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희의 토요토론 "무엇이 윤석열을 만들었나" 발췌요약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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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올라온 토론 요약본이 올라와 있어 길지만 전문을 퍼옵니다. 읽고 생각할 거리가 많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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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facebook.com/share/15nqRZjKzw/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 <정준희의 토요 토론>의 이번 주제는 '국민의힘? vs 대통령제? 무엇이 윤석열을 만들었나'다. 설 연휴 첫날인 어제(1/25) 영상이 올라왔는데 하루만에 20만 뷰, 댓글은 1천여 개가 달렸다. 주제가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사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정치학자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가 패널로 참가했다. 서 대표의 이야기 중에 귀담아둘 것이 많아서 따로 요약했다. 중요한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냥 영상을 보면 되는데 장시간 투자해서 굳이 텍스트화한 것은 돌아가는 상황을 좀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필요한 분이 있을까 해서 정리한 내용을 페북에 포스팅한다.
정준희 교수가 질문을 던지면 박 의원과 서 대표가 각자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의 질문과 박 의원의 응답 부분은 제외하고 서 대표의 발언 내용만 추렸다. 그랬는데도 꽤 길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주시면 좋겠다. 워드 바이 워드로 요약하지 않고 읽기 쉽게 재정리했다. 가급적 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란다. (*댓글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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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석열 친위쿠데타의 후과는 5년 아니면 10년 이상 갈 수도 있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에 어떤 후과가 있을지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하다.
'윤석열의 탄생'은 우리 정치 제도나 풍토의 문제가 아니었다. 특정한 시점에 국민의힘 정당이 친 대형 사고다. 선출직을 해보지 않았던 자가 유력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된 것이 처음이다. 앞으로 다른 집단(감사원, 기재부 등)에서도 같은 꿈을 꿀 수 있다.
그런 모판을 국민의힘이 만들었다. 국민의힘이 윤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윤이 따로 정당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능력이 안 되는 자에게 조직을 갖고 있는 기성 정당에 올라타도록 기회의 공간을 열어주었다.
2.
기초의회에서 시작해 기초단체장을 거쳐 광역단체장에 올라가는 식으로 중앙 정치로 가는 '정치적 사다리'가 있다. 각 단계를 밟아 올라갈 때마다 검증이 이뤄진다. 이런 사다리 구조가 만들어진 역사가 짧다. 1988년에 처음 총선을 했고, 지방의회 선거는 1995년부터였다.
그래서 주요 정당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왔다. 그것이 불가피하더라도 당 내부 경선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동시에 당의 정치인 양성 프로그램도 잘 가동되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결과적으로 외부 인사 수혈이 지속되었다.
3.
정당은 매우 특수한 조직이다. 선출 공직을 맡아서 해보려는 사람이 모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선출 공직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장기간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정당 내에 규율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노무현 정권 말기였던 2007년에 열린우리당이 공중분해 되었다. 그해 대선에서 패한 후 2008년부터 민주당 조직 복구 작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2012년 대선까지도 제대로 복구가 안 되었다.
대선 전에는 문재인이 정치에 뛰어드는 것을 계속 거부했다. 민주당은 다른 대안이 없어서 결국 문을 후보로 내세웠다. 당시 문은 초선 의원과 짧은 선출 공직 경험밖에 없었다.
민주당의 복구는 2017년 대선이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된다. 붕괴된 조직을 복구하는데 거의 10년이 걸린 것이다. 정당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한편, 민주당은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 절치부심했다. 즉 정도를 걸었다.
4.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에 탄핵당했다. 그 후 새누리당도 민주당처럼 붕괴를 경험한다. 복구하는 과정을 민주당과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는 정도를 걷지 않고 사술을 썼다는 점이다.
2022년 대선까지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만한 콘텐츠를 마련하지 못했다. 당 내부적으로는 규율이 작동하지 않았고 리더십도 부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윤을 영입했다.
윤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는 과정에서 명태균 같은 사람을 동원해 온갖 나쁜 방법, 위법한 방법을 썼고 결국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5.
