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금주했습니다. (8914/10000)
녹
녹차중독 (220.♡.200.150)
2024년 4월 18일 AM 08:48 · 수정됨(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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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시간 금주를 목표로 1년 조금 넘게 금주했습니다.
전에 클리앙에 100일 지날 때마다 올렸었는데 다 지워 버렸네요.
정리하는 느낌으로 다시 작성합니다.
정리하는 느낌으로 다시 작성합니다.
딸내미들이 말도 안되는 알코올중독 검사지 같은 걸 학교에서 받아왔는데 누구도 초기 중독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진단서에 술 대신 아무거나 넣어도 누구든 초기 중독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휴대폰, 게임, 클리앙, 초콜릿, 라면, 쌀...)
암튼 아이들이 아빠를 걱정해 주는 거였고 얼마든지 응해 줄 수 있었습니다.
난 중독자가 아니었기에 얼마든지 금주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유행하는 일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 일만 시간 금주하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금주는 힘들지 않고 단순히 금주의 성과는 거의 없습니다.
단순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 얻는 이득이란 게 있을 수가 없죠.
했으면 잃었을 것들을 잃지 않았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닐 테니까요.
아마 더 나빠졌을 수도 있는데 나빠지지는 않았습니다. 정도입니다.
흡연하던 친구들이 담배를 끊고 나면 호흡도 좋아지고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느낌이 다르다고 했었지만
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살면서 담배를 한 번도 피우지 않았던 저는 "좋아져봐야 지금 나보다 좋을 수가 없을 건데 이게 뭐가 좋은데?" 였죠.
금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미 지워버린 클리앙 자게에도 여러 번 올렸지만 그래서 금주한다고 뭐 대단한 절제하는양하는 사람들 보면 같잖습니다.
비 흡연자의 페라리처럼 술 안 마시고 대신 한 무언가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술 안 마시고 뭘 했는데가 중요합니다.
그게 없으면 금주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한 것뿐 성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금주 자체에는 대단한 자기 절제, 자기관리, 금욕 그런 거 하나도 없습니다.
여전히 금주로 뭐 대단한 거 하는척하는 사람들 같잖습니다.
솔직히 많이 힘들지도 않아요.
중독자 아닌 다음에야 밥상에 올라오는 매일 먹는 밑반찬 중에서 하나 안 먹는 느낌입니다.
콩자반 같은 거 안 먹고 1년 이상 버티는 거 여유롭지 않을까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피나는 노력을 하는 운동선수나 상위 1%의 성과를 이룬 분들의 금주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그런 분들은 금주가 문제가 아닐 테지요.
그래서 처음 일만 시간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금주 자체가 성과가 되는 일은 무의미한 것 같았습니다.
극단적으로 일상생활 불가능할 정도로 중독된 약쟁이가 약만 끊어봐야 그냥 백수겠지요.
금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익은 금전, 시간, 수면의 질, 건강 정도였습니다.
금전적인 이익은 미미하더라고요.
재택근무로 위스키를 사들이기 시작해서 할인할 때만 다 모아놓은 위스키가 꽤 됩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크게 술 마시는 사람이었고 그때마다 10여만 원 정도의 술값이 들었습니다.
대충 한 달 20만 원 잡고 한 달에 20만 원씩 위스키나 화요 XP 등 세일하는 위스키를 구매했습니다.
그래서 금전적인 이익은 한 개도 없었습니다.
쌓여가는 술병을 보니 심란하기도 하고 집사람이 야금야금 까먹는것도 뭔가 억울해서
위스키 구매 비용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아이에게 아이패드 프로 장기 할부로 구매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신나서 들고다니는 저 아이패드 프로가 유일한 금주의 금전적 성과입니다.
가끔 코스트코, 트레이드스에서 미친듯한 할인(그래봐야 만원조금 넘는 정도지만)을 할때는 몇병씩 더 구매하기도 해서 온전한 성과도 아닙니다.
술 안마시니 오히려 더 비싼술을 노려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당당했죠.
난 안마시니까 술을 박스로 사도 거리낌이 없더라구요.
술 사들고 오는 저를 보고 누가 제발 술 좀 그만 마시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안 마시는데요.
술을 박스로 사들고 오면서도 느끼는 당당함은 미미하긴 하지만 조금 이익 같기는 합니다.
시간적인 이익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건 느낄 수가 없지요. 술 마시느라 벼려지는 시간과 숙취로 고생하면서 생산력이 떨어지는 시간이 어디 저장되어서 남아있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같이 흘러갑니다. 술 안 마셔도 체력은 부족하고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연휴는 지나갑니다.
매일 루틴을 정해서 시간관리를 칼같이 해오신 분들이라면 술로 축나는 시간을 아까워하시겠지만 시간관리를 잘 못하고 살았구나 반성만 됩니다.
계산하기 시작하면 술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의미 없는 것들에 보낸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맑은 정신인 시간은 늘어났을 건데 정작 맑은 정신을 사용할 무언가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수면의 질, 건강은 무언갈 안 한다고 좋아지지 않더라고요.
알코올이 꾸준히 건강을 공격하는 독성물질은 맞겠지만 간이 망가지기 전에야 뭐 느낌이 없을 겁니다.
