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가 싸워야 할 두 이름, 최태민과 전광훈

Lv.1 수필 (208.♡.249.100)

2025년 2월 4일 AM 06:44 · 수정됨(13:03)

조회 5,346 공감 0

1. 한국 근현대사에서 교회(개신교)가 걸어왔던 길은 꽤 복잡합니다. 어제의 매불쇼에서 이주헌 목사님이 설명했던 것과 같이 초창기 천주교와 개신교는 분명 사회 약자들을 위한 길을 걸었고, 초창기 독립운동에 있어서도 상당부분 중요한 일을 했습니다. 당장 가장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인 영원한 우리의 누나 유관순 열사도 개신교 신자였고, 열사가 근대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근대학당이었던 이화학당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단편적인 예만 봐도 분명 초창기 개신교는 한반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던 '신문물'이었습니다.


2. 근본적 문제는 긴 일제 치하에서 발생했습니다. 초창기 개신교 세력의 본부는 외국에 있었고(미국, 유럽 등) 이들 세력을 건드리는 건 강대국의 입맛을 거슬리는 것이므로 일본조차 피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중국침략이 본격화되고 2차대전의 암운이 드리워지자, 내선일체라는 이름 하에 교회조차 박해를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갈림길이 열렸습니다. '신사참배는 우상 숭배인가, 아니면 단순한 의례인가.'


3. 기독교 정신의 근본성을 택한 사람들은 당연히 신사참배를 거부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목사님은 주기철 목사님이 계십니다. 이 분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일제 경찰에게 고문받아 돌아가셨습니다. 독립운동가로서, 그리고 순교자로서 명을 달리하셨던 분이죠. 제가 어릴 적 교회를 다닐 때, 목사님이 설교 때 강조하시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개신교인이 더 크게는 기독교인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죠. 부당한 억압에 대해 항거하는 정신 말입니다. 여전히 주기철 목사님은 많은 개신교인들이 자랑하고 싶어하고, 존경하고 있는 순교자/독립운동가입니다.


4. 하지만 문제는 모든 이들이 신사참배를 거부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혹은 생존전략이고, 다르게 보면 일제에 영합한 반민족 행위이자 기회주의자 노선입니다. 신학적으로 보자면, 우상숭배를 택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개같이' 살아남은 이들은 광복 이후에도 살아남았고 신사참배에 대한 문제는 대한민국 교회사에 있어서 큰 딜레마를 남기고 맙니다. 현재의 대형교단 중 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5. 이런 와중에 한국 기독교 전체가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건 북한 정권의 수립입니다. '북학'이라는 걸 국사시간에 들어보셨을 겁니다. 최초의 한국 천주교인들은 청나라를 통해서 들어오는 '북학'을 공부하다가 천주교인이 된 분들입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신기한 '스스로 뿌려진 씨앗'인 겁니다. (그래서 로마 카톨릭에서 한국 천주교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북학이기 때문에 건너와서 가장 빨리, 많이 퍼지기 시작한 지역이 지금의 북한 땅이라는 겁니다. 개신교에서는 1907년 평양에서 일어났던 부흥운동을 크게 기념합니다. 그리고 평양을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만큼 한국 기독교는 한반도 북쪽지역이 중심지였습니다. 그런데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정권이 들어와서, 이를 피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많은 이들이 월남합니다. 반공과 북한에 대한 적대시가 시작되는 사건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서북청년단이 중심이 된 4.3의 비극을 불러왔습니다. 당시의 위정자들이 저지른 폭력의 사건이지만 한국 개신교가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6. 하지만 이 당시까지만 해도 개신교의 비율이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높진 않았습니다. 구글링해보면 3.1운동 당시 인구의 1-2% 정도가 개신교인이었다고 하고, 50-55년 즈음이 되면 교인이 10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당시 인구 비율로 보면 지금처럼 큰 수치는 아니었습니다. 소수에 불과했던 개신교 세력은 크게 불어나기 시작하는데 그 때가 박정희 정권과 겹칩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잘 나오지 않는 최태민의 이름이 나오죠.


7. 최태민은 중이자, 사이비 교주이자, 자칭 목사입니다. 박근혜에게 꿈에서 육영수가 나타났다고 접근한 건 아주 유명하죠. 최태민 최종 직업으로 목사로 선정하고 정권과의 유착을 시작합니다. '구국선교단'이라는 이름으로 반공을 교시로 해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후 기독십자군이라는 이름의 단체도 조직해서 군대문화마저 적극 이용합니다. 박정희가 군인 쿠테타 세력이었고,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정권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최태민이 정권에 유착된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하니 기존 대형 교단들도 이에 합세합니다. 오로지 '반공'이라는 이름에 매료되어 '기독십자군'에 참가합니다. (제가 보는) 개신교 세력의 정권/권력 유착 관계의 시작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6852)


8. 최태민이 정식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건, 그 누구도 그의 출신과 행보를 문제 삼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사소한 문제입니다. '꿈에 누가 나타났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로 이미 개신교에서 사이비성이 짙습니다. 설사 정식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해도요. 그런데 '반공'과 '부흥'이라는 이름에 빠져서 교인들을 목사들이 끌고 다녔고, 한국 개신교의 세계관은 뒤틀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성경에 나온 유명한 예수님의 말씀 '카이사의 것은 카이사에게'를 완전히 버린 결과입니다.