윤이 대통령이 된 후에도 국민의힘은 당 자체에 콘텐츠가 없었고 국정운영에는 내용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보인 기본 스탠스는 '무결정(non-decision)'이다.
당 내부에서 아직 결정이 안 되었으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거듭 내보였다. 그러면서 의회정치를 사실상 사보타주했다. 국민의힘이 결정을 안 했다기보다 못한 것이다. 조직의 역량이 없고, 당 내부에 콘텐츠나 기율이 공동화된, 껍데기만 남은 조직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태에서 윤이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제어를 못 했다. 오히려 윤이 휘두른 권력의 힘에 빨려 들어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 양당은 모두 붕괴를 경험했다. 어째서 민주당은 정도를 걸어갔고 국민의힘은 공동화(空洞化)되어 버렸는가? 이 문제를 시민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무엇을 바꿔야 할 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6.
정당 정치가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부차적이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정당 간의 경쟁에 있다.
시장에서 기업들이 경쟁해야 신상품도 내놓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도 좋아진다. 독과점 시장이라면 기업들은 배 째라 태도를 보인다. 한국의 정당 시스템이 그렇다. 경쟁에 대한 압력이 없으니 고인물이 된다.
어째서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다른 경로를 가게 되었는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에 당원이 급증한다. 2008년 기준으로 민주당 당원은 국민의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우리 사회의 민주적, 진보적 시민들이 기존 시스템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보고 민주당 안으로 밀고 들어온 것이 당원 급증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개조론이나 활용론일 수 있는데 일종의 'occupy movement'였다. 현재 민주당은 당원 규모로만 보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형 정당이다. (*댓글에 자료)
민주당의 내부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지만 시민들이 집단적으로 추동하는 힘 때문에 국민의힘과는 다른 경로를 밟아왔다.
7.
정당은 다음 3가지가 있어야 굴러간다. 1) 좋은 콘텐츠, 2) 좋은 후보자가 나올 수 있는 정치 엘리트 풀, 3) 당에 애착심을 갖고 당의 정체성에 동의하는 당원
국민의힘의 경우, 콘텐츠는 부재하고, 자체적으로 키운 정치 엘리트 대신 외부의 이익 카르텔에서 후보를 데려오며, 당원으로부터의 압력은 거의 없다. 이렇게 국민의힘 내부가 공동화된 상태라 그 빈자리에 전광훈의 우익 세력이 밀고 들어왔다. 역설적으로 우익 콘텐츠를 갖고, 우익 가치를 지향하는 당원들이 압력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이 수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다.
국민의힘은 당분간의 재생이 어렵다. 당의 리더십을 바꿔야 희망이 있는데 윤과 결별하려는 세력이 에너지가 없다. 이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 버린 상태다.
극우 세력이 당 내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당 조직을 잠식하면서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보수 정당을 지향하는 당원, 지역 위원장, 대의원이 당을 떠나거나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8.
두 가지 측면에서 국민의힘은 반체제 정당으로 완성되고 있다.
첫째, 맹목적 이재명 반대
국민의힘은 '이재명은 안 된다'를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민주주의에 반하는 발상인지를 모른다. 이재명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별할 권한을 유일하게 갖고 있는 것은 유권자다. 이재명이 이래서 틀렸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재명이 안 된다는 이야기만 한다. 안티 이재명을 최상의 가치로 두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계엄도 정당화될 수 있고, 윤석열 탄핵은 안 되고, 폭도도 옹호할 수 있다가 되어 버린다. 이러면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의 경쟁은 포기한 정당으로 전락한다.
둘째,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활동하려는 집단과 밖에서 활동하려는 집단을 구분하지 않음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체제에 반하는 극우 유권자 집단과 체제 안에서 정치 활동을 하려는 시민 집단을 구분하지 않는다.
정당 이론에 따르면 독재국가에서 반체제 정당은 민주주의 정당이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자유주의 정당이 반체제 정당이다. 한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 반체제 정당이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체제의 경계를 벗어난 시민들도 표만 된다면 얼마든지 구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작동하는 정당으로 자체 복구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9.
대선의 경우 유권자는 제한적인 대안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대안이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대안이 A, B, C, D가 있는 것과 A or B만 있는 것은 큰 차이다.