건강을 망칠 정도만 아니라면 적당히 즐기는 게 나쁘지 않은 것도 맞고요. 오히려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간적 효과로 금주 덕분에 수영 강습에 덜 빠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금주를 시작하기 몇 주전에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건강이 좋이졌다면 수영 때문일 겁니다.
워터파크에서 애들 수영하는 동안 걸어다니기만 했더니 발바닥도 아프고 뭔가 아니다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아이이 어렸을 때에 수영을 배우게 한것도 아빠가 수영을 못하니까 물에 빠지면 구해줘야 한다고 하고 수영학원에 등록했었습니다.
저야 뭐 기록을 잴일도 없고 자세를 멋지게 할 필요도 없고 지방과 설탕을 태우면 그만이었기에 슬렁슬렁 했습니다.
한동안 수영을 끊었던 큰 아들 놈이랑 같이 하게 되었는데 대충 수영하는 아빠를 보고 자극을 받았는지 열심히 하더라구요.
금주 덕분에 1년이상 몇번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해서인지 이번에 큰아들놈은 수상구조사 자격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1년이 넘도록 키판 잡고 발차기 속도도 잘 안나오는 운동신경 거의 없는 제 유전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수영의 성과지만 금주의 스핀오프격인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술에 대한 관심과 개인적인 이해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금주로 뭘했는지가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딸내미 아이패드와 아들놈 자격증입니다.
따지고보면 제 성과는 아니고 더욱이 직접적인 성과도 아닙니다.
직접적인 성과라년 몇 달 금주 후에 알코올에 굉장히 민감해져 있다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소독용 알콜스왑에서도 구강청정제에서도 알콜취를 전보다 더 많이 느낌니다.
위스키를 마시진 않지만 종종 글렌케런잔에 한잔 따라서 향을 맡습니다.
한동안 향을 즐기고 나면 집사람이 홀랑 마셔버립니다.
슬쩍 마셔버리면 되는 가벼운 장벽이지만 금주로 이어온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잘 안 깨집니다.
자기 절제가 대단한 스타일도 아닌데요.
50도 이상이 아니면 술이 아니라고 알콜부심이 좀 쩔어 있었는데 다시 술을 마시게되면 다양한 술을 천천히 음미하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리셋인데요. 이게 은근 기대감이 큽니다.
술에 대한 기억과 경험은 유지한 체 자극만 처음부터 시작인거죠.
그동안 마셔왔던 술들 하나하나가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역으로 금주로 보는 손해가 좀 있습니다.
술이 좀 쌓이고 있습니다.
대인관계에 좀 변화가 있는것 같습니다.
회식자리에는 참가해서 술을 안마시고 어울리기 하지만 갑자기 하게 되는 번개나 그런 자리는 제외되는 것 같습니다.
한번식 회식 2차에 감춰둔 위스키를 꺼내서 마시게 내어 놓기도 합니다.
전에도 썼지만 '내 일신 상의 이유로 금주 중이지만 그대들과의 술자리가 무의미 했던 것은 아니라오'를 어필하는 중입니다.
일만 시간이 끝나는 시점인 6월 초가 되어도 바로 그냥 술을 마시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완벽한 술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술마시기 적당한 완벽한 술자리란 어떤 걸까요? 적어도 저녁 자리에 김치찌게 국물만 조금 얼큰해도 찾던 한주35는 이젠 없습니다.
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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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libaba
24.04.18 · 243.♡.16.71
- 녹
녹차중독
→ Alibaba 작성자
24.04.18 · 220.♡.200.150
이익도 손해도 사실 미미한것 같습니다. -
파파란꿈
24.04.18 · 240.♡.45.40
1년이 넘는 금주라니 대단하네요. 근데 건강은 좀 좋아지지 않았을까요? - 녹
녹차중독
→ 파란꿈 작성자
24.04.18 · 220.♡.200.150
정말 별거 없습니다. 성실하게 늙어가고 있는데요 잘 좋아지지 않습니다. -
매매혹
24.04.18 · 218.♡.76.171
좋은글 감사합니다 :-) 금주 후 소소하게 운동하고 있는 이제 한달 정도 지난 꼬맹이 입니다ㅎ -
코코니
24.04.18 · 124.♡.54.79
저 금주/금연 8년차인데 불치병이라더니 … 사라졌습니다.. 뭐 다른 요소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사라졌습니다. - 녹
녹차중독
→ 코니 작성자
24.04.18 · 220.♡.200.150
오.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려요.
8년을 절제하셨으면 다른것도 더 많이 하셨을것 같습니다.
자기관리의 성과이실겁니다. -
일일레인15
24.04.18 · 244.♡.219.35
오! 제가 금주중인데 느끼는 감정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저도 10개월 좀 안되게 금주중인데(그전엔 매일 술마시던 사람이었음) 1) 생각보다 금주가 쉽고, 2) 생각보다 이점이 없으며, 3) 생각치못한 단점이 많더라구요. 이렇게 구체화된 글을 보니 저도 금주시점이 1년정도 될때 정리도 할겸 글써봐야겠네요^^ - 녹
녹차중독
→ 일레인15 작성자
24.04.18 · 220.♡.200.150
ㄴ맞습니다. 힘들지않고 별 이익없고 단점이 좀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네요. -
일일종드보통
24.04.18 · 220.♡.167.168
보통 끊었을 때 얻을 이익보다 이걸 계속할때 잃을 손해가 더 큰 법이죠.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건강상 이유로 금주 나흘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