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의 추억
홍성아재

Lv.1 홍성아재 (112.♡.175.67)

2025년 2월 10일 AM 12:01 · 수정됨(14:12)

조회 3,221 공감 0

아래 다른 회원분이 봉준호 감독 인터뷰를 올리셨길래 떠오르는 추억이 있어 적어 봅니다.

아주 젊을 때 아직 봉 감독이 상업영화 입뽕하기 전 충무로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저도 영화 조연출로 영화 쪽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저랑 같은 학번 동갑인데 만난 적이 없다고 하니 둘 다 아는 영화계 형이 소개시켜준다고 해서 만났죠.

만난 후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사실 저랑은 말 그대로 인사만 했고 형과 봉 감독이 나누는 대화를 한참 들었는데 정말 봉 감독이야말로 20년 후 영화계 최고 감독이 되리라 직감했습니다. 대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요. 저 친구가 있는 한 나는 고생고생해서 입뽕을 하더라도 정말 별 볼 일 없는 영화감독이 되겠구나 싶더군요. 그래서 같이 밥도 안 먹고 영화사 사무실로 돌아와버렸습니다.

30년 전에도 봉 감독은 별 같이 빛났습니다. 제 평생 가장 큰 열등감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사실 저는 누구에게 꿀리지 않는 오만한 성격이어서 더 충격이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영화사 사람들은 아직 단편영화 2편만 만든 초보 감독인데 그런다고 제게 오버한다고 뭐라 했지만, 제 눈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더욱이 당시엔 나중에 '은교', '해피엔드'를 만든 정지우 감독이 훨씬 영화계에서 각광 받던 시절이었습니다. 만든 단편영화 수준이 남달랐으니까요. 정지우 감독도 같은 학번입니다.

영화계 쪽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영화 감독 입뽕 하기 전 조연출은 말 그대로 사회 맨 밑바닥 삶을 삽니다. 그 생활 10년 해야 입뽕하는거구요.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남은 7~8년을 견딜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결국 당시 하던 영화 쪽 일을 접었습니다. 봉 감독한테 받은 충격 때문에 제가 심신이 무너질 정도였으니까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정도였어요.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왔던 살리에르의 심정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마 봉 감독은 절 기억 못할 겁니다.^^

댓글 (13)

  • Icyflame

    Icyflame Lv.1

    25.02.10 · 211.♡.240.220

    떡잎이 다르긴했을텐데,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때 알아보셨으니 홍성아재님 안목도 대단히 좋으시다고 생각합니다.
  • YBman

    YBman Lv.1 → Icyflame

    25.02.10 · 59.♡.6.147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고수가 고수를 한 눈에 알아보는 법이죠. 그래도 안타까운 느낌입니다.
  • Realtime

    Realtime Lv.1

    25.02.10 · 75.♡.158.112

    저도 학부 때 스터디 그룹에서 만났던 친구가 떠오르네요. 학생 직장인 다 모였던 프로그래밍 관련 그룹이었는데, 괄목할만한 실력자였지만 참 겸손 했었죠. 그 친구는 당시 서울대 대학원 석사 들어가겠다고 준비하더니 몇 년 후엔 캐나다로 유학을 갔고, 저도 바빠서 잊고 지냈습니다. 한 15년 그렇게 지냈는데 우연히 국내 신문기사에 이름이 실린 것을 보니 성균관대 컴공 교수가 되었더라구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물론 그 친구는 절 기억 못할겁니다 ㅎㅎㅎ
  • 아싸조쿠나 Lv.1

    25.02.10 · 59.♡.60.81

    저도 반친구이자 동네친구였던 녀석이 기억납니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에 의사가 되는게 꿈이라고 했는데 세월이 지나 뉴스에 나오더군요. 줄기세포로 사기치셨던 분의 최초제보자로요. 물론 그 친구는 절 기억할겁니다 ㅎ
  • 소르베

    소르베 Lv.1

    25.02.10 · 116.♡.120.63

    저는 20년 2월 15일이던가? 암튼 그쯤
    미국에서 귀국하는 예비신랑을 마중 픽업하러
    인천공항 2청사 입국장으로 갔죠
    근데 사람이 엄청 많더라구요? 이상하다...
    누구 연예인이라도 입국하나 싶었는데
    아카데미상 수상하고 귀국하신 봉준호 감독님이 뙇!
    감독님이 기자들 앞에서 잠깐 귀국 소감 말씀하시고 떠나신 후
    2,3분쯤 뒤에 예신이 나왔는데
    눈에도 안들어오더라구요 ㅋ
    코앞에서 직접 보다니
    개꿀이었습니다
  • LEONATO

    LEONATO Lv.1

    25.02.10 · 59.♡.38.207

    모차르트가 살리에르를 기억하듯
    봉도 글쓴이 분을 기억할지 모를 일이죠.
  • XㅡCaliver

    XㅡCaliver Lv.1

    25.02.10 · 180.♡.101.32

    재능은 이길 수가 없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세상은 각각의 재능을 어릴 적부터 찾아주는 방식으로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게 해주는 세상이긴 하네요.
    직업의 귀천이 거의 사라져야 가능한 세상이긴 하니, 이 세상에서는 어렵지만 항상 조금씩 그쪽으로 바뀌기를 바라네요.
  • 블루지

    블루지 Lv.1

    25.02.10 · 219.♡.36.36

    그게 참 원래 될만한 능력자 라는게 있긴 있는것 같더라구요. 저는 그걸 알아보는 눈도 없었던것 같구요.
    20년도 더 전에 회사 같은팀 옆파트, 그러니까 옆 파티션 자리에서 일하는 1~2 년정도 있다 나간분이 있었는데 별로 특징은 없어보이고 관상만봐서는 사실 좀 맹.. 해 보이는분이 있었는데 나가서 벤처를 차리시고는 몇년후부터 막 유명해지다가 크게 액싯을 해서 기사에 많이 나고 했었길래 이야... 저양반은 이제 평생 놀고먹고 살겠구나 했는데 잉? 또 몇년후 회사를 새로 차린건 아니고 신생 벤처회사에 시리즈A 단계에 합류하더니 거기서 CEO 맡고, 그게.. 한국회사가 저게 될까.. 싶은 분야였는데 또 엄청 키워놨고, 이제 상장을 하네 마네 하고있더군요. 전혀 다른 두 제품, 다른 사업도메인에서 성공을 하니 그게 참.. 똑똑한데 사업감각까지 있는 사람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근데 그건 막 영업꾼처럼 설치면서 설레발 치는 그런사람들이 아니라 전혀 그런티도 안나고 그런 부류처럼 안보이는데 진짜 사업하는 재능인가보다 싶습니다.
  • 트라팔가야

    트라팔가야 Lv.1

    25.02.10 · 58.♡.217.6

    당시 봉 감독 발언 내용 중 무엇이 충격이셨나요? ㄷㄷ
  • 홍성아재

    홍성아재 Lv.1 → 트라팔가야 작성자

    25.02.10 · 112.♡.175.67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자기가 항후 만들고자하는 영화에 대한 설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얘기 들으니 영화가 딱 그려졌어요. 영화 주제도 주제지만 짧은 시간 안에 작품을 설명하는 능럭이 탁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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