지난 대선에서 0.7% 차이로 조금 더 많은 유권자가 윤을 선택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고로 출발해서 사고 수습만 하다 끝났다. 박근혜 탄핵으로 인수위도 없이 갑자기 출범했고, 시작하자마자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그것을 수습하니 코로나가 닥쳤고 코로나 수습을 하다 보니 대선이 닥쳤다. 문재인 정부는 외부적 위기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국정운영 공약을 실천할 시간이 매우 짧았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위기를 잘 극복했을 때는 만족감이 있었지만 실제로 문 정부가 약속한 것은 하나도 못 했거나 안 한 것이라는 불만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 불만을 품고 뭔가 제재를 가하고 싶은데 다른 대안은 국민의힘 밖에 없었다.
10.
어느 나라나 축이 되는 '주축 정당'(pivot party)이 있다. 주축 정당이 다른 정당을 끌고 가는 것이 정당 시스템이다. 좌에 하나, 우에 하나 주축 정당이 있을 수도 있고, 주축 정당은 하나고 양쪽으로 좌와 우의 정당을 관리할 수도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국민의힘이 붕괴하면서 민주당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유일한 주축 정당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는 대신 민주당을 키우는 것에만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조직도 커지고, 의석도 늘어났고, 당원도 증가했지만 다른 대안은 약화하거나 거의 제거되었다.
그때 민주당이 다당화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고, 민주주의 체제가 풍부해진다. 그 안을 굉장히 약하게 만들어 놓은 탓에 풍선효과가 생겼다.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어 눈을 돌렸더니 국민의힘뿐이라 혹시나 하면서도 윤석열이라는 미지의 대상에게 도박을 한 것이다.
유권자들이 이런 도박을 하게 한 구조적 원인을 살펴야 한다. 그런 구조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거기에 올라탔던 민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11.
윤석열 정부를 만든 것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냐는 프레임이 있다. 되돌아보면 박근혜 탄핵은 사고였고 인수위도 없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 정부는 시작부터 박근혜 정부가 친 사고에 대해 수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 정부 첫 100일 동안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그때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 드라이브를 동시에 걸어야 했다. 그 시기가 사실상 인수위 시기였다.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검찰이 주도하다 보니 영웅이 되어버렸다. 한 스텝 늦게 검찰 개혁에 착수하는 바람에 이미 영웅이 된 검찰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을 국민들이 용납하지 못했다.
12.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는 2024년 12월 3일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다른 스테이지에 들어섰다.
정치에 대한 모든 고민과 솔루션이 다 리셋되어야 한다. 과거의 관성대로 가면 안 된다. 우선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자산을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 자산과 긍정적 자산이 공존한다. 부정적 자산은 최소화하고 긍정적 자산은 최대화해야 한다.
부정적 자산은 두 가지다. 첫째, 반체제 정당인 국민의힘, 둘째, 민주주의 체제 안과 밖을 헷갈려하며 왔다 갔다 하는 시민
긍정적 자산도 두 가지다. 첫째, 젊은 세대가 새로 구축한 민주주의 체제 수호 연합, 둘째,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낸 현장의 실무 관료 집단
역사적으로 어느 국가에서나 반체제 정당에 대한 기본 전략은 고립화다. 독일에서 나치당을 어떻게 했는가. 프랑스의 경우 국민전선 같은 극우 정당이 부상하면 좌우가 합심해서 눌러버린다. 정당 경쟁 과정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정당 경쟁의 룰을 세팅해야 한다. 더 다양한 정당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하고 정당들이 상호 연합을 할 수 있는 마당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청년 세대가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다음 지방 선거, 총선에서 더 많은 선택을 하도록 해줘야 한다. 청년 세대의 긍정적 에너지가 시스템 안에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상을 기본적인 방향으로 설정하고 민주주의 재건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
13.
반체제 정치 세력을 고립시키려면 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위한 선택지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속성 다당제가 필요하다.
