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아재 (112.♡.175.67)
2025년 2월 13일 AM 12:52 · 수정됨(12:15)
저랑 동갑인 아내는 대학 다닐 때 학생운동을 안했어요. 정확히는 할 수 없었어요.
간신히 친척분이 입학 등록금 대준 후 학자금 대출 받아가며 대학을 다녔고, 학교 다니는 동안 시간제 일거리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죠. 그렇게 2학년까지 학자금 대출 3번 받아 다녔는데, 더 대출이 되지 않았답니다.
결국 대학을 휴학하고 공장에 들어가 돈을 벌었답니다. 1년 일해서 돈 모아 학교 1년 다니고, 다시 휴학해서 1년 공장 다니고 1년 대학 다녀서 동기들보다 대학을 2년 늦게 졸업했습니다. 30년 전에는 1년 이상 휴학할 수 없어 그리 한 겁니다.
아내가 공장 다닐 때 가장 힘들었던 게 대학 다니다 공장에 들어와서 활동하던 노동운동 활동가들이었대요. 자기는 돈 벌어서 학교 졸업하기 급급한데 대학 다니다 왔다고 하니 같이 노조 만들어 활동하자고 계속 설득해서 마음이 불편했답니다. 안 한다고 하면 굉장히 한심하게 여겼다는 거에요. 아내도 학생운동, 노동운동 대의를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남들이 돈 없는 애가 무슨 대학이냐며 다 말리는 대학에 들어갔으니 졸업이 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를 포함해 누가 학생운동, 노동운동 했다고 말하면 무척 불편해해요. 너희는 먹고 살만 하니까 그거라도 한 거라구요. 다 부모 덕, 좋은 학벌 덕에 운동하다가 관둬도 갈 데 있는 사람들이 운동 했으면 잘난 체 하지 말고 사회를 위해 묵묵히 제 할 일 하라는 거죠. 적어도 제 입장에선 뜨끔했어요. 알고 보면 저도 아버지 피 빨아먹고 살았으니까요. 제가 과외하고 어디서 시간제로 일했다 한들 아버지 뒷바라지가 없었으면 그러고 다녔겠어요.
아내는 지금은 저보다 더 열심히 시민사회 활동을 합니다. 열심히 집회도 나가구요.
그래서 아내가 뭐라 하면 입 다물고 삽니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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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yson
25.02.13 · 121.♡.2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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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홍성아재
→ jayson 작성자
25.02.13 · 112.♡.175.67
저희 처제가 공장 다니며 산업체 야간 고등학교 졸업했어요. 그래서 아내한테 맨날 뭐라고 했대요. 언니가 돈 벌어서 동생 공부를 시켜야지 지 혼자 대학 갔다고. - 4
42.195km
25.02.13 · 211.♡.68.146
돈 많은 집 자식들이 물리, 철학 이런 학문하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귀족들이 그런 경우들도 있었고요. 진화론의 찰스 다윈도 부잣집이라서 좀 그런 경우죠.
당장의 경제적 이득보다 학문 연구 그 자체에 몰두해도 먹고 살 수 있게요. 그게 학문 발전 뿐 아니라 우리 인류에게 새로운 번영을 줄 수도 있어요.
운동권 중에도 경제 형편이 다 달랐겠지만, 어쩌면 경제적 부담이 덜 해서 노동운동에 더 진력했고 그게 사회를 바꾸고 노동 환경을 개선해서 노동자 전체에게 이득을 준 면도 있을 거예요.
또 정말 어려운 형편에도 학생 운동, 노동 운동 한 사람도 있고, 운동하느라 직장 제때 못 잡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움 겪은 사람도 있고요.
중국 천안문 사태 때 시민, 노동자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베이징에 있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 학생이었는데, 그 중 가난한 자도 부자도 있었을 테지만, 실패시 상당 부분 보장된 삶 대신 어려운 미래가 올 것을 알고도 참가했을 거예요.
아내분이 치열히 살아온 삶에 존경을 보냅니다.
또한 운동권 사람들 중 문제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 상당수의 삶도 방식이 달랐을지언정 치열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어리고 젊은 시절 출발선을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삶에 답이 없듯 현재 주어진 환경 안에서 각자 부끄럽지 않고 당당히 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고 좀 더 출발선을 큰 차이 없이, 그리고 중간에 어려룸을 겪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다가오리라 생각하고, 그건 우리와 우리 후세의 계속된 노력으로 앞당겨질 겁니다. -
IISLER
25.02.13 · 14.♡.41.223
최소한의 보호막도 없어서 스스로 지탱하지 않으면 삶을 유지할 수 없는 팔자도 있지요.
그런 고생을 훗날 금전으로 보상받을수 있다면 좋겠지만, 누군가 토달지 않고 온전히 인정 해주는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살아내야만 했던 인생을 앞으로도 존중해주세요. -
특특수보노
25.02.13 · 211.♡.97.190
각자의 치열한 삶이 있었음을 존중하실 수 있는 여력이 생기신다면 더욱 성숙하실듯 합니다. 저도 학교다닐 때 힘들게 다녀서 남 일 같지 않네요(휴학에 주경야독에 병치레까지 3단콤보코스였어요 나름....). 애초 운동권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버린 저의가 이런 시각이라도 유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입니다. -
티티거
25.02.13 · 223.♡.52.107
저도 가끔 어떤 글들을 보면
당신들은 참 살만하니까 그런 고민을 하고
그런 삶을 산다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저도 생각해보면 돈 버는 거 이외에는 달리 눈을 돌릴 틈은 없었던 거 같아요. - 이
이빨
25.02.13 · 121.♡.132.128
'잘난 체 하지말고' 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민의식, 엘리트 주의를 바탕에 깔고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티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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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골중학교 여사친들 몇은 집이 가난해서 충남방적에 취직해서 돈 벌며 야간고등학교 다녔쥬..
어제 한친구 장례식장에 신랑이랑 같이 왔더라구요..이미 할매가 되서리 손녀딸 자랑을 막..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