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는 생각보다 무식해요
홍성아재

Lv.1 홍성아재 (112.♡.175.67)

2025년 2월 12일 PM 09:52 · 수정됨(02. 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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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386세대 끝자락이라서 남 일처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자기 반성적으로 얘기합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을 때가 아마 10대, 20대일 겁니다.

30대만 넘어가도 공부가 업이거나 자기 분야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니면 밥벌이 때문에 풍부한 소양을 더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우리나라 풍토가 10대에는 말 그대로 국영수 공부는 해도 인문학적 소양, 과학적 판단력을 키울 수 있는 공부는 안하잖아요?

그럼 20대에 그런 공부를 해야 하는데 80년대만 해도 사회과학 공부를 하기는 했어도 매우 편협하게 했죠.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껍데기를 벗고서 같은 대학 신입 사회과학 교양서를 읽고 난 다음 해방전후사의 인식 정도까지 나가면 NL과 PD로 나뉘어 읽는 책이 달라졌죠. 많은 사람들 평가가 NL은 공부를 그리 많이 안했다고 평가를 했죠. 스스로도 그렇게 얘기했구요. 지금 386세대 정치인들 중 NL출신이 많으니 공부를 별로 안했다고 봅니다. 학교 대강당에서 정파들끼리 모여 토론을 해보면 NL은 식민지반봉건론, 식민지반자본주의론을 외치며 무조건 반전반핵, 통일운동 외치는 게 다였어요. 물론 대중에게 쉽게 접근해서 반응은 좋았지만 아무튼 속은 많이 비었습니다. NL 중 주체사상파는 거의 성경책 같이 주체사상을 공부했으나 알고보면 그것도 별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저 신앙생활 한 거죠.

PD는 철학의 기초이론을 시작으로 맑스, 레닌 책을 보고, 인민노련, 삼민동생, 노동계급에서 나오는 기관지 가지고 공부도 하고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가지고 경제 분석도 열심히 하곤 했지만 그것도 편협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구성체론을 공부한거지 사회학이나 정치학, 경제학을 제대로 한 건 아니니까요. 전공을 그쪽으로 한 사람들이야 모르겠지만 그들도 데모하러 다니느라 공부를 하면 얼마나 했겠어요? 사실 맑스가 헤겔 까는 글, 레닌이 카우츠키 까는 글을 보면서 헤겔이 문제니 사민주의가 문제니 했지만 정작 헤겔 책 원문이나 카우츠키나 베른슈타인이 쓴 책 본 사람은 얼마나 있었겠어요? 다 젊은 객기일 뿐이죠. 선배 한 분은 하도 주변에서 뭐라 하니 직접 맑스와 레닌이 비판하는 사람들의 원문을 찾아 읽어 봤대요. 그러니 안 읽고 뭐라는 사람 보면 얼마나 우스웠겠이요.

물론 그 시절 아예 책 안 읽은 사람 보다야 낫겠지만 거기서 오십보백보 아니었겠어요? 유시민 씨나 이진경 씨 같이 공부 많이 하고 특출난 사람들이 있으나 그들 역시 당시 시대적 한계를 있었죠. 물론 이후로도 계속 공부를 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환해졌지만요.

문제는 정치든 시민사회운동이든 뭐든 하면서 계속 공부하고 성찰하고 해야 하는데, 워낙 학생운동, 노동운동 했던 숫자가 적으니 일찍부터 정치 상품이 되었고 출세한 사람들이 생겼다고 봅니다. 특히 총학생회장 출신들. 학생회장 출신들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똑똑하고 투쟁적이어서가 아니라 학생대중에 먹힐 얼굴, 말솜씨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 뽑힌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가 잘 아는 그 분도 그를 선발한 선배의 말로는 얼굴이 잘 생겨서 총학생회장으로 밀었다고 하더군요.

단순히 사회과학적 지식만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 지식에 풍부한 현장 경험이 결합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바닥을 기어본 사람은 많지 않죠. 나 노동운동 5년 했다 10년 했다 하더라도 진짜 노동자처럼 한 건 아니잖아요. 다 대학으로 다른 직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과 거기를 벗어날 수 없는 노동자와는 경험이 다른 거니까.

20대 지식과 경험의 뿌리가 약하니 학문과 지성, 경험이 무르익어야 할 30대부터 제대로 뻗어나가질 못하는 거죠. 외형적으로는 잘나가도.

제가 이렇게 글을 쓴다고 386을 폄하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그 당시에는 다 목숨 걸고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들입니다. 말 그대로 목숨 걸구요. 다만 시대가 바뀌었고, 다른 소양을 필요한데 젊을 때 배운 게 없으니 못 따라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386 물러나라' 이 얘기 하는 게 아닙니다. 무식하면서 나 잘났소 그러지 말고 자기가 부족함을 스스로 인식하고 남에게 배우고 스스로 성찰하라는 얘기입니다. 무식한데 잘난 척 하면 누가 인정하겠어요.

