 지겨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괴로움이 너무 심해서 아예 무(Nothing)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만 이미 죽은 후 도착한 이곳에선 그럴 수 없습니다. 신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지만 되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그럼 지옥에 갈래?’ 차마 지옥에 가겠다는 말은 할 수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지금 그대로 고통스러운 무료함 속에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 후 지옥에 간 사람들은 처음엔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뜨거운 지옥 불에 온몸이 타는 것 같은 고통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너무 사랑(?)하는 신은 이들이 잠깐의 고통을 받은 후 재가 되어 영원히 무(Nothing)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영원히 죽지 않으며 어떤 해를 입어도 매우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신체를 주기로 합니다. 지옥 불에 몸이 닿아도 뜨거움이 느껴질 뿐 상한 피부가 엑스맨의 울버린을 능가하는 회복력으로 스스로 복구하게 됩니다. 지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초인적인 능력 덕분에 고통만 있을 뿐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됩니다.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고, 1000억 년이 지나고, 1조 년이 지나고, 100조 년이 지나도 계속 똑같을 겁니다.
첫 1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2년, 3년, 5년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이 생활에 적응되기 시작합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또 흘러서 500년이 지나고 1000년이 지나고 나니 고통이 더는 고통이 아니게 되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환경에 적응이 되니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전직 목사도 보이고 전직 판사, 검사, 대통령도 보이고 전직 영부인도 보입니다. 예전에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알았던 몇몇 사람들도 보입니다. 여전히 고통 같지 않은 고통이 지루하지 않게 계속 느껴지는 가운데, 주위의 같은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생활하니 지루할 틈이 없고 심지어 재밌기까지 합니다. 얘기를 나눴던 사람 중에 어떤 여성이 눈에 들어왔고 마음 속에 깊이 자리 잡았는데, 어쩌면 천국에서는 못 한다고 하는 연애를 조만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 오늘도 계속 고통을 즐기면서 지루함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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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천국과 지옥의 삶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ㅎ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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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INECASTLE
24.04.17 · 39.♡.7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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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lackBox
→ PINECASTLE 작성자
24.04.17 · 222.♡.103.165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해보셨군요. 만약 신이 존재하고 정말 선한 존재라면 어쩌면 영원한 지옥이 있을 것 같진 않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
런런던쫄면
24.04.17 · 220.♡.8.76
그래도 저는 지옥 가고 제가 아끼던 존재들은 천국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BBlackBox
→ 런던쫄면 작성자
24.04.17 · 222.♡.103.165
이런 생각을 하는 @SCEagle 님이야말로 천국에 가실 자격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가 쓴 지루한 천국 말고 진짜로 영원히 좋은 천국말이죠. -
유유비현덕
24.04.17 · 116.♡.103.4
육신 없는, 병도 없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천국에 존재한다는데...육신의 반영없이 자신이라는 정체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나를 이루는 건 기억, 경험과 오장육부가 반영된 일부인 건데 여기서부터 좀 말이 안되죠... -
BBlackBox
→ 유비현덕 작성자
24.04.17 · 222.♡.103.165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나의 Identity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천국에 가는 게 과연 나 자신일까, 하는 의문입니다. -
짠짠짠
24.04.17 · 183.♡.41.10
사후 세계는 현재의 연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현재도 언젠가의 나였던 것의 사후 세계 일지도 모르죠.
천국이나 지옥은 딱 구분하여 나누어 있지 않으며 현재와 다를 것 같지 않다는게 제가 요즘하는 생각이네요. -
BBlackBox
→ 짠짠 작성자
24.04.17 · 222.♡.103.165
현재 생활에서 아쉬운 부분이 조금씩만 더 채워져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쩌면 그 아쉬운 부분 때문에 그만큼 열심히 살다 보니 행복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
짠짠짠
→ BlackBox
24.04.17 · 183.♡.41.10
동감합니다. 현실을 충실히 살면서 조금씩 행복을 만들어 가다보면 그게 천국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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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삶이 과연 만족이라는 걸 줄 수 있을까?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