첫째, 정당법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 창당 발기인 선 신고, 정당 등록은 6개월 안에 완료, 사무실 소재지는 반드시 서울, 5개 시도 당에 사무실 확보, 1천 명 이상의 당원을 모아야 정당 등록, 이런 조건을 갖춰야 정당 등록이 가능하게 한 것을 빨리 풀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보수 정당이 만들어질 공간이 생긴다.
둘째, 건강한 보수 정당이 원내에서도 활동하도록 원내 교섭 단체 기준을 10석으로 낮춰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에서도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활동하려는 의원이 10명은 될 것이다. 그들이 원내 교섭 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2026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시.도지사 선거에서부터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결선투표제가 만들어내는 정당이나 선거연합의 효능감을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14.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한다고 할 때, 대통령이 이렇게 많은 권한을 갖고 있으니까 개헌을 통해서 a를 떼어내고, b를 떼어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을 자꾸 한다.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가장 민주주의적인 방식은 입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번 친위쿠데타를 거치면서 유권자들이 국회를 새롭게 발견했다. 민주화 이후 38년이 지나는 동안 국회는 계속해서 밥값을 못하는 조직이었다. 유권자들이 어떤 개혁을 요구할 때는 항상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대통령에게 직접 하라고 했다. 국민이 국회를 보고 개혁을 해라, 민주주의를 수호하라고 요구했던 것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때 딱 한 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유권자들이 국회 앞에 와서 직접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15.
입법부의 권한 강화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 인사권 제한이다. 박근혜는 차관 정치를 했고 윤석열은 말도 안 되는 인물을 고위 공직에 임명해서 큰 사고를 많이 쳤다.
사실 헌법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장하는 자리는 50개 남짓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법률을 통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1,500여 개나 된다.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실은 고위 공무원단 임명에 다 손을 댈 수 있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의 숫자를 법률을 개정해서 대폭 늘려야 한다.
대통령 직속 감사 기구로 감사원이 있는데 회계 감사 기능을 통해 감사원을 컨트롤 하도록 국회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의석수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 국회가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유권자를 설득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20년 째 하고 있는데 다 맞는 말이지만 유권자들이 싫어한다는 답이 항상 돌아온다.
유권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국회의원 머릿수가 많아져야 행정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거제도를 바꾸려고 해도 그렇다. 정부 재정이 650조 원이 넘는다. 이 막대한 돈을 공무원들이 제대로 쓰는가를 감시, 감독하려면 300명의 의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국회의원 1명 늘리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추가된 국회의원 1명이 재정을 제대로 통제해서 새는 돈을 막는 것을 비교하면 가성비 측면에서 후자가 훨씬 좋은 선택이다.
국회의원들도 유권자들이 싫어하니까 의석수 늘이자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입법부가 자리를 잡아서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향후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운명이 달려 있다.
16.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면 바로 대선 국면에 돌입한다. 탄핵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대선 결과가 나온 후에도 부정선거라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런 사람들의 규모와 저항의 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려는 시민들의 연합이 해체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이들이 강하게 결집해 자기 목소리를 내서 탄핵 심판 결과를 수용하게 하고 대선 과정에도 개입하도록 해야 한다. 대선 국면에 민주주의 수호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하는 목소리가 나오게끔 해야 한다.
민주당에서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공약 준비 과정을 포함해서 민주당 조직을 가지고 입법부를 통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적극 어필해야 한다. 과거의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이 되면 행정부를 통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만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 체제 수호의 최전선은 입법부다. 입법부와 함께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헷갈리지 않는다. 민주주의 체제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1년 프로그램이 민주당 안에서 정리되어야 하고, 대선 후보의 메시지나 육성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차기 정부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유권자들이 명확하게 인지하고 들어간다. 민주당은 최대한 관련 콘텐츠와 정책을 많이 생산하고 유권자를 대면 접촉할 기획도 많이 할 필요가 있다.
17.
최근 여론조사는 오염이 되어서 정확한 여론 지형을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론 조사에서 %가 더 높은 쪽으로 그냥 가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대통령제를 당장 어떤 식으로 바꾸느냐에 있지 않다. 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독재 체제로 회귀하는 것을 방치할 것인가의 문제다. 여기에 대해 명확한 기준선이 있어야 한다.
