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118.♡.11.84)
2025년 2월 14일 PM 06:03 · 수정됨(02. 15. 04:20)
스파르타의 저출산과 몰락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아고게’라는 교육제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제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고게는 스파르타의 정치가 리쿠르구스 시기에 고안된 교육체제로, 현대 기준에서 보면 비과학적이고 아동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혹독한 과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선, 신생아는 태어나자마자 키, 몸무게, 건강, 장애 여부, 생식 기능 등을 검사받았으며, 기준에 미달하면 버려졌습니다. 여성의 경우도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으면 생존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7세까지는 부모에게서 혹독한 기본 교양과 전투 상식을 배운 후, 가정을 떠나 아고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입학과 동시에 채찍질을 당하는 신고식을 치렀고, 침대도 스스로 지푸라기나 나뭇잎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불은 주어지지 않았으며, 겨울에는 가시가 뿌려진 바닥에서 자야 했습니다. 악과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 목욕도 1년에 몇 번만 허용되었습니다.
군사훈련이 핵심이었던 교육 과정에서, 하루 10시간은 창과 검, 방패를 다루는 훈련을 받았고, 나머지 6시간은 군대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문학, 철학, 수학을 배웠습니다. 인내력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피가 날 때까지 격투기를 시키거나, 독초를 먹고 고통을 참게 하거나, 피부가 불도록 물에 담근 후 자갈밭에서 구르게 하거나, 채찍질을 참는 등의 극단적인 방식이 동원되었습니다.
12세가 되면 군인의 징표인 망토를 받았고, 16세부터는 아침과 점심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지만, 반드시 훔치거나 빼앗아야 했습니다. 걸리지 않으면 인정받았지만, 들키면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는 실전에서 약탈을 수행하는 법을 익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0세가 되면 졸업시험으로 산에서 직접 짐승을 사냥해야 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시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30세까지는 ‘시시티아’라는 공동 식사를 해야 했고, 비용과 식재료는 각자가 마련해야 했습니다. 시민들은 아고게와 시시티아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했지만, 그 금액이 워낙 비싸서 식민지에서 착취해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스파르타 시민 자격을 잃었고, 전투 장비도 자비로 마련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스파르타에서는 상업과 농업 같은 실용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 활동이 불가능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스파르타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철에 식초를 부어 만든 녹슨 막대기였기 때문에 외부에서 사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스파르타 시민들은 점점 가난해졌고, 전쟁 중 가장이 전사하거나 재산을 잃는 일이 발생하면 몰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권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스파르타군이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했냐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아고게는 고대 그리스 초기의 개별 무용(武勇)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교육이었지만,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기처럼 팔랑크스 전술이 주류가 된 시대에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전업 군인이 아닌 아테네 시민군에게 패배하는 일도 있었고, 결국 테베와의 레욱트라 전투에서 참패하며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스파르타의 기득권층은 개혁을 거부하며 과거로 돌아가기를 주장했습니다. 변화가 없었던 결과, 스파르타는 저출산과 해외 이민, 시민권 포기 등의 악순환이 계속되었고, 결국 강대국으로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외국인 이민을 받으려 해도 스파르타 사회는 너무 폐쇄적이고 생활이 고된 탓에 오려는 이들도 없었습니다. 결국, 한때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승리로 그리스 최강이 되었음에도, 지속적인 국가 발전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고게와 군복무, 그리고 고된 삶을 들여다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와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시대와 형식은 다르지만, 한국 사회 역시 극심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 높은 노동 강도를 요구하는 풍조 속에서 개인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높은 교육비와 주거비 부담, 노동자의 낮은 권리 보장,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는 결국 청년 세대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저출산과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파르타가 저출산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한국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스파르타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경쟁과 희생만을 강요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균형 잡힌 사회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댓글 (17)
- 울
울아이아빠
25.02.14 · 34.♡.53.230
-
원원두콩
25.02.14 · 211.♡.14.7
창 대신 컴퓨터용 싸인펜을 쥐어준 대한민국 사회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제제리아스
25.02.14 · 121.♡.33.51
개인적으론 우리나라의 저출산이나 전세계적인 선진국 저출산은 높은 교육수준과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진게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저출산 아닌 나라들의 경제 상황으로 알수 있죠 -
우우주난민
25.02.14 · 89.♡.101.137
아주 작은 기회의 창을 열어두고 저기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 너가 경쟁에서 패배했거나 노력을 하지 않아서라고 강요하는 건 비슷하군요. 다만 동시대 아테네 혹은 이후 번성한 로마와의 비교가 필요해 보입니다. -
끽끽다거
→ 우주난민
25.02.14 · 59.♡.98.195
창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창이 나있는 세상이 되었음 좋겠네요 -
해해질무렵
25.02.14 · 122.♡.153.5
결국 앞으로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봐요. - 떡
떡갈나무
25.02.14 · 1.♡.2.244
생지옥이네요 - 비
비오는날
25.02.14 · 211.♡.119.133
그러고보니 참 닮았네요. -
행행인
25.02.14 · 49.♡.57.189
왜 북한이 떠오를까요 ㅎㅎ - 나
나옹
25.02.14 · 112.♡.26.12
매우 공감합니다.
우리도 이런 생지옥같은 경쟁식 교육을 바꾸지 못한다면 스파르타처럼 멸망할 겁니다. 초등학교부터 영어학원 수학학원 다니고 중학교는 매일 학교끝나고 9시 10시까지 학원 갔다가 10시부터는 스터디카페에서 자습하고 12시에 집에 오는게 우리 아이들의 상황입니다. 칼이 펜으로 바뀐 것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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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교육비가 너무 많이 소비되고 있습니다.