9. 그리고 이 즈음부터 기묘한 한국 개신교 특유의 '성장론'이 시작됩니다. 조용기 목사의 '삼중축복'로 대표되는 것들입니다. 간단히 축약하면 이미 천국으로 가는 구원을 받았으니, 현재 살고 있는 이 땅에서도 축복을 받아 잘 살게 되는 것이 구원의 증거라는 겁니다. 성경에는 신자가 세상에서 외면받고 고생하고 역경을 겪을 것이고 이것이 당연하다고 나오지만, 한국 목사들은 '현세에도 잘 사는 것이 구원받았다는 증거'라며 사이비 같은 주장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당시 배고픔을 극복하고 잘 살아보자던 사회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이른바 교회 세력이 주류 세력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10. 그리고 이런 뒤틀린 구원관을 퍼뜨리던 사람들이 소위 '부흥사'라고 불리던 목사들입니다. 전광훈이 대표적입니다. '부흥사'라는 사람들은 각 지역을 장돌뱅이처럼 각 지역의 크고 작은 교회를 돌아다니며 '부흥회'를 이끄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구원 받고(=잘 살고) 싶어? 그럼 헌금하고 교회 크게 세워!' 개별 교회의 담임 목사에게 이런 메시지는 (경제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었기에 수많은 교회들이 부흥회를 매년, 매 계절 했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90년대 후반 혹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지속됐습니다. 구원의 본질과 성도의 내적 성장보다는 외적 성장과 영향력 확대에 힘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11. 이 부흥사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던 것이 목사의 권위입니다. '목사는 하나님의 종이며, 이들에게 복종해야 한다'. 매불쇼에서 이주헌 목사님이 말한 '권위'에 대한 복종이 이것입니다. 그리고 이 '권위'는 세상의 권위로도 확장됩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직장에서는 사장님, 크게 사회에서는 대통령에게 복종'하는 것이 "성경적"이라고 말합니다. 신학적으로 전혀 틀린 말인데도 말이죠. "세상이 돌아가는 권위는 하나님이 세우는 것인데, 이것에 복종하는 것이 정상이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발생한 프랑스 혁명 같은 건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말마따나, 세상이 돌아가는 권위를 세운 것이 하나님이라면 그것을 엎는 혁명과 같은 사건 역시 하나님이 한 건데 말이죠. 박근혜가 당선된 것이 신이 허락한 일이라면, 그가 국정농단을 저지르고 탄핵된 것 역시 신이 허락한 일인 겁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일부러 전자만 말하고 후자는 말하지 않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 교회가 빌붙어먹었던 세력은 내내 수구 정권이었으니까요.


(사족: 목사에게 역시 '권위'는 없습니다. 성직자라는 직업은 적어도 개신교 안에서 신앙공동체가 함께 신앙생활을 꾸려가는데 있어서 도움을 주고 전업으로 지원하는 자리에 불과하지, 성경 해석의 권위를 갖거나 기도로 소원 성취하게 하는 등의 권위는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이런 소원성취성 기도 자체가 성경적이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모든 개신교인들이 신 앞에 직접 대면한 존재이므로 목사의 말에 좌지우지되면 안 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스스로를 '하나님의 종' '하나님의 사자'로 자처하는 목사님을 만나면 당장 도망치시면 되겠습니다.)


12. 전광훈이라는 인물은 부흥사로도 유명했지만, 조용기를 위시로 한 소위 한국 원로목사들의 이른바 '딱갈이'로도 유명했습니다. 온갖 굳은 일을 하며 자기 영향력을 키우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용기, 김홍도 등이 은퇴하거나 유명을 달리하면서 이제 스스로 왕 노릇을 하기 시작한 게 바로 전광훈입니다. 위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부흥사들의 메시지는 사이비성이 강합니다. 그리고 전광훈은 그들 중 TOP입니다. 당연히 목사 안수가 취소됐고, 이에 반발해 스스로 교단을 세워 목사를 자칭하는 현재에 이르게 된 겁니다. 자신의 활동을 제약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니 내란을 옹호하고 내란 세력 그 자체가 되는 지경까지 이른 거죠.


13. 최태민이라는 인물이 한국 교회의 정권유착, 세력확대에 있어서 공(?)이 있다면, 전광훈은 그 뒤틀린 구조의 결실을 따먹고 최악의 국면으로 이끌고 있는 인물입니다. 전자는 사이비이고 후자는 사이비성이 강한 부흥사 출신입니다. 당연히 성경의 메시지와는 거리가 있고, '성경을 읽지 않는' 일반 신도들은 그들이 그렇다 하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입니다. 생각과 반성하지 않는 신자의 비극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들보다 더한 내란세력 극우 개신교회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들의 광풍에 함께 동참한 게 지금의 전한길이구요.