개헌이 거론될 시점은 최소한 내년 지방선거 이후다. 차기 대선 후에도 상당 기간 어려운 국면을 통과할 것이다. 헌법과 법률을 고치려는 이유는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다. 헌법과 법률은 대한민국의 5천만 정치 공동체가 서로 지키기로 한 약속과 같다. 그런데 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전혀 없는 정당, 지킬지 말지 헷갈리는 유권자들과 한배를 타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의 갱신이 시급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킬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8.
국회 앞 잔디밭에 무대를 만들어서 매주 한 번씩 만민공동회를 하는 아이디어는 어떨까. 거리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정말 말을 잘한다. 사전 신청을 받아서 주어진 시간 내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하고 그중 특정 주제를 잡아서 토론을 발전시킨다거나 국회가 의제를 수렴하는 식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기획해 주면 좋겠다.
19.
민주주의는 강하다. 인류가 만든 정치 체제 중에서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능가하는 체제는 없었다. 한계도 많지만 그나마 인류가 검증해 온 체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적들에 대한 가장 강력한 솔루션은 더 많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 공간을 더 많이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을 상대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방법이다. 위축되지 말고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를 더 활발하게 진행하도록 하자.
Regen님의 댓글
전세계적으로 극우화되어가는 정치 추세를 언급한 뒤에 한 주장이라 더 동의할 수가 없었는데요, 왜냐하면 신생 정당 진입 장벽을 낮추면 현 정세 상, 극단적인 극우정당이 너무도 쉽게 탄생할 수 있게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듣기 좋은 얘기 늘어놓는 전형적인 TK 출신 정치업자 같다 생각해요. 실제로도 이 분 윤석열 정권 내 위원회 출신이기도 하고요
에러맛스타님의 댓글의 댓글
JINH님의 댓글
민주당과 경쟁할수 있는 대안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가 고민입니다
분명한것은 국민의힘은 절대 대안정당이 못 되구요 저 30%를 만족하는 정당은 우리나라 민주체제에서는 없기 때문에 고민입니다.
warugen님의 댓글
정의당이 왜 국민들에게 선택을 못받고 이번 총선에 망했는지 생각은 1도 없어보이는 글이구요.
다당제하면 정상적인 당만 탄생할거라는 나이브한 모습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군요
nilium님의 댓글의 댓글
민주당 왼쪽도 정의당 같은 동아리 정당이 아닌 진보적 이념을 화두로 가진 정당이 필요합니다.
민주당도 후단협 빠지고, 혁신파 빠지고, 수박 빠지고 나서야 당원 중심의 정당이 된 것처럼 다른 정당도 그런 변혁을 거쳐 건전한 정당이 만들어져야합니다.
민주당 일당제를 원하는게 아니라면 건전한 정당이 클 수 있는 정치 체계가 만들어져야죠.
단순히 표를 나눠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했다 보고요. 다른 방식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보입니다. 원외정당도 성장할 방법이 필요하니깐요. 명망가 중심으로 뚝딱 만들어지는 이벤트성 정당이 아니라요. 결선투표제 같은 제도에 대한 고민도 해 봐야하고요.
warugen님의 댓글의 댓글
당원중심의 정당 좋죠 그런데 극단적인 사람들이 당원으로 모인 당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일수밖에 없죠.
그럼 이게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 국힘 지지하는 사람들중에 합리적 보수라고 할수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지금 국힘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국힘이라서 tk,pk 라서 지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죠.
물론 민주당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국힘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합리적인 사람들의 비중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건전한 정당이 클 수 있는 정치체계가 만들어지만 당연히 좋죠
그런데 그게 정당의 노력만 있으면 되냐 하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제일 큰 문제중 하나가 언론 지형이죠.
대부분의 언론이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스탠스에 지금 탄핵 국면에서도 국힘을 비판하기보다 마치 정치적인 문제인듯이 몰고가서 양정당을 비판하는 소위 기계적 중립이라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당분간은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은 정권이 계속 이어지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져야하고
언론도 바뀌어야 비로소 다당제가 재대로 작동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너황1님의 댓글
극우 음모론자는
암세포처럼
우리 사회에 암약할거 같아
마음이 편치 않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