댓글 (42)

  • 버블보블

    버블보블 Lv.1

    25.02.12 · 211.♡.112.159

    동의하기 어려운데요. 고전과 사회과학 기초 이론서를 읽은 보통의 시민들을 공부한 학자들과 비교해서 무식하다고 한다면 도대체 누가 유식할 수 있는건가요 ? 석학들 또는 당대의 지식인들과 일반 386을 비교하여 공부 안한다 한다면 도대체 우리나라 어느 세대가 공부 한 세대인가요 ?
  • 홍성아재

    홍성아재 Lv.1 → 버블보블 작성자

    25.02.13 · 112.♡.175.67

    저도 남들만큼 사회과학 공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나이 먹어서도 그나마 책 한 자 더 보려고 하지만, 우리 큰딸이 맨날 저한테 무식하다고 해요. 세상을 너무 모른다고. 세상이 바뀌었는데 내가 못 따라가는구나 싶어서 스스로 무식하다고 생각하고 삽니다.
  • 양원리

    양원리 Lv.1

    25.02.12 · 125.♡.16.153

    세대론이라기보다는 386 정치인들의 편협함과 지적빈곤함을 저격한 글이라고 이해하고 읽었습니다. 해당 세대는 아니지만 해당 세대분들을 많이 경험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경험자 입장에서 말씀 주시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고 공감도 많이 되고 분석 자체에도 수긍이 됩니다.
  • 버블보블

    버블보블 Lv.1

    25.02.12 · 211.♡.112.159

    참고로 막스 레닌을 무척 단순하게 이야기 하셨지만 막스 레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철학과 경제학 그리고 역사를 이해한 상황에서 막스 레닌을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자본론 그 책 두께 보셨나요 ? 그런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세대들이 무식하다고요 ? 도대체 누가 그럼 그 유식이라는 범주에 드는건가요 ?
  • 양원리

    양원리 Lv.1 → 버블보블

    25.02.12 · 125.♡.16.153

    그런데 경제사학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정치학적으로 맑스나 레닌에 대해 연구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현대 경제학과 현실 경제 운영에 있어서 그런 걸 읽고 공부한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듭니다. 제 지식의 스펙트럼이 제한적인 걸 수도 있겠지만 경제학 전공 수업에서 경제사학 수업 정도를 제외하고는 관련 이론을 진지하데 다루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론이 스스로를 증명하지 못하면서 시대가 지나버리고 주류에서 선택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업데이트 되지 않은 지식을 공부해본 적이 있다는 게 크게 의미가 있을지..
  • 버블보블

    버블보블 Lv.1 → 양원리

    25.02.12 · 211.♡.112.159

    개인적인 짧은 소견으로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경우 경제학 또는 경제사의 관점에서는 마르크스와 레닌은 구분해야 할 것 같고요. 현대 경제학의 어느 부분을 말씀 하시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만 전통적인 경제사 관점에서 마르크스를 빼고 논의 한다는 것은 학문적 측면에서 많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학을 수치를 다루는 관점의 미시 관점이라면 마르크스가 무슨의미가 있겠냐 싶겠지만 정치 경제의 관점 철학적 관점에서 마르크스는 아직도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이 수치와 현상만 다루는 것이 다가 아닌 가치를 다룬다고 했을때 과연 마르크스를 빼고 경제학을 바라 볼 수 있을까요 ? 마르크스 이후 케인지언이나 설령 시카고 학파일지라도 가치와 근간의 의미는 간과 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 양원리

    양원리 Lv.1 → 버블보블

    25.02.12 · 125.♡.16.153

    네 제가 단 댓글이 정확히 동일한 내용입니다. 현대 경제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는 거의 없겠으나 정치학적, 정치경제학적, 정치사학적, 정치철학적 등에서는 의미가 있겠다는 얘기이고, 반대로 말하면 그런 분야에서는 의미가 있을지언정 현대 경제학이나 현실 경제에서 그 영향력이나 의미가 미미하단 겁니다. 옛 문헌 열심히 뒤져서 조선시대 경제학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난 이런 거 공부해봤소 해봐야 현실에서 정책결정권자로서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스러운 일이고요.
  • 까망꼬망

    까망꼬망 Lv.1 → 양원리

    25.02.13 · 61.♡.120.114

    본문과는 좀 다른 곁가지긴한데...경제학 이야기가 나와서...
    솔직히 경제학 자체가 현실에서 제대로 동작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신경제주의자들 리만사태때 개박살나고..대부분 경제학 이론이 지나온 과거를 자기들 이론에 맞춰 끼워맞출뿐이지
    정작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나 생각해보면요. 문외한이 잘 몰라서 이런 소리 한다고 하실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경제학의 본질 자체를 착각하고 경제학이란게 현실 컨트롤하는 학문이 아닌 고고학같은 지나온 경제를
    살펴보는 학문이라면 모르겠지만요.
  • C

    concept Lv.1 → 양원리

    25.02.13 · 223.♡.78.90

    결국 자본주의 영구불멸설과 신고전파 경제학을 전제로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그러나 1973년 이래 50년동안 진행되어온 초장기 불황에 대한 신고전파 경제학의 무력함에 대해서는(특히 동학적 시각의 결여)소위 주류 경제학 자신이 자인하고 있는 측면이 크죠.
  • 홍성아재

    홍성아재 Lv.1 → 버블보블 작성자

    25.02.13 · 112.♡.175.67

    저도 맑스, 레닌 책 웬만한 건 다 봤습니다. 그래서 내가 남들 보다 세상을 잘 이해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참 공부한 게 없구나 싶어요. 맑스, 레닌을 교과서 공부하듯이 했으니 남는 게 없죠. 386세대 상당수가 그렇게 공부하다가 1991년 소련 붕괴 때 다 무너졌잖아요. 뭐 NL들이야 다른 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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