14. 이들의 궤적을 보고 있으면 흡사 국힘의 역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그들은 교언영색하며 온건한 합리적 보수인 척을 하던 때(한나라당)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빤스까지 벗고 달려드는 극우임을 잘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 대형 교회들은 온갖 도덕적인 체를 다 하며 사회를 가르치려 들었습니다. 실상은 당시에도 온갖 범죄에 연루되었고, 지금은 내란 세력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성장담론'에 눈이 멀어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쳐먹고 성장만 외치던 결과가 바로 오늘입니다. 최태민과 전광훈 같은 독약이 들어오는지도 몰랐던 겁니다.


15. 성경에는 소금이 그 맛을 잃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땅에 버려지리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교회도 많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러할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형교회들, 대형교단들, 전광훈에 대해서 제대로 말하지 않는 교회는, 땅에 버려지는 소금이 되고 말 겁니다.

댓글 (21)

  • G

    gsmini Lv.1

    25.02.04 · 223.♡.55.25

    설마 어제 매불쇼 출연하신 목사님은 아니시죠?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까망꼬망

    까망꼬망 Lv.1

    25.02.04 · 61.♡.120.114

    독립운동 앞장서고 신사참배 반대한 신실한 신앙인들 많았지만 죄다 죽임을 당했죠
    그리고 일제에 야합하고 독재에 부역질한 쓰레기들만 승승장구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버린게
    현재 개신교의 모습이구요.. 문제는 그런 쓰레기들이 부끄럼을 모르고 되려 독립운동했던 사람의 업적을
    지들이 가져다 쓴다는게 문제구요....이게 종교뿐이겠습니까 2찍들이 노무현 정신 어쩌고 하는 꼴도
    어찌보면 비근한 경우죠...

    암튼 일부라고 외면할게 아니고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개신교 내의 쓰레기들은 개신교내에서
    좀 제대로 싸우고 자정해야하는데 개신교 내 쓰레기는 외면하면서 다른 종교갖고 사이비니 뭐니 말하니
    일반인들에겐 말이 안먹힌다고 보네요
  • 고약상자

    고약상자 Lv.1

    25.02.04 · 192.♡.86.240

    마지막 15번은 내용이 조금 빠져있네요. 성경에는 소금이 맛을 잃어버리면 밖에 버려져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짓밟힌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응징을 받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이 부분은 예수님이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짠 맛을 되찾게 하겠느냐? 짠 맛을 잃은 소금은 아무데도 쓸 데가 없으므로, 바깥에 내버려서 사람들이 짓밟을 뿐이다." 마태복음 5장 13절
  • 부서지는파도처럼

    부서지는파도처럼 Lv.1

    25.02.04 · 116.♡.169.232

    아주 작은 부분이겠지만, 복잡한 것은 싫고 마음의 안정만 누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목소리 크고', '청산유수로 하는 말'은 맘 편히 생각을 맡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봐요. 복음의 원리는 사라지고, 자기 간증과 세상의 복에 '아멘'하는 속 빈 강정이 되었지요. 여전히 교회의 '부흥'을 수가 불어나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많구요.

    11. '잘못된 권위는 따르지 말라'는 얘기도 성경에 있다는 것을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 싱싱나무 Lv.1

    25.02.04 · 49.♡.73.72

    좋은 정리의 글 감사합니다!
  • 하늘연달 Lv.1

    25.02.04 · 218.♡.24.42

    어떻게 누가 그들을 처리하는가? 의 문제가 앞으로 가장 큰 숙제이지 싶습니다.
    어떤 사건으로 공권력이 그들을 심판해서 처리하기 전에 자정을 해내지 못하면 기독교의 미래는 결국 친일파 척결을 못해낸 한국과 같은 문제가 나타날건데 나라는 덩어리가 커서 어떻게든 버티면서 살려보지만 기독교는 그냥 제2의 전광훈 같은 사람으로 좀비화 되지 싶습니다.
  • hellsarms2025

    hellsarms2025 Lv.1

    25.02.04 · 125.♡.32.89

    1도 정화가 안되는 종교가 개독교 인건 알겠습니다
  • 거창사과 Lv.1

    25.02.04 · 175.♡.41.231

    감사합니다
  • 생트

    생트 Lv.1

    25.02.04 · 182.♡.42.170

    아주 오래 전부터 대표적인 최상위 유한계급중 하나가 " 성직자 " 들이란 점에서
    앞뒤 논리가 안맞는 내용이라고 생각 합니다
    더 나쁘게 보면 , 눈가리고 아웅, 국힘당 당명 바꾸기? ,이미지 세탁중
    이구요
  • blueship

    blueship Lv.1

    25.02.04 · 180.♡.248.31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